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임재영의 '어쩌다 100km'...50대 신문기자의 트레일 러닝 이야기
[신간]임재영의 '어쩌다 100km'...50대 신문기자의 트레일 러닝 이야기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1.10.26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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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영 글 / 140*195 / 207쪽 / 15,000원 / 979-11-90482-79-0 (03810) / 한그루 / 2021. 10. 15.

뱃살이 두툼했던 중견 신문기자가 트레일 러닝 100㎞를 완주하기까지 여정을 비롯해 마법 같은 운동비결, 세계 대회 참가요령 등의 내용을 담은 책이 나왔다. 트레일 러닝은 포장도로가 아닌 산, 숲, 들판, 사막 등을 달리거나 걷는 아웃도어 스포츠로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점차 동호인이 늘고 있다.

제주지역 출판사인 한그루(대표 김영훈)는 최근 ‘어쩌다 100㎞-50대 신문기자의 트레일 러닝 이야기’를 펴냈다. 권태와 관행에 젖은 청·장년에게 새로운 경험과 목표를 향한 ‘도전’의 세계로 안내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등으로 갑갑증을 느끼는 이들에게 동기부여를 해보자는 것이 기획의도이다.

이 책은 제주지역에서 현직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임재영 씨(57)가 국내 트레일 러닝대회부터 시작해 세계적인 대회에 도전하는 과정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207쪽 분량으로 트레일 러닝 현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 등을 곁들였다. 그는 타성에 찌든 생활을 하다 몸의 위기를 맞은 뒤 걷기를 시작하면서 삶이 바뀌었다. 한라산등산학교에서 걷기의 전문성을 쌓았고, 2012년 제주에서 열린 100㎞ 트레일 러닝대회를 처음으로 완주했다.

임 씨는 사하라사막에서 식량과 생존 장비 등을 담은 배낭을 메고 6일 동안 237㎞를 걷고 달린 사막마라톤대회(MDS)을 2014년 완주하고 나서 세계 10대 울트라 트레일러닝 대회를 목표로 정했다. MDS를 포함해 홍콩(100㎞), 프랑스(101㎞), 오스트레일리아(100㎞), 스페인(125㎞), 뉴질랜드(160㎞), 레위니옹(프랑스령·166㎞) 등지 7개 대회를 완주했으며 나머지 3개 대회 참가신청을 했다가 코로나 19사태로 중단됐다. 이 가운데 스페인과 뉴질랜드 대회는 한국인 최초 완주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들 대회 도전기와 함께 100㎞ 레이스가 가능한 운동방법, 대회 참가요령과 준비물, 실전에서 문제해결, 트레일 러닝 동향 등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임 씨는 “제주의 숲과 오름, 한라산을 걸으면서 생각이 깊어졌고 새로운 경험에 도전할 용기가 생겼다”며 “트레일 러닝에 입문하거나, 제2인생을 기획하는 분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저자 소개 ||
글·사진 임재영
제주 출생.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제주지역 일간신문 기자를 거쳐 1992년부터 동아일보 기자(제주 주재)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2012년 트레일 러닝에 입문하여 100km 이상을 걷고 달리는 세계 10대 울트라 트레일 러닝 대회 가운데 7개 대회를 완주했다.

걷기 주무대이자 제주의 대표 상징인 한라산을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제주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걷고 뛰면서 사진에 깊이 빠졌고, 2017년 ‘순간을 품다-한라산’을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으며 여러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2020년에는 드론으로 제주의 비경을 담은 사진집 《하늘에서 바라본 기록, 제주》을 펴냈다.

|| 목차 ||

책을 내며 | … 004
어느 순간, 사막 한가운데 | 사하라 사막마라톤(MDS) 244㎞ … 010
롱 데이 레이스
서바이벌 레이스
가슴속 오아시스
막을 함께 달린 사람들
사막마라톤의 오해와 진실
생사의 기로에서 | 100m도 뛰지 않았다 … 030
술에 찌든 생활
죽음의 문턱까지
걷기는 내 인생의 혁명 | 걷기에 빠져들다 … 038
한라산등산학교
걸으면서 얻은 것
걷기 천국, 제주
안병식 선수와의 인연 | 트레일 러닝의 미래를 준비하다 … 054
크고 작은 목표 | 꿈을 채워가는 과정 … 068
첫 100km 도전
첫 해외 트레킹, 히말라야
세계 10대 울트라 트레일 러닝 대회
좌절, 그리고 재도전 | 홍콩 100㎞ 울트라 트레일 러닝 대회 … 090
쓰라린 경험, 첫 포기
재도전
세계 10대 대회 완주를 향한 질주 | UTMB, 호주 100㎞, 레위니옹 166㎞ … 104
트레일 러너 꿈의 무대, UTMB
호주 100km, 배움의 연속
레위니옹 166km, 졸음과의 사투
레이스 뒷 이야기
한국인 최초 완주 | 그란카나리아 125㎞, 타라웨라 100마일 … 134
스페인 그란카나리아 125km
뉴질랜드 타라웨라 100마일
팽창하는 트레일 러닝 시장 | 트레일 러닝 추세 … 154
트레일 러닝이란
한국의 트레일 러닝
트레일 러닝 대회 참가 | 참가 방법과 준비물 … 162
다양한 대회에 참가하려면
장비 갖추기
대회 준비물 사례
100마일 완주 가능한 몸을 만들기까지 | 몸은 정직하다 … 172
운동 방법
꾸준함이 해답
마법 같은 운동, 스트레칭
트레일 러닝 실전에서 | 문제 해결 Tip … 186
페이스 조절
오르막 내리막
응급상황에서의 휴대장비 활용
트레일 러닝 대회를 집어삼킨 코로나19 | 다시 함께 달리는 날을 고대하며 … 196
완주 기록 | … 204
세계 10대 울트라 트레일러닝 대회
제주 울트라 트레일러닝 대회

어쩌다 100km 표지
어쩌다 100km 표지


◆출판사 서평
|| 책속에서 ||

첫문장(P.13) 내가 사하라사막에서 걷고 뛰는 장면을 꿈조차 꿔본 일이 없었다. 상상의 영역에서도 사하라사막은 없었다. 영화나 TV에 등장하는 장소일 뿐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제주에서 공간이동을 하듯 나는 사하라사막 모래언덕에 발을 딛고 서 있었다.

P.18 사막마라톤은 ‘무게와의 싸움’이나 마찬가지였다. 레이스가 진행될수록 식량이 사라지기 때문에 배낭의 무게는 줄어들지만 체력 고갈도 동시에 나타나면서 몸으로 느끼는 무게는 처음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P.27 마라톤이라는 단어 탓이기도 하지만 사막마라톤이라고 하면 대부분 모래 위를 뛰는 것으로 여긴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 걸었다. 스타트 라인을 나가는 순간에는 물론 뜀박질을 했다.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리고 동영상도 찍히는 순간에 걷는 장면을 보여주기는 다소 민망하다. 초반에 뛰다가 금세 걷는 장면으로 바뀐다. 그러다 대회 주최 측에서 마련한 사진촬영 장소가 나오면 수초 동안 뛰는 모습을 연출한다.

P.28 대회를 앞두고 걱정이 되는 준비물 가운데 하나가 ‘게이터’였다. 단어가 생소했는데 여기저기 뒤져보니 게이터는 신발을 감싸는 장비였다. 모래가 신발로 들어오면 발에 상처는 물론이고 모래가 굳어서 신발조차 사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P.63 사막에서 화려한 세상을 만났다. 자연의 가장 위대한 작품, ‘사람’을 만난 것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저마다 고귀한 인생의 결정체를 만들기 위해 사막을 찾은 사람들이다. 이곳에서 사람의 유대가 절실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달리기는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그것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은 ‘너와 나, 우리’라는 유대였다.

P.93 세계 10대 울트라 트레일 러닝 대회를 목표로 정하고 난 뒤 훈련이나 운동방식에 변화는 없었다. 주중에는 일과 후 헬스장 트레드 밀에서 걸었고, 주말에는 숲속을 걸어 다녔다. 사하라사막마라톤(MDS)을 완주했다는 자신감으로 다른 대회를 준비했다. MDS가 하루에 일정 거리를 걷고 달리는 스테이지(stage) 레이스이기는 하지만 245㎞에 달하는 대회인 만큼 100㎞ 대회 완주는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2015년 1월 홍콩에서 열린 100㎞ 대회를 무사히 마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너무나 큰 오판이었다. 제한 시간인 30시간 이내에 종일 논스톱으로 레이스를 펼치는 100㎞ 대회는 MDS와 체력적으로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P.100 헬스장에서 다리 근력운동을 시작했다. 주말이면 숲길에서 여러 가지 걷기 방법과 달리기 방법 등을 적용하면서 내게 맞는 스타일을 만들어갔다. 2015년 11월 제주에서 열린 논스톱 100㎞ 대회에 참가해서 몸 상태를 점검했다. 보행법을 바꾸고 다리 근력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인지 홍콩에서 경험했던 무릎 통증은 나타나지 않았다. 종반부에 체력이 고갈되면서 레이스가 힘들기는 했지만 완주에 성공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P.150 레이스를 시작한 후 두 번째 맞이하는 해가 떠오르면서 몸은 좀 따뜻해졌지만 졸음의 고통은 더 심해졌다. ‘졸면 제한 시간에 완주하기 힘들다.’라는 걱정 때문에 천근만근 내려앉는 눈꺼풀을 억지로 잡아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코스에 앉아 잠시 눈을 감아 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 유 오케이?”라는 말이 바람 소리처럼 귀를 스쳤다. 뒤에 오던 선수가 지나면서 한마디 던진 것이다. 벌떡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눈을 감은 지 15분가량 지났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다시 레이스를 이어갔다.

P.175 운동하면서 내가 절실히 느낀 사실은 ‘흘린 땀만큼 간다.’라는 것이다. 평소에 얼마나, 어떻게 운동했는지가 100㎞ 레이스 완주를 결정짓는다. 경험이 쌓이면 레이스를 조절하고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길러지지만, 100㎞를 완주할 체력이 없으면 이마저도 공염불이다. 체력에는 ‘우연’이 없다.

P.177 핵심적인 운동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교과서적인 운동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유명한 운동선수도 똑 부러지는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체력조건, 기량 등 개인마다 차이가 있기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도 없다.

여러 곳에서 조언을 구해 실제로 적용해 보았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흥미를 갖고 꾸준하게 하는 운동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했다. 잠들기 전까지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것이 일과였다. 오래 달리는 법, 근지구력 키우는 법, 폐활량 높이는 법 등 기초적인 검색부터 다리 근육을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강화하는 방법까지 다양하게 찾아봤다.

검색은 꼬리를 물면서 계속 이어졌고 검색 결과를 헬스장과 주말 트레킹에서 적용하고 시도했다. 수년의 과정을 거치면서 나만의 운동 방식을 만들어갔다. 헬스에서 두 발로 했던 기구 운동에 변화를 줬다. 한 발로 번갈아 가면서 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한 발로 했을 때 힘이 어떻게 전달되고, 어느 부위에 자극이 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레그 익스텐션, 레그 프레스 그리고 스쿼트를 한 발, 한 발 번갈아 가면서 했다. 두 발보다는 한 발로 했을 때 운동 효과가 훨씬 높고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P.181 레이스를 끝내고서도 몸이 너무 가뿐해 보이는 또 다른 고수에게 물었다. “일주일 동안 무슨 운동을 어떻게 했나?” 돌아온 대답에 핵심이 있었다. “매일 10㎞씩 뛰고, 주말에는 30㎞ 내외를 걷고 뛰었다.”

매일 10㎞. 이것이 정답이었고 꾸준히 하는 것이 정도(正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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