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유단슬 개인전 '모두 너를 떠났다' 
[전시]유단슬 개인전 '모두 너를 떠났다'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2.06.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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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스튜디오126 신진작가 개인전 지원 프로젝트
2022.5.25.(수) - 6.7.(화) 스튜디오126 (제주시 관덕로 14-4)
유단슬 개인전 '모두 너를 떠났다

기초예술공간이자 대안공간인 스튜디오126은 2022년, 작가들에게 경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경력을 함께 만들고자’ 공모를 마련했다.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개인전을 계획 중인 신진 작가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했으며 3인이 선정되었다.

이들에게 전시 공간을 제공하고 기획 및 서문, 작품 제작, 포트폴리오 제작에 관한 멘토링을 디렉터가 직접 지원하여 그들의 첫 걸음과 다음을 격려한다. 이들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중진 진입기 작가들이 온라인 심사를 진행했으며 추후 워크숍도 주도할 예정이다.

전시 이후에도 다른 기관에 지원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와 CV, 작가노트 제작에 관한 멘토링 또한 제공한다. 그 두 번째 전시로 유단슬 개인전 <모두 너를 떠났다>를 개최한다. 6월 13일(월)부터 6월 30일(목)까지 18일간 회화 작품 10점과 드로잉 작품을 선보인다. 한편, 스튜디오126은 2022 제주문화예술재단 창작공간 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후원을 받는다.

자세한 사항은 스튜디오126 인스타그램 계정 (www.instagram.com/studio126_jeju)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I. 전시개요

- 전 시 명 : 유단슬 개인전 <모두 너를 떠났다>
- 전시기간 : 2022.6.13.(월) - 6.30.(목) / 18일간
- 전시장소 : 스튜디오126 (제주시 관덕로 14-4)
- 관람시간 : 10:00 – 17:00 / 일요일 휴관
- 장르 / 작품수 : 회화 10점 및 드로잉 작품
오프닝 : 2022.6.16.(목) 특별한 행사는 없으나 관람객에게 다과 제공 예정

II. 전시내용

 “사람들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만 배우는 법이다.”라는 괴테의 말처럼, 부모의 사랑으로 둘러싸인 아이는 주변을 향한 다정한 태도를 배우고 평생을 이어간다.

보편적으로, 인간은 태아로 존재할 때부터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엄마의 뱃속에서도 자신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 요소를 흡수하여 체화하기 때문이다. 출생 후, 아기는 가장 먼저 가정이라는 사회와 마주한다. 비로소 태교의 개념에서 벗어나 양육과 교육의 단계로 진입하는 시기다.

현대 사회에서는 양육이나 교육의 개념이 확장되어 다변화되었다. 어린이의 고유한 능력과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는 상호존중의 태도를 견지하게 하여 아이를 더욱 바르게 성장하도록 돕는다. 우리 사회는 세대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문화가 지배하였으며, 교육에서는 체벌의 비중이 커진다.

당시에는 ‘부모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덧씌워지거나 포장되었던 개념들이 현재는 학대와 체벌로 읽힌다.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오랜 시간 단단해진 알맹이는 껍질이 해체되며 시대를 불문하고 부정적인 형태로 발현한다.

유단슬 작가는 ‘아동학대’를 주제로 작품을 다룬다. 폭력을 감지하게 되는 순간은 다양하며 직접적인 행위뿐만이 아니라 간접적인 체벌도 학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 범주에는 신체를 볼모로 한 협박, 소외도 포함된다. 부모의 간접적인 체벌은 자녀에게 실제 체벌을 받을 때와 동일한 공포를 안긴다.

어른이라는 미명하에 모든 것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하거나 희생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거나, 완벽함을 바라는 욕심은 아이들을 억압한다. 또한,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강제되는 행위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를 상실시켜 박탈감으로 이어진다.

아동의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확대해 생각해보면, 이번 전시는 인간에게 행하는 정신적 폭력의 심각성에 주목할 수 있게 한다. 개인이 살아오며 겪은 어떤 감정과 경험들, 물리적, 정신적으로 자신을 가두고, 생각이나 관념을 주입하고, 여타의 의견은 죄로 치부했던 사람, 집단, 상황을 상기시킨다. [권주희 디렉터]

무력한 양육자는 살기 위해 아이를 붙잡고, 매달린다. 그리고 그 아이를 사랑하는 과정에서 종종 폭력이 발생한다. 주로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너를 위해 내 인생은 포기했다’, ‘너 때문에 산다’와 같은 말과 행동들이다. 이러한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성장한 아이는 존재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

따라서 본인은 이 고통에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비슷한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고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면 했고, 결국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당신은 그저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론 누구의 인생도 망치지 않았다고.

아이에게 잘못을 부여하는 바보 모자(dunce cap)를 얼굴에 쓰고 그 끝에 뚫린 구멍으로 한곳을 응시한다. 그곳엔 물이 담긴 그릇이 있다. 예부터 엄마들은 장독대에 정화수 한 그릇을 떠놓고 물에 비친 달에게 가정의 평화와 자식의 안녕을 빌고 또 빌었다.

화면에는 속죄를 위한 물과 처벌받는 대상이 반복하여 등장한다. 인물은 양육자의 사랑을 상징하는 그릇과 그 물에 비친 달을 보며 강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지? 내가 어쩌다가 그들의 인생을 망쳤지?’. 부모의 인생을 망쳤다는 죄의식은 부모에게 처벌받고 싶다는 욕망으로 발전하며, 이들은 처벌을 통해 속죄를 얻고자 한다.

아동학대 피해자는 생존자라고 불린다. 사람들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고, 때로는 세상에 내던져졌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 존재들은 너무 불안정하고 위태로워 정착하고 싶어 하지만, 어디라도 머무르기 어렵다.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떠돌수록 이들의 정착에 대한 갈망은 커진다.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서 오는 막막함, 세상에 내던져졌다는 두려움, 혼자 남겨져 이런 순간들을 견뎌낸다. 강가에는 배가 정박할 때 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배를 묶어 두는 말뚝인 계선주(a mooring post)가 있다. 이 말뚝은 어디라도 매어있고 싶은 불안한 존재들을 대변한다.

이들은 묶어두지 않으면 떠내려가 사라지는 배처럼, 살아남기 위해 강가에 있는 말뚝에라도 묶여야 한다. 하지만 그 말뚝에는 아무것도 묶여있지 않다.

잘못을 같이 저질렀던 사람이 늘어날수록 죄책감은 반비례하여 줄어든다. ‘집단적 범죄’를 특별히 눈여겨 보아 엄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류는 ‘나 때는 다 그렇게 자랐다’며 집단범죄를 되풀이한다.

책임과 신중함이 결여된 상태로 부모가 된 사람들이 가하는 아동학대는 알려져도 개입하는 게 쉽지 않기에 아주 위험한 유형의 범죄 군상이다. 이러한 인류의 집단범죄는 전 세계적인 사회문제다.

[유단슬_작가노트]

※ 관람 시간은 매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입니다. 일요일은 휴관입니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자세한 사항은 (010-9036-3551 권주희 디렉터)로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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