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일변도 공약과 빌딩·아파트·농지 등 부동산 재산 목록 일맥상통
허향진 국민의힘 제주도지사 후보가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에 40억여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대학총장 시절 연속해서 전국 국·공립대 총장 46명 중 재산순위 1위에 올랐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부자가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만 공직 생활 중 집중해서 돈으로 돈을 불린 듯한 허 후보의 부동산 일변도 재산 목록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허 후보의 재산신고 현황을 보면 빌딩과 상가 등 건물 5개에 33억2000여만원, 과수원 등 토지 5필지에 6억7000여만원으로 부동산이 대부분이다.
이미 자녀들에게 증여하거나 매매한 부동산은 포함하지 않아도 이 정도다.
교수와 총장일 때 제주의 상속받은 땅을 팔거나 건물을 짓고, 1채만도 십수억에 달하는 서울의 아파트들을 사고팔면서도 많은 양도차익을 얻었음을 부동산 거래 내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쯤되면 교수도, 총장도, 도지사 후보도 아닌 막대한 부를 축적한 부동산 투자의 전문가로 직업을 바꿔도 손색이 없다.
허 후보의 부동산이 특히 관심을 끄는 건 봉개동 소유의 농지 사례와 같이 치밀하게 준비된 투기성 거래 정황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허 후보가 봉개동 농지를 취득하기 1년 전 봉개동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시설 연장 운영이 성사되면서 제주시와 주민대책위원회 간 체결한 협약이 있다.
당시 협약에는 자연녹지지역을 제1종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됐으며, 허 후보의 토지 일부가 바로 이 구역에 포함됐다 추진 상황에 따라 건폐율이 현재 20% 이하에서 60% 이하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와 맞물려 밭으로 이용하던 지적도상 도로를 2021년에 복구해 확·포장 공사를 진행하고, 상하수도까지 연결한 것을 보면 차곡차곡 개발 절차를 밟고 있음이 드러난다.
허 후보의 부동산에 대한 남다른 집착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한화 꿈에그린 3단지 아파트 임대분양과 관련해 시행사 대표와 분양대행사 대표가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된 일이 있었다.
실제 당첨자 13명을 제외하는 대신 다른 낙첨자를 당첨자로 조작한 사건이었는데, 당첨자로 조작 변경된 문제의 13명 중 1명이 바로 제주대 총장이던 허 후보였다.
허 후보는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임대 계약을 철회했다”고 밝혔지만, 최근 KBS는 허 후보가 총장 퇴임 후부터 올해 초까지 거주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예전 유명한 개그프로그램에서 졸부의 행태를 희화화했던 ‘있는 사람이 더한다’는 말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허 후보는 최근 오영훈 후보와의 TV토론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고 제주의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올라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아파트를 가진 사람과 안 가진 사람의 빈부격차도 더 벌어지고 있다”거나 “젊은 사람의 내집 마련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말도 했다.
말만 들으면 자신이 마치 ‘임대분양 당첨자 조작 사건’의 피해자이고, 자녀들의 집 마련 문제를 걱정하는 서민인 것만 같다.
토론회에서 제주에 아파트 공급 물량이 부족하다며 택지개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도 어쩌면 또 다른 투자를 위한 것인가?
허 후보가 발표한 개발 일변도의 공약과 부동산 재산 목록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허 후보는 40년간 교수를 지내 ‘노련하고 참신한 정치신인’이라고 자신을 드러내고 홍보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부를 축적해온 지역의 토호이자 부동산 투자의 귀재에 불과한 우리 시대의 그릇된 자화상이 숨어져 있을 뿐이다.
2022.5.30.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 대변인 오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