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흐르는 결’ 三無日記 강부언전
[전시]‘흐르는 결’ 三無日記 강부언전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04.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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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8일 - 5월 8일 전시장소 : 아트인명도암, 이룸갤러리
의아한 형식의 탐색, 안의 공간에서 밖의 공간으로의 이행
‘흐르는 결’ 三無日記 강부언전 표지

아트인명도암과 이룸갤러리에서 ‘흐르는 결’ 三無日記 강부언전 전시가 지난 8일부터 5월 8일까지 전시된다.

"의아한 형식의 탐색, 안의 공간에서 밖의 공간으로의 이행"

미술평론가 김유정은 이번 전시를 위한 강부언 개인전 '흐르는 길'에 부쳐 글을 통해 이같이 평가했다.

탐색하고 만드는 예술로

김유정 미술평론가는 "화가의 번민은 늘 표상을 어떻게 드러내느냐의 문제에 있다. 우리 앞에펼쳐진 객관적인 자연이어도 정신적 표현이라는 예술적 행위에 이르러서는 의도했던 것처럼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사실상 떠오르는 모습image)과 그것을 드러내고자 하는 표현(representation) 사이의 간극이 매우 크기 때문에 화가들은 우연적인 효과를 찾거나 적어도 자신의 의도한 표현과의 근사치를 찾는 일이 허다하다. 어떤 때는 자신이 표현한 것보다도 자신의 표현을 닮은 우발적인 것에 더 만족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 평론가는 "어떤 의미에서 예술은 자연의 세계에 대한 그림자이거나 아니면 정신의표상으로서의 심상의 효과라고 말할 수 있다. 혼돈처럼 보이는 우리의 세계를 구상과 추상의 양태로 파악하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여러 갈래들로 파악할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며 "사람들이 하나의 사물이나 풍경 앞에 서게되게 되면 여러명의 화가라도 모두 다른 표현이 나오며, 보는 대상에 대한마음의 감각작용이 다르다는 것을 말하는 것에 다름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것을 정신의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물 자체에 이미 드러난 형태를 찾아 그것을 어떤 유사한 자연의 모습으로 유추하는 것은 꼭 표현한다는 행위가 그린다는 행위보다 만든다는 행위에 가깝다"며 "만든다는 것은 어떤 대상을 이용한 적절한 표현을 찾는 것이고 그것이 미적인 것, 혹은 어떤 의미를 찾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하지만 미적인 것은 꼭 어떤 스토리가 드러나지 않아도 된다. 미술은 문학처럼 서사적인 이야기를 통해 상황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때 미술은 지나치게 스토리에 얽매인 문학중심주의의 영향 때문에과도한 내용 찾기에 몰두해 있어서 마치 미술이 문학의 보조 수단처럼 여겨지기도 했다"며 "미술은 잠자는 감각을 깨워주는 형태의 긴장(緊張) 장이다. 어쩌면 대상을 닮았다는 재현보다 닮지 않은 상상력의 연상이 우리를 더욱 넓은 세계로 데려가는 자유를 느끼게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흔한 것에서 새로움을 찾다

김 평론가는 "강부언의 최근 작업의 재료는 석회몰탈(lime mortar)이다. 그 재료의 원천이 자연에서 얻은 석회와 모래이지만 다른 혼합재와 만나게 되면 굳힌다는 의미에서 건축의 재료인 콘크리트(concrete)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그가 이 건축재료의 효과를 선호하게 된 것은 제주시 봉개동에 자신의 집을 지을 때 건물 벽면에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모사하여 부조벽을 만든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게르니카>는 스페인 내전시 파시스트에 의해 한 마울의 폭격으로 일어난 학살을 다룬 작품으로 원래 크기가 가로 7.8m로3.5m이며 현재 스페인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 소장됐다"며 "강부언이 이 대형 작품은 콘크리트 혼합재의 부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익힌 기법인데 나무 작업에서 콘크리트 작업으로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콘크리트는 시멘트(cement) 석회를 기본 성분으로 한다. 시멘트라는 말에서 보듯이 석회의 속성처럼 굳히다 접착제라는 의미가 있어서 결합하는 것' (인간 상호간) 유대를 의미한다.

콘크리트는 굳어진 응결한 고체화된(solid) 것을 말하는데 시멘트의 의미가 그대로 내포돼 있다. 콘크리트라는 말은 농축된 '응결한', '굳어진 이라는 뜻의 라틴어 '콘크리투스(concretus)에서 유래하며, 결합체 응고물을 말한 것이다.

김 평론가는 "강부언은 건물 부조벽 제작시 콘크리트의 재료적 특성을 파악했고 이번 개인전 '흐르는 길'에서 처음으로 소품들을 선보이게 된 것"이라며 "사실상 콘크리트 작업은 노동 강도가 매우 높다. 그러나 그 작업(work)은 노동의 목적에 따라 의미와 가치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노동으로서 작업의속성에는 목적이 분명해서 노동 행위와 표현행위가 다르다. 이 두 노동 행위는 같은 재료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지만 지향하는 목적이 달라서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며 "작업이 임금 생존을 위한 노동행위에 맞춰져 있다면 경제적 활동인 것이고, 작업이 표현행위에 목적을 두었다면 예술이라는 미적인 활동에 가치를 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자는 노동가치에 대한 보상으로 임금이 따르고 후자는 예술가치라는 점에서 작품과 함께 명성의 댓가라는 보상방식이 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자연은 미술가들에게 수많은 소재와 재료의 모티프를 제공한다.

또한 "더욱이 강부언에게는 자연적인 나무의 물성(物性properties of matter)과 자연재와 인공적 혼합체(artificial hybrid)가 그의 창작의 중심에 있다. 그가 지나온 작가의 길에는 재현과 표현(expression)이라는 두 개의 창작방법의 계기가 있었다"며 "재현미술로써 한국화의 수묵작업이 소나무의 풍경과 형태 그리고 오름이나 바람 물에 대한 사유(思惟)를 통해서 제주의 풍토적특질을 드러낸 것이라면, 표현 작업에서는 나무판을 화면으로 삼아서 여러 나무의 재질을 이용한 물성의 변조(falsification) 작업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에 처음 시도하는 콘크리트 혼합재 작업은 퇴적된 지층 시의간을 순식간에 표현하여 우연적인 효과를 찾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작품들과 달리 즉흥의 미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이 즉흥 미술은 개념상 앙포르멜 추상의 자동기술적인 방식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표현 재료가 건축재지만 이번 강의 미술개념은 추상의 한 형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흐르는 걸 | 혼합재료 위에 시멘트몰탈, 혼합기법 / 18131cm/2023

이번 개인전 '흐르는 결'의 작품들은 다양한 연상과 유추해석을 낳게 한다.

대지에서의 지층과 지상의 만남에서는 화산의 지형과 지질의 성질은 물론 산정호수 오름, 화산이류 효과와 화산재의 퇴적암 구조 그리고 화산쇄설류와 탄남 등 제주 섬의 지질적인 속성과 풍광의 경관 요소들을 떠올리게 한다.

색채 또한 콘크리트의 자연색 먹과 화이트의 최적의 효과를 위한 속도감 있는마티에르가 그의 작업 방식의 포인트이다.

김 평론가는 "그의 작품에서는 연상과 유추 해석이 자유로운데 제주 자연 풍광과 그 사이 도시 풍경이 저절로 떠오른다"며 "설령 그것이 진짜 오름이나 건물이 아니라고 해도 그것을 연상하는 관객의 생각은 무한히 자유롭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이란 하나의 자유로운 쾌(快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감각적 해석 작용에 있지 않은가"라며 "강부언의 콘크리트 혼합 작품들은 콘크리트가 주류인 현 시대를 역설적으로 원시적인 자연의 지형과 지질의 시대를 그리워하게 한다는 점에서 너무나 아이러니컬하다"고 서술했다.

또한 "지금껏 포기하지 않는 연속적인 강부의 나무 작업에선 여전히 나이테 결이 돋보인다"며 "결이란 물질 세계의 하나의 패턴이다. 나무결, 돌결 물결, 살결, 비단결, 숨결, 바람결이라는 명사에서 보듯이 나무나 돌, 살갗, 물, 비단, 호흡, 기후등 조직(texture and structure)이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와 구조나 상황적으로 발생하는 자연 현상의 무늬를 말한다"고했다.

결은 자연 재료의 물질적 특성에 따라 생성 과정이나 형성될 때, 또는 기후 작용이나 생리적인 현상이 어떤 패턴의 리듬을 이루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강부언의 나무판 작업은 나무결이 특정 형태를 연상하거나 유추한 작업들이며 최소한의 변조나 감각적 느낌에 따른 표현을 가미한 것이다.

1차적으로는 자연이 작업한 재질 것이고 2차적으로는 사람(작가)이 재질에 조응하여 새로운 형태의 합작을 이룬 것이다. 그러므로 강부언에게는 1차 작업 재료인 나무판이 매우 중요하게 된다.

김 평론가는 "그가 선호하는 나무판도 다양한데 도마, 남반, 마루판, 문짝, 남방애 조각 막개 솜박 궤 등나무로 된 생활 도구라면 모두 그의 작업을 위한 기초 화면이 된다"며 "이 나무판 화면에는 최소한의 묘사가 나무의 결에 따라 더해지고 그 결의흐름을 좇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부언의 관심이 집중된 제주 나무들도 다양한데 이를테면, 국가시낭(구찌뽕나무), 가시낭(가시목) 감은 가시남(돌가시나무), 소리가시낭(종가시나무), 북가시남(북가시나무), 비즈남(비자나무), 돔박낭(동백나무), 머쿠실낭(멀구슬나무), 굴뚝이낭(느티나무) 사오기(나무), 조배낭(구실잣밤나무) 등이 목재나 생활도구 재료로 사용됐다"며 "이 재료들의 생물학적인 속성이라고 할 수 있는 나뭇결이 곧 강부언 작품의 특질을 보여주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무마다 결이 다르다는 것은 나무의 종(種) 시간, 식물조직, 생장과정, 토양,기후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오랜 시간 나무결에 익숙한 강부언의 결을 다루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다시 땅의 결인 지층으로 관심을 돌리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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