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솔 시인
화살나무 우체통이 붉은 것을 보니 아직 부치지 못한 편지로 가득한 모양입니다. 수신인 없는 편지들은 저마다 사연을 지니고 서로를 보듬듯 소복소복 숲길을 덮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가을이 짧아져서 단풍을 즐길 여유조차 없습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하루만에 계절이 변하더니 어느덧 겨울의 문턱에 다가선 한라생태숲을 다녀왔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던 이 숲도 이제 제법 유명해진 모양입니다. 숲은 그대로인데 사람이 많아지니 새소리 바람소리 말고도 제법 소음이 늘었습니다.
코비드19 이후 우리에겐 저만치 사람이 다가오면 마스크부터 매만지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숲에서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던 문화도 이젠 서로 경계하고 얼굴을 돌리며 지나갑니다.
당분간 일거야... 혼잣말을 중얼거려 보지만 서먹하고 어색함을 감출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한라숲은 우리에게 큰 위로를 줍니다. 수신인 없는 편지들처럼 세상의 모든 것들은 모두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있겠지요. 나 혼자 힘든 것이 아니구나, 생각하면 시련을 견뎌내는 일이 조금 쉬워지기도 합니다. 우리를 정말 힘들게 하는 것은 마음이니까요
따뜻한 배려와 온정으로, 고마운 숲길을 걷는 마음으로 힘든 오늘의 어깨를 토닥여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만들어갈 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함께 응원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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