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식 비상도민회의 상임공동대표"한 번 훼손된 환경 되돌릴 수 없어"
신비의 섬, 제주
제주는 이제 전 세계인들이 찾아오고 싶은 유명 관광지가 됐다.
그러나, 제주에는 오래전부터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제2공항 문제다.
지난 2015년 11월 성산지역이 제2공항 예정지로 발표되고 나서 8년여 동안 제2공항은 찬성과 반대의 찬반으로 갈린 갈등으로 수많은 난항을 거듭하며 지금까지 왔다.
한편에서는 제2공항이 국책사업이고 환경부에서 조건부 전략환경영향평가까지 동의했기 때문에 곧 공사를 착수할 거라고 자신했지만, 또 다른 반대의 입장에서는 환경이라는 문제를 걸고 제주 지키기를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최종적으로 제주도민들의 주민투표가 남아 있다고 하지만, 사실상 이 문제도 국토교통부 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하고, 현 국토부 장관이 전 제주도지사였던 원희룡 장관인데, 원 장관은 주민투표를 반대하는 입장이라 이 또한 시원스럽지 못하다.
어쨌든 제2공항 기본계획안이 국토부에서 제주도로 보내졌고, 제주도는 5월 말까지 도민 의견수렴을 거쳤다.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의견수렴 기간 총 2만 5729명의 의견이 접수됐고, 제주도는 수렴한 도민 의견을 도내전문 연구기관에 의뢰, 유형화한 뒤 6월 말경에 국토교통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아쉬운 점은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입장이다. 지난 4월 13일 도정질문에서 오 지사는 "찬반의 입장이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치와 철학이 다를 수도 있다"라며 "갈등으로 인해 도민에게 끼치는 피해가 더 클 수 있으므로 저로선 신중할 수밖에 없다"라며 자신의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제2공항 찬반 단체의 대표로 있는 두 분과 만나 각각의 의견을 들었다.
먼저 오병관 제주 제2공항 성산읍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견해를 들었다.
제주 제2공항 성산읍추진위원회 위원장을 5년 동안 맡고 있다는 오병관 위원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제주도가 찬성과 반대로 팽팽하게 맞서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자 “애초에 제2공항은 도민의 숙원이었고 제주공항이 포화상태여서 도민들의 요청으로 국가가 받아들여서 검토를 한 후 발표를 하게 된 것”이라며 “2015년 발표 당시에는 80% 이상이 찬성하다가 2019년 이후에 반대여론이 형성됐고, 언론이나 방송사들이 도민 여론과 도민의 의견을 중시하는 것처럼 밀어붙여서 도민들의 호응을 받아낸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반대 측에 대한 자기 생각을 내비쳤다.
또, 주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의견들이 거세어지고 있는 점에 대한 질문에 오 위원장은 “제2공항처럼 첨예한 시설을 건설하는 문제를 갖고 도민들에게 단순하게 ‘합시다, 맙시다’라고 묻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고 이런 문제는 정부에서 직접 해야 한다”며 “또, 정부에서 제2공항을 발표할 때 이미 모든 것을 다 검토를 해서 발표를 한 것이기 때문에 이제 와서 주민투표 운운하는 것은 여론을 결국 찬반만 팽팽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라고 말했다.
특히, 숨골이나 조류충돌 등 환경문제로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 오 위원장은 “제주도 전역이 다 숨골이다. 제주공항도 활주로를 걷어내면 전부 숨골”이라며 “숨골이 어떻다. 조류충돌이 어떻다 하며 반대를 하는 것은 반대 논리가 바닥났기 때문”이라며 자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기자는 다시 줄기차게 반대를 표명하는 박찬식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임공동대표를 만났다.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임공동대표한테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묻자 “한마디로 공항보다 제주도가 포화상태이기 때문"라며 말문을 열었다.
박 공동대표는 또한 “2000년에 400만이였던 관광객 수가 2016년에는 1500만 명을 넘기면서 과연 제주의 적정 관광객 수는 얼마냐는데 초점이 맞춰졌고, 제주도가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받아낼 수 있겠느냐 하는 데 대한 문제들이 제기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8년 도지사 선거 때 녹색당의 고은영 후보가 다른 후보들한테 적정 관광객 수가 얼마나 되느냐고 질문했고 거기서 주요 도지사 후보들이 답변을 했던 게 2000만 정도였다”며 “지금은 관광객이 1500만 정도에서 정체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박 공동대표는 “제2공항을 결정할 당시에 연간 공항 이용객 수는 4600만명 수요를 예측했다”며 “4600만이면 관광객 수로 따지면 한 2천400만에서 2천500만명 정도 된다. 공항 이용객은 출발·도착을 따로 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당시 늘어나던 추세로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거라 예상을 했는데, 이번에 나온 기본계획안에서는 4000만 정도로 줄었다”며 “그렇다면 그 정도만 해도 이미 대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굳이 두 개의 공항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며 “제주도가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느냐는 문제를 먼저 봐야 하는데, 제2공항은 그것에 대한 고려가 없이 무조건 늘어날 거로 생각하고 만들어진 계획이기 때문에 첫째로 잘못됐다고 보는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피력했다.
그는 “두 번째는 성산이라는 지역이 공항 입지로서 정말 타당하냐 하는 환경적 문제를 들 수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전략환경 영향 평가 단계에서 환경 전문 기관들이 많은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고 말했다.
박 공동대표는 “그 중에서도 몇 가지 중요한 환경적 이슈 중의 하나는 조류충돌과 조류서식지 보호가 양립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며 “구좌읍 하도 서식지부터 시작해서 종달리 그리고 오조리, 신산리, 신천리로 이어지는 철새 도래지 벨트가 있다”고 제기했다.
이어 “당연히 충돌의 위험성이 높다”며 “이 조류충돌 위험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철새 도래지들을 없애서 철새가 못 오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콘크리트로 그 위를 전부 덮어버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전략환경 영향 평가에서도 공항부지 주변의 육상 조류들에 대해서는 서식지 이동을 유도하겠다는 대책을 마련했지만, 바닷가 철새 도래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형편”이라고 했다.
그는 환경적 이슈 중의 두 번째는 숨골 문제라고 했다.
특히 그는 “처음에는 숨골이 8개 있다고 했다가 우리가 직접 주민들하고 조사해서 180여 개를 발견하니까, 국토부에서 다시 조사해서 153개를 확인했다”며 “문제는 이 숨골에 대한 보존 가치를 평가하라고 환경 전문기관들에서 국토부에 요구했다. 그런데 숨골의 보존 가치가 뭐냐면 빗물이 빨리 땅속으로 들어가게 만들어서 홍수도 예방하고 지하수도 함양하는 것이 숨골의 가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국토부는 이걸 어떻게 평가를 했냐 하면 마치 문화재 평가하듯이 해서 지하수 함량 기능이 몇 퍼센트인지, 그리고 원형은 잘 보존돼 있느냐 없느냐, 주변 접근성이 있느냐 없느냐로 평가를 했다”며 “그 결과 숨골 153개 중의 21개만 보존 가치가 있다고 평가를 했다. 그리고는 숨골이 별 문제가 안 되는 거로 만들어 버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공동대표는 “이 두 가지가 환경에 있어서 가장 큰 이슈이고 그다음에 소음 문제하고, 법정 보호종들에 대한 이주대책 등이 있는데, 이런 문제들이 나오는 이유 자체가 성산지역이 공항을 짓기에 환경적으로 좋은 입지가 아니라고 하는 게 그동안 환경 전문기관들이 계속 지적한 문제들”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사례로 살펴봤을 때 국책사업이면서 환경부 승인을 얻으면 거의 사업이 이루어졌다는 말들이 있는데 그렇다면, 제2공항도 결국에는 건설될 거라는 얘긴데, 이것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은 어떤지에 대해 묻었다.
박찬식 공동대표는 “90% 이상 공항 건설이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생각을 해보라. 지금 환경영향평가가 만약에 올해 말에 고시했다고 치면, 그다음에 설계를 하게 된다. 본 설계하고 실시 설계를 하게 되는데 실시 설계에 따른 본 환경영향평가를 하는데도 대략 2년 정도 걸린다. 그러면 25년 말이나 26년 초쯤에 환경영향평가서가 제주도로 넘어올 거다. 다른 시도는 협의 대상이 환경부지만 제주도만 제주도 특별법에 따라서 제주도지사가 협의 대상”이라며 “제주도지사가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서 동의를 안 해주면 못하는 거다. 그리고 도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2026년 초면 그해 지방선거가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쪽인지 저쪽인지 아무 결정도 못 한다. 도지사든 도의원이든 그것을 결정하면 완전히 풍비박산 날 텐데,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은 다음 대선의 쟁점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는 것.
박찬식 공동대표는 또 “제2공항의 핵심적인 포인트 중의 하나는 24시간 운항할 수 있는 국제공항이었다”며 “제주공항은 소음 피해 때문에 야간 운영이 어렵고, 그래서 지금 공항만으로는 어렵고 24시간 운항할 수 있는 공항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방법의 하나로 활주로를 바다 쪽으로 하나 더 만들든가 아니면 현 공항을 아예 문을 닫고 활주로 2개짜리를 놓을 수 있는 곳으로 공항을 옮기자는 두 가지 주된 안이 제기됐었다”며 “김영진 국민의 힘 제주갑 위원장이 2015년 당시에 관광협회장을 했었는데, 그 당시에 그는 ‘새로운 공항의 절대적인 전제조건이 24시간 운영이다. 24시간 운행되지 않는 공항은 장점이 없다.'라고 강력히 주장한 적 있다. 그렇게 주장했던 분들이 지금 제일 제2공항을 반대해야 하는것이다. 지금 성산 제2공항을 지어버리면 24시간 공항은 완전히 물 건너가는 거다. 그런데, 국민의 힘에서는 지금 다들 찬성하고들 있다. 다분히 정치적이라 안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힐난했다.
박 공동대표는 “제주도에서는 새로운 공항이든 기존 공항 확충이든 무엇을 하든 사실은 24시간 공항이 그렇게 필요할 거로 생각지는 않는다. 아직 제주도가 국제관광지라고는 하지만 주로 동아시아권에서 많이 오는 편이고 또 중국 관광객들이 직통으로 오는 편이기 때문에 굳이 필요하겠냐는 생각을 한다”며 “어쨌든 제주도가 국제적인 관광지가 될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어서 그렇게 하자, 미래를 보고 하자는 의견들이 있지만, 환경이라는 건 한번 훼손되면 되돌릴 수 없기에 많은 고민과 후손들의 미래를 생각하는데 많은 시간을 두어야 할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