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고양이만 몰랐다’
[신간]‘고양이만 몰랐다’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1.10.07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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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현 글 / 130*205 / 146쪽 / 10,000원 / 979-11-90482-77-6 / 한그루 / 2021. 9. 30.
‘고양이만 몰랐다’
‘고양이만 몰랐다’

한그루 시선 11번째 시집으로, 고문현 시인이 첫 번째 시집 《고양이만 몰랐다》을 펴낸다.

시집은 총 6부로, 1부 ‘기억의 시원’, 2부 ‘고뇌의 퍼포먼스’, 3부 ‘그리움의 길목에서’, 4부 ‘밤이 너무 환하여’, 5부 ‘별자리가 심상치 않다’, 6부 ‘추억 나들이’로 구성되어 있다. 정찬일 시인이 해설 제목으로 쓰듯이 이 시집은 ‘경계 너머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생을 ‘나’로 살아가지만, ‘나’에 대해서 잘 모른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지금 내 감정은 무엇인지 여전히 어렵다. 혹은 상황에 맞닿을 때 선택의 문 앞에서 고민하기도 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어떤 문을 열고 들어갈지 여러 크기의 문 앞에서 ‘이 문을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는 것처럼.

그렇지만 상황에 부딪히고서 경계라는 선을 확실히 넘어가게 될 때, 비로소 ‘나’에 대해 명료하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시인 또한 마찬가지로 경계 앞에서 어렵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과감히 선택한다. “서로 다른 금단의 선/ 이념이 그은/ 철조망을 넘으니/ 자유인이 되고” (「금단(禁斷)의 선(線)」) 해설의 표현대로 그 경계를 넘어야만 ‘진정한 자유인’이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형화된 ‘나’를 발견한 데 그치지 않고, 정형화된 모습에 이면이 있음을 확인하며 다음으로 건너간다. 시 「고양이만 몰랐다」에는 여러 상황에 놓여있는 고양이가 묘사된다.

“목에 반짝이는 펜던트한 귀족처럼 보이는 고양이, 집이며 사람이며 친숙한 게 하나도 없어 보이는 고양이, 영역을 잃어버린 멸족 왕가의 황태자처럼 보이는 고양이, 먹구름 훗날도 모르고 잠든 고양이, 뒹구는 폐건전지처럼 소모품이 되어 버린 고양이, 홀로 헤매는 고양이다.” 그 뒤에 나오는 “사람의 얼굴이 두 개인 것을/ 고양이만 몰랐다.”라는 구절을 통해서 보이는 것 외의 심리를 알고자 노력한다. 이 시에 등장하는 ‘고양이’가 ‘나’인 화자를 불러일으킨 것처럼 이 시집이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것은 끊임없이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일 것이다.

글 고문현

2016년 한국문학예술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시)
2017년 월간 『시사문단』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수필)
제주시 ‘인문학과 함께 하는 정류장’ 시 선정
북한강문학제 추진위원 역임
현) 한국문학예술 제주지부장, 영주문학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제주도문인협회 회원

목차
시인의 말
1부 기억의 시원始原
금단禁斷의 선線/ 에피타프epitaph/ 아리송한 자태/ 미소는 행복의 패스워드/ 인연이란/ 카오스의 시대/ 수난受難의 바벨탑/ 가슴앓이/ 믿음 1/ 불면의 밤/ 황혼/ 집시의 정령精靈/ 역사歷史의 시원始原/ 곤란한 눈짓/ 사랑의 담론談論 2/ 소녀상小女像/ 순결의 꽃/ 주인공의 참회록

2부 고뇌의 퍼포먼스

침묵의 정계비/ 망자의 넋/ 불타는 입술/ 포로가 된 시인 / 소녀의 꽃말/ 늙은 실향민의 퍼포먼스/ 광장의 바람/ 약속의 날/ 입방아/ 새는 나무에서 노래한다/ 밤의 연가/ 황제의 귀환/ 어쩌다 이런 일이/ 위험한 편견/ 자줏빛 신비/ 분재盆栽 삼매경三昧境/ 무덤에 뜬 별

3부 그리움의 길목에서

화폭 속의 여인/ 꽃잎 지는 밤/ 아내에게 바치는 연가/ 거룩히 떠나라/ 가슴에 지는 꽃이파리/ 소녀도 여자인 것을/ 창백한 회상/ 가을 속으로 떠난 사람/ 봄뜻이 드리우면/ 사랑은 모른 체하는 것/ 아름다운 절제/ 아픔 없이는 꽃을 꺾을 수가 없네/ 숙녀의 과거/ 마법 풀린 무덤/ 소년과 소녀/ 분재盆栽/ 희뿌연 순정/ 첫눈은 그리움

4부 밤이 너무 환하여

태양은 식지 않는다/ 기억의 편린片鱗들/ 쓰다만 편지/ 구겨진 신문도 뉴스다/ G 선상의 아리아/ G 선상의 아리아/ 담 너머 그대 가슴으로/ 표류자 블루/ 또 하나의 민낯/ 주담酒談/ 찬란한 집념/ 무표정이 어렵다/ 멜랑꼴리한 유혹/ 기사騎士 아마디스의 고뇌/ 무슨 꽃을 띄울까요/ 부부夫婦/ 여자이기 때문에

5부 별자리가 심상치 않다

고양이만 몰랐다/ 욕망의 꽃/ 세월에 묵힌 그리움/ 백조의 순정/ 입 다문 진실/ 인생 2막의 키워드/ 태극기와 촛불/ 사랑의 왈츠/ 말로 하기엔/ 분노의 허들을 거두자/ 꽃잎으로 물들인 /까마귀 목에 걸리라/ 첫 경험/ 약자의 비문碑文/ 선열 선혈/ 사랑의 메시지/ 가없는 그리움/ 나신裸身은 원초적 미

6부 추억 나들이

장미의 숙명/ 이카로스의 날개/ 방선문 연가/ 보라색 라일락의 고백/ 불꽃 한 송이/ 꽃은 가슴에 지고/ 분노忿怒/ 태초의 소리/ 악인의 저주/ 판관의 야망/ 봄이 오는 기척/ 소중한 인연/ 사랑의 말로末路/ 아쉬운 듯/ 묵시默示와 웅변雄辯/ 솔직한 변명/ 어머니의 비가悲歌

해설 | 경계 너머 ‘나’를 찾아가는 끝없는 여정

정찬일(시인)

책속에서
서로 다른 금단의 선
이념이 그은
철조망을 넘으니
자유인이 되고
신이 정한
금줄을 넘었더니
한 쌍이 되었다
_「금단禁斷의 선線」 전문

쥐 잡을 줄도 모르고 애완동물 먹이 가게 앞에서만 진종일 서성거려도 아는 체 하는 이 아무도 없다, 라고 쓴다.

그리고 나, 라고 읽는다.
카네이션마저 달아주던
그 주인의 품 안엔 갖고 놀다 버려질 또 다른 고양이 안겨있네,
라고 쓴다.

그리고 나, 라고 읽는다.
_「고양이만 몰랐다」 부분

바벨탑이 멀쩡하게 서 있다

언제부터인가
언어가 같아도
말이 안 통한다

서로서로 마주하는 삽질로
꽉 막힌 장벽을 뚫었더니
언어와 말이 소통된다
엉킨 실타래의 매듭이 보인다

_「수난受難의 바벨탑」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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