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한그루 시선 30 《여시아문如是我聞》
[신간]한그루 시선 30 《여시아문如是我聞》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08.02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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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양동림 / 130*205 / 136쪽 / 10,000원 / 979-11-6867-104-1 [03810] / 한그루 / 2023.8.2.
한그루 시선 30 《여시아문如是我聞》
한그루 시선 30 《여시아문如是我聞》

완생을 꿈꾸는 미생들을 위하여
언어의 돌을 놓다

한그루 시선 서른 번째 시집은 양동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여시아문”이다. ‘여시아문(如是我聞)’이란 “나는 이처럼 들었다.”라는 뜻으로, 모든 불교 경전의 첫머리에 나오는 글귀이다.

이 시집은 ‘바둑 시집’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전반에 걸쳐 바둑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바둑 용어를 시의 제목으로 삼아 바둑판에서 벌어지는 국면들을 우리 인생의 한 장면으로 포착하기도 하고, 집을 짓고 허무는 관계 속에 권력과 투쟁의 대항점을 배치하기도 한다.

현택훈 시인은 발문에서 “시인은 오늘도 돌을 놓는다. 오늘도 하루를 살고, 한 편의 시를 쓴다. 그가 바둑에서 돌을 놓듯 언어의 돌로 집을 짓는다. 비록 현실의 집은 춥고 힘들어도 이렇게 견고하고 아름다운 시의 집을 한 권 지었다. 

그에게 집은 언어의 돌로 지은 가정(家庭)이다. 이 집에서 시인은 알뜰히 살림을 꾸리며 오순도순 가족과 행복하게 지낼 것이다. 그것이 이 인생이라는 바둑에서 그가 꿈꾸는 최선의 묘수가 되고, 시도 그에 맞게 정수(正手)의 돌을 계속 놓게 될 것을 이 시집이 증명한다.”라고 했다.

비록 지상의 집을 가지진 못했지만 시인은 단단한 돌의 언어로 아름다운 시의 집을 짓고 있다. 온 생활을 바둑에 쏟아부으며 단단하게 쌓아올린 삶의 철학 또한 그 집의 단단한 버팀목이다.

바둑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만큼, 시집 말미에 많이 쓰이는 바둑 용어를 쉽게 풀이해 놓았다.

■ 저자 소개

양동림

태손땅 납읍에서 나고 자랐다. 제주작가회의, 애월문학회 회원으로 시를 쓰며 방과후교실에서 어린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친다. 현대해상에서 보험 판매원으로 일하고 있다.

시집으로 『마주 오는 사람을 위해』가 있다. 
saranamgi@hanmail.net

■ 목차

1부 나는 이렇게 들었다

바둑|수담(手談)|축|장문(藏門)|칫수|미생|자충|3.3 침입|출애굽기|반패 싸움|돌을 던지다|복기|화국|여시아문(如是我聞)

2부 전부를 살리는 길

꽃놀이패|귀삼수|유가무가불상전(有家無家不相戰)|귀살이|바둑 돌|귀곡사|먹여치기|사석 작전|관전기|쇄국정책|빅(대한민국)|아생후살타(我生後殺他)|반전무인|신이라 불리는 AI|사활(死活)|맹기바둑

3부 서로 집을 짓는 곳

기원|아버지의 등|국수|바둑중학교|축머리|활로|맹지|아득바둑|참을성|패싸움|가일수|천원|바둑대회장 풍경|사바하

4부 위기십결(圍期十訣)

부득탐승(不得貪勝)|입계의완(入計宜緩)|공피고아(功彼顧我)|기자쟁선(棄子爭先)|사소취대(捨小取大)|봉위수기(逢危須棄)|신물경속(愼勿輕速)|동수상응(動須相應)|피강자보(彼强自保)|세고취화(勢孤取和)

 

부록 바둑 용어 사전

발문 시의 돌을 놓다_현택훈(시인)

■ 머리말

완생을 꿈꾸는 미생에게 바칩니다.

■ 책 속에서

꽃놀이패
싸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목숨을 내걸고 하는 싸움인데
그가 잃는 것은
조그만 공터 하나에 불과했다
머리띠 동여매고 기본 시급 일만 원 외칠 때

그는 팔만 원 하는 뷔페를 즐기고 있었다
내가 갈수록 올라가는 집세를 생각하고 있을 때
그는 노동자들의 기본급 천 원 올라가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기원

바둑을 배우는 아들은
기원으로 가자고 조른다
사람들이 서로서로
자기 집을 세고
너의 집을 세고
그렇게 서로 집을 짓는 곳

아들이 바둑을 두며
큼직큼직 집을 짓는 동안
나도 두 손 모아 기원을 한다
우리에게도 집 한 채 있어
가족이 편히 쉴 수 있기를

■ 추천사

내가 양동림 님을 알게 된 것은 지난 2022년 제51회 전국소년체육대회 13세 이하 남자 바둑 부문에서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한 양계봉 선수 아버지로서였다. 그리고 바둑 시합 때마다 방과후 교실에서 지도하는 초등학생들을 인솔하여 시합에 참여하는 등 바둑에 참 열성적인 지도자로 인식하고 있었다. 

어느 날 놀랍게도 시집 원고를 들고 오셨다. 잊어버리기 쉬운, 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바둑 지식을 삶의 가치로 다시금 만나게 해준 고마운 시집이다. 무엇보다도 바둑 지도자로서 그리고 아버지로서 자식이 걸어가는 인생 여정에서 지켜보고 응원하는 모든 부모님에게 추천한다.

- 제주특별자치도 바둑협회 회장 정한수

양동림 시인은 날줄과 씨줄이 엇갈린 소우주에서 한 집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 한 수 싸움을 벌이는 바둑에 시인의 삶을 투영한다. 그는 진솔한 삶이 담긴 시어를 바둑돌처럼 한 수 한 수 두어가며 집착과 욕망을 고백하고, 사랑과 애환을 그려낸다. 담담히 자신의 대국을 복기하는 시인의 시선은 미생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 동화작가 김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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