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김정련 동시집 꽃밭이 된 냉장고
[신간]김정련 동시집 꽃밭이 된 냉장고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2.11.16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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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정련/ 그림 김민경 / 157*203 / 105쪽 / 12,000원 / 979-11-6867-055-6 (73810) / 한그루 / 2022.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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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엄마와 바쁜 아이들, 꽃밭이 된 냉장고가 알려준 마음

김정련 작가의 다섯 번째 동시집이다. 이번에도 엄마가 동시를 짓고 딸이 그림을 그렸다. 총 4부로 나눠 52편의 동시를 실었다.

이번 동시집의 시작은 냉장고에서 비롯했다. 늘 바쁜 엄마가 어느 날 냉장고를 열어보니 그 안에서 배추가 꽃을 피웠다는 것. 엄마는 많은 생각을 하고, 이후로 바쁨을 조금씩 버리기로 했다는 것. 그랬더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아이들의 모습과 자연의 경이와 일상의 행복이 다가오고, 그 마음이 동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교훈을 주거나 상징이 가득한 작품보다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동시로 채워졌다. 작은 움직임, 가까운 사람, 익숙한 공간에서 건져올린 글감이라 쉽게 읽으며 공감할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의 일상을 세심하게 살피고 그 속에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며 많은 것을 베풀어주는 자연이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전하고 있다. 또한 친구와 가족의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곁에서 함께하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과 소중함을 한껏 담았다.

■ 저자 소개

동시 김정련

제주도 애월읍 광령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우렁각시 가족들 덕분에 매일 행복합니다.

2016년 아동문예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습니다.

한국편지가족, 새마을작은도서관 지도자, 아라신문 기자, 제민일보 도민기자, JIBS 마을기자, 제주아동문학협회 활동을 하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콩벌레》, 《뽁뽁이》, 《징검돌 버팀돌》, 《방귀 뀌는 로션》, 《꽃밭이 된 냉장고》가 있습니다.

그림 김민경

제주대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신나게 지내고 있습니다.

엄마의 동시집 《콩벌레》, 《뽁뽁이》, 《징검돌 버팀돌》, 《방귀 뀌는 로션》, 《꽃밭이 된 냉장고》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 목차

1부 유채꽃 마중

네 잎 클로버 | 다르다 | 불쑥 | 시냇가에서 | 우산 | 책가방 | 맞고는 못 살지 | 유채꽃 마중 | 민둥산(용눈이 오름에서) | 겨울나무 | 해바라기 | 날개 | 가로등을 위하여 | 줄기의 인사

2부 내 맘도 모르고

해님의 질투 | 붕어빵 | 네블오렌지 | 거미불가사리 | 비닐봉지 | 봄동 배추 | 편식장이 | 내 맘도 모르고 | 전화 한 통 | 봄날 | 위대한 유전자 | 천천히 다녀요

3부 밤송이 대포

코끼리 코의 마법 | 이상한 사람들 | 현수막 | 돌덩이를 넣은 듯 | 독수리 연 날리기 | 밤송이 대포 | 주름 | 해수욕장 파도 | 재량휴업일 | 우렁각시 1 | 우렁각시 2 | 우렁각시 3 | 우렁각시 4 | 우렁각시 5

4부 우리가 있어야 된대

마스크도장 | 주차장에서 | 이름 알리는 방법 | 비 내리는 날 | 시집가는 봄 동산 | 드라이브스루 | 우비 입은 참깨 | 호랑나비 기상예보 | 혀만 할 수 있는 일 | 배우고 싶은 마법 | 아빠 자랑 | 우리가 있어야 된대

■ 작가의 말

늘 바쁜 엄마가 있었어요. 어느 날 그 엄마가 냉장고를 열었다가 화들짝 놀랐대요. 냉장고 안에서 배추가 꽃을 피운 거예요. 꽃밭이 되어있었지요. 꽃을 보는 건 반갑지만 배추가 저리 되도록….

그날 엄마는 생각을 많이, 아주 많이 했대요. 이후 바쁜 엄마는 조금씩 바쁨을 버리기로 했대요. 그랬더니 세 잎 클로버 속에서 파이팅을 외쳐주는 네 잎 클로버도 보이고, 비가 온 뒤에 목청이 트여서 큰소리로 노래하는 시냇물도 만나지더래요. 누구 이야기냐고요? 맞아요. 눈치 채셨죠?

동시집을 출간할 때마다 제 맘은 늘 혼란스러워요. 냉장고 안에서 꽃을 피운 배추를 보는 것처럼 설렘도 있지만 두렵기도 해요. 이게 동시야?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면 어쩌지? 하는 맘과, ‘작가님이 만난 시간과 공간이 느껴져요.’라는 독자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공존하거든요.

그래서 책을 출간하는 일은 늘 용기를 필요로 한답니다.

첫 책을 낼 때는 딸들이 용기를 줬었어요. “엄마, 난 엄마 글이 참 좋아. 엄마가 보고 듣고 만난 공간과 시간과 그때의 맘이 고스란히 느껴져.”라고. 그 한마디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힘이 났어요. 그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다섯 번째 동시집이네요. 용기를 내지 않고 망설였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지요.

수업하다 보면 동시 쓰는 아이들을 가끔 만나요. 그 아이들이 저에게 물어요. 어떻게 하면 시인이 되는지를. 저의 대답은 “일단 한 줄이라도 써보세요.”랍니다. 시작이 반이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아이들은 열심히 끄적여요. 저는 그 아이들에게 폭풍칭찬을 하지요. 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멋진 동시를 들고 다시 찾아온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작하는 것을 어려워한대요. 스스로 충분한 재능이 없어서 성공할 수 없다고 단정하거나, 주위 사람들의 인식 때문에 시작조차 안 한다는군요. 그래서 무슨 일을 할 때 큰 용기가 필요하지요. 용기를 내서 시작하는 것이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끝마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용기를 내서 시작해보세요. 가끔 포기하고픈 순간도 생기겠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잘하게 될 거예요. 늘 시작을 응원할게요.

■ 책 속에서

네 잎 클로버
단체사진
찍고 보면
혼자 파이팅 외친 아이
꼭 있지.

아무도
모를 것 같지만
결국 눈에
꼭 띄지.

세 잎 클로버 속에
숨어 있는
너도, 그래

봄날

햇살이 내려요.
봄 햇살이 내려요.
놀이터 가득 내려요.
미끄럼 타는 아이들
엉덩이 따뜻하게

시소 타는 아이들
정수리 따뜻하게
가지에 솟은 꽃눈
살며시 벌어지게
꽃잎이 날려요.
꽃비가 날려요.
놀이터 가득 날려요.
아이들 미끄럼 타도
엉덩이 젖지 않게
아이들 시소 타면서
목덜미 간지럽게
가지에 붙었던 꽃잎들
신나서 날아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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