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기 응원연습 인권침해, 학생들은 ‘인간 전광판’이 아니다
백호기 응원연습 인권침해, 학생들은 ‘인간 전광판’이 아니다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4.03.2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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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백호기’ 응원연습 인권침해 조사하라!
제주학생인권조례TF 등 단체 논평

‘제주일보백호기전도청소년 축구대회’(이하 백호기)가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 동안 열린다.

그러나 백호기 축구대회에 참가하는 도내 일부 학교들의 응원연습 과정은 대회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반인권적인 면모를 보여오고 있다.

2024년 3월 18일 단체가 받은 제보에 따르면 도내 여러 고등학교의 백호기 연습에서 일어나는 반인권적인 상황은 매우 적나라하다. 서귀포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제보 학생은 “학생회 간부들은 체육관에 대열 맞춰 서 있고, 응원하는 학생들은 정렬을 맞춰 체육관에 들어가 자신이 위치한 구역에 들어가 서는 모습에 이질감을 느꼈다”라며 지적했다.

녹취록을 통해 접한 응원연습의 폭력적인 실상은 더욱 문제적이었다. 대열을 맞추고 응원이 시작되면, 학생회장의 지시에 따라 학생회 간부들은 동원된 학생들을 향한 인권침해적 발언들을 쏟아낸다. 대답은 “악”으로 하라고 학생들에게 지시하며 학생회 간부들은 뒷짐을 지고, 정렬된 학생들 사이 사이를 지나다닌다. “목소리 봐라”, “배운게 맞냐”, “웃음이 나오지”, “손동작 똑바로 안하냐”, “뒤돌아보지 마라” 등 학생을 인간이 아닌 응원 도구로 보는듯 소리친다.

물론 학생회와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이 응원연습을 거부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제보학생은 “실질적으로 응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따라오는 모든 부당처우와 인신공격, 협박어린 말은 모두 학생 개인에게 돌아가고, 결국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도망친 학생을 반기는 것은 오로지 외면과 열등 인식뿐이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학생회의 인권침해를 막아야 할 교사들은 오히려 반인권적인 응원연습의 결과물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심지어는 학생들에게도 이를 자랑스럽게 여길 것을 강요한다. 교사들이 이러한 모습을 방관하는 모습들은 사실상 학교가 백호기 응원연습 과정의 인권침해를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의미다. 제보된 인권침해 사안들은 단순히 일부 학생회의 일탈이 아닌 고질적 폐습이며 학교 내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굳게 반증한다.

일부 학교들이 학생들을 응원연습에 강제적으로 동원하고 인권침해적 행위를 묵인하는 것은 초중등교육법 제18조에 따른 학교의 학생인권 보장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요, 정규교과 이외 교육활동의 자유,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보장하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학생인권조례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일부 제주 지역 고등학교들의 반인권적 백호기 응원 연습을 규탄하며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학생을 ‘인간 전광판’이 아닌, 독립적인 주체로서 존중하라!

학생의 실질적인 선택권을 보장하고, 응원전 참여학생과 미참여 학생에게 처우격차를 두지 마라!

도교육청은 도내 학교들의 반인권적 응원 연습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라!

단체 연명: 제주학생인권조례TF, 제주 청소년 평화나비, 전교조제주지부,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청소년인권모임 내다, 교육노동자현장실천, 제주 녹색당, 진보당 제주여성-엄마당, 새시비비, 인권교육온다, 녹색정의당 청소년위원회, 청소년녹색당, (사)아름다운청소년이여는세상, 북카름, 아름다운 붉은 선, 인권교육센터 들, 학생상담 자원봉사자회, 화북동새마을부녀회, 학생상담회 (19개 단체)

개인 연명: 정재연, 이연주, 강수민, 최희정, 황시은, 양인숙, 서재훈, 안석범, 강영숙 ,이상영, 은종복, 강민수, 백호영, 백숙희, 강동헌, 하늘, 추수산, 양상호, 박정주, 김다운, 황용운, 진영림, 서신심, 배경내, 김도현, 고동환, 오지은, 하유진, 추현우, 김명완, 박은서, 와플(정서희), 김경미, 박상준, 수영, 최이안, 이진영, 박선희, 현경윤, 조백기, 강유미, 임유신, 백민해, 양은희, 김영서, 박진아, 최성희, 안진형, 배준헌, 안명희, 장병순, 이명용, 이아란, 이재현, 최승훈, 강대준, 진수은, 임채원, 이희수, 고은영, 임상엽, 정나연, 김수현, 김수현, 엄문희, 이길훈, 김용성, 김순열, 김재현, 양가연, 박효진, 성보란, 임정윤, 김정도, 염경미, 안유진, 최석윤, 현혜숙, 양문희, 황고운, 심여운, 박마리, 윤아름, 김방현, 이보은, 신현정, 부순정, 장석화, 김성애, 김유리, 고길천, 강순아, 연혜원, 김이승현, 강천희, 최유리, 박겸도, 강길용, 이세경, 박수영, 김지혜, 이건희, 김선화, 정근효, 양지혜, 김상애, 박봉자, 이설희, 추정자, 김순애, 김정숙, 김진, 김나혜, 김미소, 진두영, 강현종, 남희정, 현채희, 손지은, 민선하, 김태현 (백호기 강압적 응원연습을 반대하는 사람들 13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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