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기고]부모가 노력하지 않으면 자식은 변하지 않아
[시정기고]부모가 노력하지 않으면 자식은 변하지 않아
  • 뉴스N제주
  • 승인 2022.03.07 21: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현수 서귀포시 여성가족과장
강현수 서귀포시 여성가족과장
강현수 서귀포시 여성가족과장

지난 주말 「소년심판」이라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봤다.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를 그렸는데 총 10화까지 새벽이 오는 소리도 못 들을 정도로 몰입감이 대단했다.

드라마에 네 명의 판사가 등장한다. 각기 서로 다른 신념과 방식으로 소년범죄를 다루는데 특히 심은석 판사(주연 김혜수)의 명대사는 사건마다 허락 없이 눈물을 훔쳤고, 심장 속 뼈를 때리며 지나갔다.

내가 담당하는 업무 중에 드라마와 깊은 관련이 있는 시설이 있다.「소년법」보호 처분을 받은 청소년을 보호자 대신 보호하면서 상담, 주거, 학업, 자립 등을 지원하는 청소년회복지원시설이다.

제주에는 2개소가 있는데 제주시는 남아 시설, 서귀포에는 여아 시설인 ‘빌라수산나’가 있다. 지난해 2월, 안덕면에 어렵게 마련되어 운영을 시작했고 제주의 아이들이 타·시도에 가는 일 없이 원장 수녀님의 따뜻한 사랑 속에 검정고시도 준비하고, 온라인 취업 교육도 받는 등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다. 주위에 알려지지 않아 후원이 매우 필요한 곳 중 하나다.

드라마를 보면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청소년회복센터에서 생활하던 6명의 청소년이 한꺼번에 가출했는데 그중 한 아이는 오갈 곳이 없자 이혼한 친엄마를 찾아갔다.

문을 열고 딸의 얼굴을 본 엄마 “누구야?”라는 집안의 남자를 향해 거침없이“모르는 아이”라고 말을 하며 문을 쾅 닫는다. 홀로 복도에 남겨진 아이가 터질 듯 오열하는데 나도 같이 울었다.

가출한 아이들은 청소년이라 돈도 없고, 지낼 곳을 마련하기 위해 돈이 필요한데 그러다 결국은 범죄의 유혹을 거부하기 힘들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심은석 판사가 소년부로 온 이유는 ‘혐오’ 때문인데 소년범을 혐오해서가 아니라 소년범을 만드는 사회를 혐오했기 때문이었다.

소년범죄는 부모의 보호력이 매우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되는데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부모의 상황에 따라 처분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사회에 아이를 보호할 부모나 어른이 없는데 사회 내 처분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소년범죄는 저지르는 게 아니야. 물드는 거지. 부모가 노력하지 않으면 자식은 변하지 않아”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