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글 칼럼](17)심돌, 추억하다
[현글 칼럼](17)심돌, 추억하다
  • 뉴스N제주
  • 승인 2020.06.0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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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돌, 추억하다

-현글

소낭 밭에 꿩 한 마리 기웃대다
미친 척 던진 돌멩이 하나에
꼼짝없이 푸드득 거린다
갈대밭 사이사이 연못에선
헤엄치는 잡동사니 물고기 떼
전깃줄에 줄줄이 둥둥 떠다닌다
퐁낭 아래 어르신들 장기내기에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면
숨죽이던 매미 떼 시끄럽게 요란하다
폼 잡고 지나가던 나그네는
"여보세요, 여기가 어디에요?" 물으면
서울말 쓴다고,
예의 없다고, 눈뜨고 다니라고
겁박(?)받아 줄달음친다.

파노라마처럼 불현듯
다가오는 구전口傳
햇살 받아 더 선명하게


심돌,
휘청거린다.
키가 커져 이젠
이웃 담 너머 숨은 정情을
들여다보면 볼 수 있으련만
오오,
키 작았던 담벼락은
더욱 높아만 가네.

※소낭:소나무 ※퐁낭: 팽나무
※심돌:시흥리(올레길 1코스) 옛 이름

현글(현달환) 시인
현글(현달환) 시인

시흥(始興), 제주가 시작되는 곳이다.
시흥(始興), 문자 그대로 '비로소 흥성하는 마을'. 옛 이름은 심돌개에서 온 심돌 혹은 심똘이다. 한자를 차용하여 역석포(力石浦), 역돌포(力乭浦) 등으로 표기하여 오다가 1905년부터 시흥리로 바뀌었다.

마을 주민들이 대대로 단결력이 좋고 마을공동체의 위력이 막강한 것은 '심돌(力乭)정신'이라고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어려움과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삶의 정신은 어떠한 마을 규약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주민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고향이라는 이름으로 가슴에 남아있는 심돌은 아름다운 추억들이 많다. 심돌, 시흥리라는 마을은 두 개의 상, 하동으로 나뉜다. 거기에 다시 2개의 구, 즉 상동에는 1구와 2구로 나뉘고 하동은 3구와 4구로 나뉜다. 어릴 적에 마을 단합대회, 체육대회 등을 할 때는 각 구별로 편을 나누고 행사를 했다.

지금은 각 마을에 있는 지명을 따서 나뉘기도 하지만 그래도 과거에 구별로 나뉜 이 더욱 단합이 잘되고 승부욕이 컸던 것 같다. 열띤 승부욕으로 다투기도 하지만 그래도 행사가 끝나면 한 잔의 술로 모든 사건(?)을 마무리 한다.

마을의 힘은 그것이다. 단합대회를 하는 이유도 재미보다는 마을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그런 행사를 함으로써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존재감도 부각되고 가정의 단합까지 이룰 수 있다.

우리는 어절 수 없이 사람인지라 고향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다. 떠나 있어도 마음속에 항상 그리운 것이 고향인 것이다. 왜냐하면 고향에는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 추억을 잊지 못해 다시 한 번 그곳을 찾아가는 이유인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 추억이 없으면 아이들은 고향을 모르고 고향을 떠나고 고향을 잊어버린다. 고향은 늘 탓하지 않고 기다려주고 맞이해주고 응원해주는 자궁처럼 소중한 곳이다. 나의 고향을 아름다운 주말을 맞아 찾아 떠나보자. 그리고 추억하자. 어느새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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