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수도를 표방하는 제주도당국은 뭇생물과의 공존을 위한  다양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라”
“생태수도를 표방하는 제주도당국은 뭇생물과의 공존을 위한  다양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라”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4.04.02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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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새 집단 떼죽음에 대한 제주자연의벗 논평

지난 3월 27일 오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 있는 한 과수원에서 직박구리와 동박새 등 200여 마리의 새가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새들은 나무에 매달려 있는 귤을 쪼아 먹은 후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폐사 원인은 국립야생동물질병원관리원의 분석 결과가 나와야 하지만 농약 중독의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A씨가  일부러 주사기로 농약을 주입해 이를 쪼아 먹은 직박구리와 동박새 등 새 200여 마리를 폐사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으며 입건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A씨는 수사 과정에서 고의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12월 15일에도 겨울철새인 떼까마귀  135마리가 제주시 오라동 정실마을 일대에서 집단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또한 떼까마귀들이 먹이를 먹는 밭에 뿌려진 농약을 먹고 죽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겨울철에 농약을 뿌렸다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 아니기에 고의적으로 떼까마귀를 죽이기 위한 농약 투여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일은 최근만이 아니라 예전에도 제주에서는 종종 있어왔다는 점에서 그냥 흘려보낼 일이 아니다. 향후에도 이런 일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단 농약을 일부러 투여한 농장주의 잘못이 명백하다. 살해 행위이며 범죄 행위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러한 야생동물에 대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나 관행적으로나 관대한 면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게 사실이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독극물 주입 등으로 야생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면 법적 제제를 받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적 제재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 문제를 풀려면 좀 더 근본적인 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영농 지역과 새들의 먹이 공간은 자주 겹친다. 이것은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이후로 늘 있어왔던 일이다. 그래서 허수아비 등 여러 방법들이 고안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고 이것은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것은 생태계의 원리이기 때문이다. 자연생태계의 면적이 줄어들고 도시화가 더 진행될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래서 법률적인 단죄와 함께 농민들의 이러한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게 하는 좀 더 다양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첫째, 조류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상시적으로 있는 곳에 대해서는 농작물 재해보험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농작물 재해보험은 밭작물의 수확량 감소 보장 또는 생산비를 보장해주는 보험이다. 보험료는 정부 지원 50%, 지방자치단체 30-50%가 지원해줄 수 있다. 제주도의 경우, 보험료의 15%를 농가가 부담하고 50%를 국가에서, 35%를 제주도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제주도는 현재의 35% 비율보다 더 높여서 피해 농가의 부담을 덜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제주특별자치도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보상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른 지원금이 있다. 현재 꿩, 까치, 까마귀 등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보상 보험에 가입해 보상을 시행중이다.

피해보상액은 피해 면적, 소득액, 작물의 생육비율, 피해율, 피해 예방 시설 설치 유무 등에 따른 보상율을 고려한 최대 80%, 1000만원까지다. 하지만 심사 과정이 까다롭고 보상금이 낮기때문에 이를 좀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야생동물에 대한 심각한 범죄행위의 경우 법률에 의한 처벌도 있지만 과태료 인상 등 제주도당국이나 제주도의회에서 좀 더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는 인간에 대한 위해행위에 비해 야생동물에 대한 위해 행위가 제도적으로 너무나 관대하기 때문에 이

번 사태가 일어나는 측면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정책 개발이 요구된다.

넷째, 울산시의 경우처럼 생태적인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울산시 태화강 유역은 매년 10만여 마리의 떼까마귀가 겨울을 나는 곳이다. 떼까마귀 똥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그래서 울산시는 2012년부터 태화강 주변 12만5천㎡ 땅에 철새들의 터전이 되는 삼호대숲을 조성했고, 떼까마귀 무리가 도심 대신 그곳을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도심에서 발생하는 떼까마귀 피해는 감소했다. 최근 울산시는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가 텃새인 까마귀와 달리 먹이가 풍부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월동한다는 특성을 강조하며 떼가마귀를 유해 조수가 아닌 생태 환경 회복 전도사로 대접하고 있다. 관점의 전환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든 것이다. 또한 삼호대숲은 울산시민과 관광객들이 탐방할 수 있는 지역명소가 되었다. 물론, 이를 제주도에 바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제주도의 생태적 특성에 맞는 방법을 연구하자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인 방법, 생태적인 방법을 다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는 청정과 공존을 비전으로 하고 생태수도를 표방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다른 지역보다도 더 생태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번 같은 새떼 떼죽음이 앞으로도 계속 반복된다면 제주도의 청정과 공존 이미지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진정한 생태수도를 지향한다면 인간만이 아닌 뭇생명들과 공존하려는 제주도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 뭇생명은 제거해야 할 경쟁 대상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려면 꼭 필요한 벗이라는 것을 우리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나서주길 바란다.

2024년 4월 1일

제주자연의벗 공동대표

 바다거북  ․

강영식   ․  김명선

   (생물 대표)

    (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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