김영화 그림책 펜그림 전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
김영화 그림책 펜그림 전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2.08.0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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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

○ 전시기간 : 2022. 8. 13(토) ~ 23(화) 11:00 ~ 18:00
○ 전시개막 및 북콘서트 : 2022. 8. 13(토) 오후 4시
○ 전시장소 : 포지션 민 제주(제주시 관덕로 6길 17, 2층)
○ 문 의 : 김영화 010-2636-4997

그림책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 출간기념 전시가 8월 13일(토)부터 23일(화)까지 제주시 삼도2동 포지션 민 제주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의 원화 및 4.3의 장소들을 기록한 펜그림들을 함께 선보인다.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무등이왓’에서 4.3을 기억하고자 하는 예술인과 마을 주민들이 조 농사를 지어 수확한 뒤 제주 전통 방식으로 술을 빚어 4.3 영령들에게 바치는 “잃어버린 마을에서 보내는 선물”(제주민예총, 탐라미술인협회 주관) 프로젝트가 김영화 작가의 그림책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이야기꽃, 2022)으로 출간되었다.

농사에 참여하는 틈틈이 작은 드로잉북을 펼치고 기록했던 결정적인 순간들과 무등이왓을 할퀴고 갔던 4.3의 비극이 씨실과 날실로 엮여가면서 김영화 작가 특유의 힘있는 펜그림과 서정적인 글을 통해 재현된 작품이다.

1948년 11월,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무등이왓’에 총성이 울렸다. 온 마을이 불태워졌고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진 채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무등이왓은 그렇게 ‘잃어버린 마을’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73년이 흐른 2021년 6월, 이곳에 사람들이 찾아와 밭을 일구고 작고 노란 좁씨를 뿌리기 시작했다. 억울하게 죽어갔던 156명 마을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곳곳에서 일어났던 4.3의 비극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사람들은 밭을 새로이 일구고 파릇한 새싹을 틔우고 땡볕과 태풍과 씨름하며 노란 알곡을 키워냈다. 4.3 생존자를 비롯한 마을 분들과 함께 4.3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간 이 일련의 기획은 “잃어버린 마을에서 보내는 선물” 프로젝트로서, 제주 안팎으로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br>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

김영화 작가는 “잃어버린 마을에서 보내는 선물”이 진행되는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꼼꼼히 기록했으며, 또 하나의 잃어버린 마을인 종남마을, 오랜 세월을 견뎌온 늙은 팽나무같이 기념비 하나 없이 남겨진 4.3의 현장들까지도 생생한 필치의 펜그림으로 관객들의 눈앞에 불러온다. 이러한 기억의 장소들은 언뜻 지나치기 쉬운 쓸쓸한 폐허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작가는 그곳에서 꿈틀대며 삶을 이어온 수많은 생명들을 세심한 손길로 호명해낸다.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 그림책 출간과 전시를 통해 김영화 작가는 비극의 현장을 똑바로 응시하고 현재화하며, 기억과 극복을 통해 뜨겁게 삶을 지속하는 제주의 생명력과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 개막 행사는 8월 13일(토) 오후 4시에 포지션 민 현장에서 개최된다. 젊은 국악 동요 듀오 ‘솔솔’은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을 비롯한 창작 동요를 선보이며, 동광마을 삼춘들과 인사 나누기, 그림책 낭독과 북토크 등의 부대행사가 이어진다.

[전시서문]

길러내는 손과 그리는 손 - 부지런한 펜선으로 되살려낸 기억의 장소

1948년 11월,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무등이왓’에 총성이 울렸습니다. 온 마을이 불태워졌고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진 채 다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무등이왓은 그렇게 ‘잃어버린 마을’이 되고 말았습니다.

… 그로부터 73년이 흐른 2021년 6월, 이곳에 사람들이 찾아와 밭을 일구고 작고 노란 좁씨를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억울하게 죽어갔던 156명 마을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곳곳에서 일어났던 4.3의 비극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사람들은 밭을 새로이 일구고 파릇한 새싹을 틔우고 땡볕과 태풍과 씨름하며 노란 알곡을 키워냈습니다.

“아무런 죄 없는 목숨들 대신 솎아져 지금의 내가 있는 건 아닌지...” *

4.3을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눈물과 땀을 모아 농사를 짓고 한 톨 한 톨 거둔 뒤 정성스레 술을 빚어 4.3 영령들에게 바친 “잃어버린 마을에서 보내는 선물”(제주민예총, 탐라미술인협회 주관) 프로젝트를 김영화 작가가 그림책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이야기꽃, 2022)으로 담아냈습니다. 농사짓는 틈틈이 작은 드로잉북을 펼치고 기록했던 강렬한 정동의 순간들이 김영화 작가 특유의 힘있고 부지런한 펜선으로 재현되었습니다.

더불어, 또 하나의 잃어버린 마을인 종남마을, 오랜 세월을 견뎌온 늙은 팽나무같이 기념비 하나 없이 남겨진 4.3의 현장들까지도 김영화 작가는 담담한 펜화로 우리 눈앞에 불러옵니다. 언뜻 보면 쓸쓸한 폐허일지 모르지만, 작가는 그곳에서 꿈틀대며 삶을 이어온 수많은 생명들을 세심한 손길로 호명합니다.

비극의 현장을 똑바로 응시하고 현재화하기, 기억과 극복을 통해 뜨겁게 삶을 지속하기. 김영화 작가의 펜그림들은 4.3에 대한 애도와 기억의 또다른 방식을 보여줍니다.

* 김수열 시 <솎고 돌아오는 길>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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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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