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 칼럼]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14_ 마경덕의 디카시 '가족'
[이상옥 칼럼]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14_ 마경덕의 디카시 '가족'
  • 뉴스N제주
  • 승인 2020.06.23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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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 시인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가족

 

하루가 저물고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크고 작은 마스크들
오늘도 제 할 일 마치고
나란히 쉬고 있다 
- 마경덕

[해설] 코로나19의 감염 우려 속에서도 삶을 멈출 수는 없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손소독을 하고 거리 두기를 하면서 각자의 일을 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외출시 마스크는 필수품이 되었다. 한때는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서 약국 앞에 길게 늘어선 행렬들이 진풍경이 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마스크는 다른 환유적 의미를 지닌다. 마경덕의 디카시 <가족>은 이제 마스크가 새로운 환유임을 새삼 환기한다. 시인은 민감한 촉수로 우리 시대에 무엇을 노래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다.

윤동주 시인의 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일제 강점기에서도 순결한 삶을 살아내고자 했던 윤동주의 의지와 고뇌가 선연하다. 삶의 절대적 지표를 상징하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시인 윤동주! 엄혹한 시대에서도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다짐하며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향해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야겠다는 다짐이 눈물겹다.

윤동주는 엄혹한 시대를 사는 수도사였다. 모든 시인이 윤동주처럼 될 수는 없겠지만, 시인에게서 위안과 희망을 얻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의 염원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시인은 지금 어디, 무엇에다 디카를 들이대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마경덕 시인의 디카시 <가족>의 마스크 사진 영상은 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코로나19를 반영하는 디카시 <가족>이 환기하는 '가족'의 의미가 새삼 소중하게 여겨진다. 단순하게만 보이는 디카시 한 편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당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따스한 위로의 말을 건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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