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경 칼럼](32)백가지꽃이야기... 번루(繁縷)
[장미경 칼럼](32)백가지꽃이야기... 번루(繁縷)
  • 뉴스N제주
  • 승인 2023.12.2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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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인
한국허브티앤푸드연구소
사단법인 국제건강차문화원
번루(繁縷)
번루(繁縷)

◇번루(繁縷)

제주의 눈내린 다음날의 겨울 밭 한가운데 푸른 식물이 나지막하게 가늘게여러 갈래길로 앉아 있다.

날이 추워 꽃망울만 맺히고 움츠려서 따듯한 햇볕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별을 닮아 별꽃이라고 불리는 이 꽃은 번루(繁縷)라는 본초명으로 오래전부터 식용과 약용으로 사용되어 왔던 식물이다.

번루라는 말처럼 가느다란 실처럼 여러 가닥으로 나뉘어서 무성하게 있다는 뜻이다. 석죽과의 두해살이풀로 학명은 Stellaria media (L.) Vill. 인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Alsine media L. , Stellaria media var. minor Makino 의 학명을 모두 별꽃으로 인정하고 있다.

장미경 시인
장미경 시인

별꽃속(Stellaria) 식물은 전 세계적으로 약 120종이 있다. 쇠별꽃(Stellaria aquatica (L.) Scop.)와 많이 닮아 같은 속의 두 종은 외관, 생태 분포, 이름 및 기능면에서 유사하며 종종 서로 혼동된다. 별꽃은 닮은 꽃들이 너무 많아 가는잎개별꽃, 개별꽃, 별꽃아재비, 왕별꽃, 큰개별꽃으로 학명이 모두 다르지만 별이라는 이름이 들어간다. 필자가 이야기할 별꽃은 순이 식품으로 등록되어 있다. 영어로는 닭이 쪼아먹는다 하여 chickweed, common chickweed라고도 한다.

한방에서는 성미(性味)가 약간 쓰고(微苦)하고 맛은 달고(甘), 신맛(酸)이 있으며 성질은 약간 서늘하다(凉). 우리 인체의 간(肝), 대장경(大腸經)으로 귀경한다.

주효능은 청열해독(淸熱解毒), 화어지통(化瘀止痛), 양혈소옹(養血消癰) 등이다. 세계약용식물백과사전의 약리적 연구에 따르면 항종양, 항바이러스, 항산화 및 항염 작용이 있으며 주로 플라보노이드 성분으로 apigenin, apigenin-6, 8-di-C-glucopyranosyl, quercetin, saponin 등이 함유되어 있고 개화기에는 gypsogenin이 함유되어 있다.

장염이나 이질, 간염, 충수돌기염이나 산후에 어혈이 몰려 복통이 있을 때 자궁수축 통증에 효능이 있고 머리카락이 희어지는 것, 이가 아플 때, 유선염이나 타박상 및 종기 등에 사용한다.

번루(繁縷)
번루(繁縷)

꽃은 주로 봄에 피는데 제주는 겨울에도 피어 있다. 꽃받침잎은 5장이고 꽃잎은 5장, 언뜻 보면 꽃잎이 10장처럼 보이는데 깊게 2갈래로 갈라지고 꽃받침잎보다 조금 짧다. 줄기를 잘라보면 가는 실 같은 것이 있으면서 속이 비어 닭의 창자와 같다하여 계장초(鷄腸草)라고 부르기도 한다. 동의보감에는닭의십가비라 기록하고 있다.

또 아장채(鵝腸菜), 자초(滋草)라는 이명이 있다. 어쩜 이리도 별처럼 이쁜 꽃에 닭의 창자라는 풀 이름이 붙어 있는지 선인들의 이름을 지어내는 까닭도 필자는 신기하기만 하다.

어린순은 나물로 무쳐먹고 서양에서는 샐러드로 이용되기도 하며 전초를 피임약,치약 대용으로도 쓰였으며 일본에서는 양력 1월 7일에 7가지의 풀로 죽을 쑤어먹는 풍습이 있는데 별꽃이 포함되기도 하였다.

번루(繁縷)
번루(繁縷)

이 밖에도 피부가려움증에 외용제로도 쓰였다. 길가 옆 너무나 흔하게 자리 잡은 별꽃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한다. 흔한만큼 쓰임새가 너무나 많아서일까? 내 가까이에 있는 것이 더욱 소중하다는 명언을 다시 한번 필자로 하여금 깨닫게 하는 순간이다.

필자가 언젠가 번루를 겉절이 하듯 무침하여 맛있게 먹는 장면을 SNS에서 본 적이 있는데 다양하게 활용해보아도 좋을듯하다. 마치 봄에 나오는 돌나물을 살짝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농사철 그저 귀찮은 잡초로 취급되는 만큼 약을 치는 곳에서 따는 것은 주의하길 바란다. 뿌리가 너무나 널리 퍼져서 한 덩어리 캐면 한끼 식사거리는 거뜬할 것 같다.

번루(繁縷)
번루(繁縷)

꽃말은 추억, 밀회라고 한다. 필자가 한 겨울 이 꽃이 하필 생각이 났는지는 모르지만 하늘에만 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낮은 땅에서도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음을 그래서 우리의 눈높이도 가끔은 낮추어 바라볼 때 비로소 우리의 현안을 바로 세울 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꽃 망울만 잔뜩 맺혀 있는 번루를 차로 만들어 보았다. 맛은 달고 싱그런 오이 껍질향이 난다.

작은 물병에 담아 놓았는데 내일쯤 꽃이 피려는지 의문이다. 혹여나 크리스마스에 이 작은 별꽃을 볼 수 있는 독자분들은 이 작은 꽃으로 한아름 테이블을 장식함이 어떠할지 추천해본다.

혹은 작은 티파티에 별꽃 파티는 어떠할는지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올 한해 열심히 열정적으로 임하리라는 각오가 무색하게 2023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아쉬움도 없이 그냥 최선을 다하는 삶에 만족하면 되지 않을까? 꽃말처럼 추억을 회상하며 내년 2024년 용의 해에는 모든이에게 근사하고 축복이 가득한 해가 다가오기를 바램해본다.

크리스마스에 즐거운 연휴가 되기를 바라며 필자는 2024년에 새롭게 독자 여러분과 만나기를 희망한다.

HAPPY NEW YEAR!!

번루(繁縷)
번루(繁縷)
번루(繁縷)
번루(繁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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