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훈 개인전, 《호접몽胡蝶夢》 제주갤러리에서 개최
고영훈 개인전, 《호접몽胡蝶夢》 제주갤러리에서 개최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2.03.15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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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개요

전 시 명 고영훈 개인전, 《호접몽胡蝶夢》
장소 제주갤러리  인사아트센터 (1전시장본전시장2전시장, 3개층)일(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41-1 인사아트센터)

시간 2022. 03. 16. (수) – 2021. 04. 11. (월) (총 27일간)
개막식: 2022.3.16 (수) 4pm, 인사아트센터 1층(본 전시장)
출품작품 평면 40여점
담당 기획 | 가나문화재단 이보름 | m..010.9735.0910
홍보 | 가나아트 최윤이 | t. 02.720.1020 | m.010.3199.7812
고영훈 〈시간의 흔적 Trace of Time〉 [부분]

Generation 1-The Father<br>2014, Acrylic on plaster, canvas<br>135x200cm<br>
Generation 1-The Father
2014, Acrylic on plaster, canvas
135x200cm

◆제주갤러리 개관기념 특별초대전 개최

제주가 낳은 한국적 극사실회화의 선구자 고영훈의 개인전 《호접몽胡蝶夢》
‘호접몽’은 고영훈의 환영과 실재에 대한 깊은 탐구를 대변
환영과 실재, 이미지와 대상의 ‘구별을 잊는’ ‘호접몽’은 곧 ‘관조’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
완숙기에 접어든 고영훈 작업관의 형성과정을 전반적으로 조망
1970년대 초반 작품부터 2022년 2월 완성한 최신작까지,
환영과 실재라는 회화의 존재론적 화두에서 시작한 50년간의 화업 전반을 다루는 일대기적 전시

제주갤러리는 2022년 3월 개관을 기념하여 제주가 낳은 한국적 극사실회화의 선구자, 고영훈 작
가의 전시 《호접몽胡蝶夢》을 개최한다.

‘호접몽’은 고영훈의 환영과 실재에 대한 깊은 탐구를 대변한다.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바로 그 장자莊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을 전시의 명제로 내세우며, 작가는 실재와 환영, 본질과 이미지, 대상과 회화 사이의 경계와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상태를 넘어 이윽고 ‘관조’의 경지에 도달한 작업 철학을 작품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Generation 3-The Son<br>2014, Acrylic on plaster, canvas<br>135x200.5cm<br>
Generation 3-The Son
2014, Acrylic on plaster, canvas
135x200.5cm

2021년 작가는 《관조觀照: Contemplation》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작가에게 ‘관조’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관찰하는 것이 아닌, 또 아무 의도 없이 보여지는 것을 수용하는 것도 아닌, 즉 능동과 수동의 의미가 내포된 일차원적인 의미의 ‘보다’를 넘어선 단어이다.

어떠한 - 현실에 존재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 대상의 본질을 통찰하여 실재화實在化하는 것이 작가가 말하는 ‘관조’인데 , 이 경지에 이르는 과정이 작가와 도자기(화재), 환영과 실재, 이미지와 대상의 ‘구별을 잊는’ ‘호접몽’이다. 따라서 이번 《호접몽胡蝶夢》은 완숙기에 접어든 고영훈 작업관의 형성과정을 전반적으로 조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전시가 될 것이다.

고영훈은 1974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앙데팡당(Indépendant)》전에 〈이것은 돌입니다〉를 출품하며 주목을 받게 된다. 이것은 당시 추상미술을 주류로 하던 한국 미술계에 일어난 일대 사건인데, 20대 초반에 작가로서의 입지를 구축했다는 작가 개인의 의미를 넘어, 한국 현대미술사에서도 중요하게 평가되는 지점, 즉 한국적 극사실회화 태동의 순간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후 작가는 2차원의 일루전 세계를 3차원 공간으로 확장하는 실험을 감행한다. 문명을 상징하는 책장 위에 돌과 오브제, 꽃과 나비를 배치하며 다양한 변주를 시도하는 1980년대의 〈돌-책〉 연작과 2000년대 이후의 꽃과 나비 등 자연물을 다루는 〈자연법〉 시리즈가 바로 그 결과다.

호접몽 胡蝶夢<br>The Butterfly Dream<br>2017 Acrylic on plaster and canvas 230×420cm<br>
호접몽 胡蝶夢
The Butterfly Dream
2017 Acrylic on plaster and canvas 230×420cm

또한 2000년대 초반에는 고영훈 후기 시대를 대표하는 화재畵材, 항아리 시리즈가 등장한다. 문명의 상징으로 역할 했던 고서의 책장이 이루어낸 배경은 작가 스스로 인식판이라고 부르는, 로제타스톤(Rosetta Stone)의 의미를 함축한 백색 배경으로 진화했다.

극사실적으로 그려진 도자기들은 그 자체로 충분한 회화성을 획득하며, 흰 바탕 위 중력과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은 배치로 추상적인 개념 역시 동시에 구현한다. 작가는 더 나아가 비로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 달항아리를 극사실적으로 화면에 등장시킨다.

이는 재현을 넘어 새로운 실재를 창조했다고 평가 된다.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건 환영이 현실이자 실재 그 자체가 되게 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캔버스를 인식판板으로 삼아 관념 같은 목전에 당장 주어지지 않는 것까지 그리고자 한다.”는 작가의 다짐(2014)과 2021년 개인전을 준비하며 밝힌 “먼 옛날 도공이 자신만의 도자기를 빚었듯, 지금 나도 나만의 도자기를 붓으로 빚어낸다”라는 작가의 말이 그 해석이 될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1970 년대 초반 코트, 군화, 코카콜라 등 일상의 사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극초기의 작업부터 시작하여 지난 2 월에 완성한 최신작까지 고영훈 작가의 화업 전반全般이 소개된다.

숨<br>Breath<br>2022 Acrylic on plaster and canvas 152.5×130.5cm<br>

Breath
2022 Acrylic on plaster and canvas 152.5×130.5cm

환영과 실재라는 회화의 존재론적 화두 안에서 작가가 50년간 치열하게 수행하며 대상의 본질을 ‘관조’하는 경지에 이르는 과정, 곧 ‘호접몽’을 보여주는 고영훈의 일대기적 전시로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한국 현대미술사 연구의 측면에서도 고영훈을 선두로 하는 한국적극사실회화의 흐름을 관찰하고 정립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낮달<br>Daytime Moon<br>2022 Acrylic on plaster and canvas 152.5×130.5cm<br>
낮달
Daytime Moon
2022 Acrylic on plaster and canvas 152.5×130.5cm

이러한 자리는 제주갤러리의 개관과 이를 말미암은 후원으로 실현될 수 있었다. 제주갤러리는 제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중앙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의회와 행정, 작가들이 지혜를 모아 마련한 협력의 공간이다.

작가들의 창작열을 고취시키면서도 전시와 판로까지 이어지는 생태계 구축을 위해 행정과 의회가 힘을 맞대어 제주갤러리를 개관할 수 있었다. 제주갤러리가 역량 있는 제주 작가들의 전시공간이자, 제주의 문화예술을 선보이는 문화공간으로 큰 도약을 이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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