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詩란 언어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는 양식"
이어산 "詩란 언어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는 양식"
  • 뉴스N제주
  • 승인 2019.07.2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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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칼럼(45)토요 시 창작 강좌
이어산 시인. 평론가

■토요 시 창작 강좌(45)

□좋은 시 쓰기의 조건

길의 끝 (사진=이어산)
길의 끝 (사진=이어산)

성공하는 사람들의 행동패턴을 연구해 보면 자기에게 '기회'라고 생각하는 일을 잘 포착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그 일에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이런저런 온갖 것을 계산하느라 우물쭈물 시간을 보내는 우유부단한 사람은 성공이라는 선물을 받기가 어렵다. 기회의 포착은 감(感)이다. 감을 잘 잡는다는 것은 그만큼 평소 훈련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시 창작도 마찬가지다. 포착된 사물에 대한 시적 감이 오면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아야 좋은 시의 씨앗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서 얻어지는 결과물인데, '무엇'을 보는 것에서 '어떻게'보는 연습을 통해서 얻어진다.

'어떻게?'란 시의 씨앗, 즉  모티프(motif)인데 창작 동기가 되는 중심 제재나 생각이다.  순간적으로 포착되는 이것을 잡느냐 못 잡느냐는 사람의 고집과 관련이 깊다. 고집(아집)이 센 사람은 새롭거나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데 인색하다. 그래서 필자는 "시 쓰기는 고집 버리기"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음의 시를 보자.

   장대비 속을 멧새 한마리가 날아간다
   탄환처럼 빠르다
   너무 빠른 것은 슬프다 
   갈 곳이 멀리
   마음이 멀리에 있기 때문이다 
   하얀 참깨꽃 핀 한 가지에서
   도무지 틈이 없는
   빗속으로
   소용돌이쳐 뚫고 날아가는
   멧새 한 마리 
   저 전속력의 힘
   그리움의 힘으로
   멧새는 어디에 가 닿을까 
   집으로?
   오동잎 같이 넓고 고요한 집으로?
   중심으로? 
   아,
   다시 생각해도
   나는
   너무 먼
   바깥까지 왔다

      - 문태준, <바깥>전문

시 잘 쓰기로 유명한 문태준 시인은 "너무 빠른 것이 슬프다"고 함으로써 우리의 보편적 고정관념을 허물어 버린다. 그 허물어 버린 터 위에 "마음이 멀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새로운 해석의 집을 짓고 있다.

'장대비'라는 '도무지 틈이 없는' 장애물을 뚫고  탄환처럼 날아갔지만 그것이 닿은 지점은 '오동잎 같이 넓고 고요한 집'이나 '중심'이 아닌  '너무 먼/바깥'이라는 시인의 진술(철학)에는 큰 울림이 있다.

소설은 갈등이 전제되는 형식이지만 시는 본질적으로 언어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는 양식이다. 서로 어울려서 최상의 상태로 조립된 언어의 형태, 이것이 시에서 말하는 아름다움이란 것이다. 그러므로 조화가 깨어진 것은 시가 아니라는 말이 된다.

위 문태준 시인의 시어들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해석들이 자연스레 어우러져 시의 구조가 단단하고 아름답다.

아름다운 얼굴이 '형식'이라면 아름다운 마음은 '내용'이다. 시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시의 꼴)도 중요하다. 시인이 아름다운 것은 겸손하게 사물을 새롭게 해석하고 조화시키는 눈을 가졌고, 고정관념이 아닌 열린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것은 성스러운 것''이라고 게오르규는 정의했다. 미(美)와 성(聖)은 하나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시인은 시인의 성품을 가져야 한다. 다시 말하거니와 시인의 성품에서 가장 요구되는 것이 고집 버리기와 겸손함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이어산, <생명 시 운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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