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영화관에서 만나는 의학의 세계 ...지은이 고병수
[신간]영화관에서 만나는 의학의 세계 ...지은이 고병수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07.20 0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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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감기에서 암까지 의학이 더 쉬워지는 생생한 이야기

지은이 고병수
펴낸곳 바틀비
펴낸날 2023년 7월 19일
판 형 140×210mm
쪽 수 320쪽
가 격 19,500원
분 야 국내도서 > 과학 > 의학
인문학 > 교양 인문학
ISBN 979-11-91959-25-3 (03470)
(배본일: 2023년 7월 14일)

태그: 의학이야기, 의학영화, 감기, 암, 의학에세이, 영화관, 인문교양서

담당> 조시현 02-335-5307, 010-2710-5450, bartleby_book@naver.com

〚 책 소개뷰 〛

오랜 세월 지역사회 의료 활동과 시민사회 활동을 해오며 평생 의학에 몸담아 온 영화광 의사가 풀어내는 의학 이야기. 영화를 통해 의학을 배우고, 의학을 통해 영화를 즐기는 인문 교양서이자 의학 에세이다. 의사의 눈을 통과한 영화는 더 명확히 보이고 새롭게 읽힌다.

감기처럼 흔한 질병부터 아직 치료법을 알 수 없는 불치병까지, 역사 속의 의학 이야기부터 의료 제도의 현 상황까지, 친숙한 의학 지식뿐 아니라 잘못된 의학 상식까지. 한 번쯤은 들어보거나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주제를 다양한 영화를 통해 담아낸다.

의사이기에 의학과 환자로서의 인간에 대한 관심도 놓지 않는다. 무엇보다 의료 관계자와 환자, 환자 가족뿐 아니라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까지 두루 관심을 가지고 영화의 면면을 살펴보고, 의학과 현실에 적용하는 저자의 교양 있고 건전한 시선은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큰 장점이다.

〚지은이 소개〛

고병수

어릴 때부터 의사가 꿈이었고, 의대에 들어가서는 가정의학과 의사가 되기를 꿈꿨다. 우연히 잡지에서 달동네 언덕을 오르내리며 주민들을 돌보는 어느 의사의 활동을 읽고는 진로를 결정했다.

그 영향을 받아 구로동에서 처음으로 개원했다. 동네 주민들을 진료하면서 한국의 보건의료 문제에 눈을 떴고, 특히 1차의료와 주치의제도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많은 연구를 하기도 했다.

지금은 고향인 제주도에서 개원하여 지역 주민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 동네 병원을 지키고 있다. 어린이집을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학부모 교육을 하고, 장애인 주치의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 보건과학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쳤다.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KAPHC) 회장을 역임하고,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회(KAHCPD)의 부회장,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열린의사회 재난의료구호팀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제주 탑동365일의원의 원장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온국민 주치의제도》, 《주치의제도 바로 알기》가 있으며, 연구 보고서로 《한국 일차의료의 발전 방향 모색 2012》를 펴냈다.

〚 차례 〛

시작하며 :
의학의 세계가 궁금한 영화 팬들에게 4

1장 오랜 옛날부터 내려온 의학의 세계
원시 인류는 어떻게 상처와 질병을 치료했을까? 13
원시시대에도 수술을 했다고? 19
이집트에서 시작된 고대 문명의 의학 23
이발사가 수술을 한 까닭은? 28
해부학 실습실은 왜 공포스러울까? 35
법의학이 죽은 자의 한을 풀어줄까? 42

2장 정신의학에 관한 이야기
정신질환은 뇌의 문제일까? 51
정신병원의 족쇄는 누가 풀었을까? 61
새로운 패러다임, 역동 정신의학 66
잠은 꼭 자야 할까? 70
한 시간에 소주 한 잔이 적당하다고? 77
알코올 중독의 끝은? 81
내 안의 또 다른 나, 해리성 장애란? 88
우울증은 정말 감기 같은 병일까? 93
먹지 않는 걸까, 먹지 못하는 걸까? 98
모든 자폐인은 천재일까? 102
욱하는 성질은 모두 분노조절장애일까? 105

3장 감염에 관한 이야기
우리는 감염병을 정복했을까? 111
흑사병에 걸리면 왜 검게 변할까? 117
항생제 내성으로 죽은 최초의 인물은? 122
총알보다 무서운 참호족과 동상 128
한센병은 더 이상 천형이 아닐까? 134
콜레라는 물만 줘도 낫는다고? 139
HIV 감염자는 모두 에이즈 환자? 143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만든 기생충 148

4장 아직 정복하지 못한 병 이야기
암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155
좌표도 없이 적진에 대포를 쏘아댄 암 치료 160
안락사는 조력일까, 살인일까? 167
내 몸을 내가 공격한다고? 174
치매는 나이가 들어야만 걸리는 걸까? 179

5장 피부와 외형에 관련된 병 이야기
유전병은 고칠 수 없는 걸까? 189
그는 왜 코끼리 인간으로 불렸을까? 195
햇빛을 쬐면 죽는다고? 198
문신은 의사가 해야 하는 걸까? 201
성형은 어디까지 괜찮을까? 204

6장 마비와 장애 이야기
청각장애는 유전일까? 211
눈이 멀면 세상도 변할까? 217
류머티즘 관절염은 왜 불치병일까? 221
외모 기형은 왜 장애가 아닐까? 225
전신마비는 어떻게 생길까? 228
부모의 간병은 오롯이 자식의 몫일까? 234
장애인은 성적 욕망을 가지면 안 되는 걸까? 239

7장 의료인과 의료 제도 이야기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는 여성이 가지면 안 되는 걸까? 245
간호사를 언제까지 태울 것인가? 249
팔로4징후 심장 수술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254
머리가 붙은 결합 쌍둥이 분리 수술은 가능할까? 258
미국은 의료 후진국일까? 262
한국에서 패치 아담스는 꿈일까? 270
1차의료는 필수 의료일까? 274

8장 그 외 여러 가지 의학 이야기
세종이 당뇨를 앓지 않았다면 역사가 바뀌었을까? 281
중금속 중독으로 벌어들인 자본은 행복할까? 285
성 확정은 누가 하는 걸까? 292
동성애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298
늙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을까? 305
챙겨 볼 만한 영화 309
도판 출처 315

의학의 세계-포스터
의학의 세계-포스터

〚본문 맛보기〛

여러 환자를 만나며 의사로 활동한 지 30년, 여전히 2~3일에 한 편씩 영화를 본다. 마음만 먹으면 안방에 편하게 앉아서 언제든지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덕택이다.

그러다 보니 의학과 관련된 영화를 적잖이 골라낼 수 있었다. 의학의 눈으로 바라보면 특이하게 보이거나 현재 의학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눈에 띈다. 우리 일상과 맞닿은 질병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의학 이야기를 찾아내어 책으로 묶었다. (5쪽)

〈피지션〉(2013)은 중세의 의학을 잘 보여주는 독일 영화로, 11세기 초 영국 런던에 사는 소년 롭의 어머니가 급성 충수염으로 보이는 병을 앓다가 갑자기 사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충수염은 흔히 맹장염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막창자에 달린 가느다란 꼬리처럼 생긴 곳에 염증이 생긴 것을 큰창자인 막창자(맹장)에 생기는 것으로 잘못 알고 붙은 이름이다.

급성 충수염으로 사망까지 이르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염증이 심해져서 막창자꼬리(충수)가 터져 복막염으로 번지면 사망할 수 있다. 복막염은 장에 있던 세균이 복강에 퍼지는 것인데, 금세 패혈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위험하다. (28쪽)

흔히 술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 있는데, 가장 흔한 것이 술을 마실수록 알코올 분해효소가 늘어나리라는 착각이다. 술을 자주 마시다 보면 주량이 점점 느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분해효소가 늘어나 분해 능력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몸이 적응한 결과다.

그리고 술을 깨기 위해 숙취 음료를 마시거나 찬물로 샤워하거나 운동을 하는데, 알코올 분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알코올 분해 능력은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86~87쪽)

사실 우영우나 레이먼드의 비상한 능력은 서번트증후군(Savant syndrome) 덕분인데, 다운증후군을 처음 기술한 사람으로 알려진 존 다운(1828~1896)이라는 영국 의사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서번트증후군은 자폐장애 말고도 몇몇 상태에서 나타나며 상당히 희귀하다.

자폐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천재일 거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영화나 드라마의 탓이 크지 않을까 싶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학습과 보상을 통해 조금씩 좋아질 수는 있지만, 환자의 3분의 2는 평생 가족의 도움을 받거나 장기 요양소에서 생활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치료 방법은 없다. 약물 치료는 머리를 벽에 박는 반복 행동을 한다든지, 손톱으로 피부에 흠집을 내거나 자해 행위를 하는 등 행동장애를 보이는 경우에 사용한다. (104쪽)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처음에는 쓰레기 치우듯 중장비를 동원해 사망자들을 구덩이에 몰아넣는 영화의 장면조차 충분히 있을 법한 현실로 여길 만큼 급박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 오면 과연 우리는 어떨까? 국가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영화처럼 해피엔드로 끝낼 수 있을까?

코로나19는 인류가 박멸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바이러스가 어느 날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거나 모습을 바꿔 공습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계기였다. 이제 바이러스의 역습은 언제든 닥쳐올 문제다. (116쪽)

치매를 다룬 영화는 가족 중 한 사람이 기억력 상실을 겪으면서 지인이나 날짜 등을 인식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장면이 연출된다. <더 파더>(2020)는 치매에 걸려 시공간을 혼동하는 노인의 눈으로 영상이 만들어진 독특한 전개 방식의 영화다.

그리고 한국 영화인 〈로망〉(2019)은 노부부가 함께 치매에 걸린 상황을 그려내면서, 대한민국 노인들의 삶이 어떠한지 현실을 살펴보게 한다. 미국의 유타주립대 노인의학 연구팀에 의하면, 부부 중 한쪽이 치매를 앓으면 그 배우자는 그렇지 않은 배우자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6배나 높고, 특히 아내가 치매에 걸리면 남편의 치매 위험은 11.9배나 높다고 한다. (181쪽)

외모의 변형은 심하지만 기능은 정상이니까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장애로 인정되지 않는다. 심한 화상으로 인한 장애도 우리나라에서는 장애 등급에 포함되지 않는다. 후유증에 따라 신체장애 또는 정신장애로 넣는다.

사지가 불편하거나, 정신지체 혹은 발달지체만 장애로 여기고 혜택을 제공한다. 외모 기형은 장애로 인정받지 못하기에 병원비나 돌봄 혜택에서도 제외된다. 하지만 외형의 장애로 사회생활이 어려운 경우도 많기에 외모 기형도 장애로 인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227쪽)

결합 쌍둥이는 20만 명 중에 한 쌍꼴로 드물게 나타나지만,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될 만큼 오래전부터 있었다. 가슴이 붙은 흉결합 쌍둥이, 가슴과 배가 붙은 흉복부결합 쌍둥이, 배가 붙은 복부결합 쌍둥이, 일부 신체만 불완전하게 형상을 갖추면서 붙어 있는 비대칭 쌍둥이, 머리가 붙은 두개결합 쌍둥이로 크게 나뉜다.

그 외에 머리는 붙었지만 얼굴이 두 개로 나뉜 경우, 머리와 얼굴은 하나인데 몸체와 팔·다리가 각각 두 개인 경우, 골반이 붙은 경우 등 아주 희박한 사례도 있다. 머리가 붙었더라도 앞으로 붙었는지, 옆이나 뒤로 붙었는지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심장, 간, 일부 장기를 공유하므로 이에 따라 생존이 결정된다. (259~260쪽)

불친절하게 보이고, 설명하는 데 인색한 의료진들의 모습은 의사들 개인의 탓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의료 체계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쓰려면 여유가 필요한데, 동네 병원에서는 매일 많은 환자를 볼 수밖에 없다.

종합병원 의사들은 중증 환자나 어려운 질환을 집중해서 치료해야 하는데 경증 환자까지 진료하느라 시간을 많이 뺏긴다. 또한 24~25개의 전문과가 모두 지역에 개원하면서 경쟁해야 하는 현실도 우리나라에서 친절한 의사를 만나기 어려운 이유다. (272~273쪽)

비단 가습기 살균제뿐일까? 1년도 채 안 되어 승인된 코로나19의 백신 부작용과 갑작스러운 사망에 대해서도 정부는 인과성을 강조하면서 피해자 수를 최소화하는 데만 급급했을 뿐, 국민의 이야기를 듣고 먼저 책임지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와 다른 나라에서는 환경이나 독성 물질에 의한 피해는 지나치게 인과성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는 지침까지 있는데 말이다. 시민의 안정에 대해서는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안 되는 걸까? 국민이 각자도생의 불안에서 벗어나 정부를 믿고 안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291쪽)

대한민국 헌법 제11조에는 시민에 대해 어떠한 차별도 금지하고 있지만, 그 구체적 내용과 방안을 담은 법률인 ‘차별금지법’은 우리나라에서 20년 가까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종교나 인종의 차이, 성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 범죄(증오 범죄)에 대한 정의도 정립되지 않았고, 통계조차 파악되지 않는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선진 외국에서는 법률을 만들어 포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304쪽)

〚 출판사 리뷰 〛

영화와 인문학을 넘나들며

영화광 의사의 시선으로 풀어낸 의학 에세이

오랜 세월 지역사회 의료 활동과 시민사회 활동을 해오며 현재 제주도에서 동네 의원을 운영하는 고병수 원장의 영화와 의학 이야기다.

스쳐 지나가는 영화의 한 장면에서 의학의 단면을 발견하고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질병부터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불치병까지, 역사 속의 의학 이야기부터 의료 제도의 현 상황까지, 친숙한 의학 지식뿐 아니라 잘못된 의학 상식까지, 그에 관련된 의학 지식을 전달할 뿐 아니라 앞으로 개선해야 할 의료 제도와 사회의 인식 등 인문학적 고찰까지 다양하게 풀어낸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영화에 대한 관심은 여전해서 2~3일에 한 편씩 영화를 볼 만큼 영화광인 저자는 영화를 보면서도 의학을 떠올린다.

예를 들어 영화의 배경이 되는 그 시대의 상황이나 주인공이 처한 현실, 의학 수준 등을 짚어내어 의학의 역사를 설명한다.

미켈란젤로(1475~1564) 역시 해부학에 조예가 깊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 〈미켈란젤로〉(2017)에서도 그가 해부하고 연구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미켈란젤로는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오랫동안 후원해준 로렌초 데 메디치가 죽은 후 정세가 복잡해지면서 도망치듯 수도원 병원에 숨어 지냈는데, 그곳에서 시체를 구해다가 해부에 열중했다고 한다.

그의 작품에는 피부 주름, 근육, 힘줄, 인대, 핏줄이 아주 섬세하고 정확하게 묘사되었는데, 그중에서도 그의 해부학적 지식이 잘 드러나는 대표작이 죽은 예수를 성모마리아가 안고 있는 〈피에타〉다. _본문 40쪽

한국 영화 〈감기〉에서는 우리나라 의료 현장과 코로나19를 연관 짓고, 언제 역습할지 모르는 바이러스의 심각함과 영화처럼 행복한 결말을 맞을 수 없는 현실의 안타까움을 설토한다. 이처럼 영화를 통해 의학을 배우고, 의학을 통해 영화를 색다르게 해설해주기에 어렵게만 느껴지는 의학의 세계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대규모 감염병을 다룬 한국 영화 〈감기〉(2013)도 요즘 상황을 짚어보는 데 도움이 된다. 영어 제목은 플루(Flu)인데 이는 인플루엔자(Influenza)의 약어로 독감을 가리킨다.

영화는 컨테이너에 숨어 불법으로 입국하려던 동남아시아인들을 통해 바이러스가 한국에 유입되고, 변종 조류 인플루엔자로 의심되는 악성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상황을 그린다. 이를 막기 위해 정치권과 전문가가 의견 충돌을 일으키는 모습, 최초 전파 지역을 폐쇄하면서 발생하는 인권 문제, 96퍼센트의 국민이 지역 폐쇄를 지지하는 상황은 코로나19로 우리도 똑같이 겪은 현실이다. _본문 115쪽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의 공포가 휩쓸고 지나간 지금, 주워들은 지식만으로는 본질에 다가갈 수 없으며, 잘못된 지식으로 사람의 목숨마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옳은 지식을 제대로 습득할 수 있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렇기에 가깝고도 일상적인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의학을 살펴보는 저자의 새로운 시도가 더욱 반갑고 고맙다.

주워들은 지식은 많지만 본질에 다가가는 안목이 부족한 시대다. 이 책이 중요한 이유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나무보다 숲을 보는 교양으로서 의학을 경험해주길 빌어본다.

_홍혜걸(의학채널 비온뒤 대표, 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추천사

그렇다고 해서 의학 지식만 다룬다면 한없이 지루하고 재미없는 전문 서적이 되고 말 테지만, 저자는 의학뿐 아니라 사람을,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담아낸다. 과학의 한 분야인 의학을 다루면서 인문학적 관점까지도 놓치지 않기에, 영화 에세이처럼 가볍기만 한 것도 아니다.

영화와 의학을 독특하게 융합한 책이다. 저자는 30년 경력의 의사이기 이전에 50년 경력의 영화광임이 틀림없다.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의학을 끼워 넣는 방식이 아니라 의학과 인간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영화를 활용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때로는 과학책인 듯하다가, 가끔은 감성 충만한 에세이와 비슷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삶의 의미’를 묻는 인문학 책으로 둔갑하는 이 책. 건전한 의사이면서 교양 있는 시민이면서 예리한 영화 덕후인 저자의 재능이 빛난다.

_박재영(청년의사 편집주간, <여행준비의 기술> 저자) 추천사

단지 좋아해서 의학을 설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영화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안목으로 깊이 있게 통찰하기에 의학과 인간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지루하지 않다. 게다가 저자는 환자들의 삶을 가장 가깝게 살펴보는 의사인 만큼, 생로병사라는 삶의 의미를 더 깊이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속 잘못된 의학 상식으로 의학을 배우다

종기가 불치병일 만큼 열악했던 의학은 유전자를 통해 장애와 불치병을 극복할 시기가 코앞에 다가왔고, 수명은 놀랍도록 늘어났다.

제사장이 하늘의 뜻을 받아 병을 고치던 시대는 지나고, 이제 의학은 일상적인 것이 되었다. 그런데도 의사와 병원은 멀게만 느껴진다.

여전히 잘못된 의학 상식과 가짜 뉴스로 혼란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의료적 상황과 제도의 문제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따라서 의학에 관한 관심을 놓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영화를 통해 다방면으로 의학 이야기를 예리하게 진단한다.

원시시대에도 수술을 했다고? | 법의학이 죽은 자의 한을 풀어줄까? | 한 시간에 소주 한 잔이 적당하다고? | 우울증은 정말 감기 같은 병일까? | 모든 자폐인은 천재일까? | 좌표도 없이 적진에 대포를 쏘아댄 암 치료 | 안락사는 조력일까, 살인일까? | 유전병은 고칠 수 없는 걸까? | 문신은 의사가 해야 하는 걸까? | 장애인은 성적 욕망을 가지면 안 되는 걸까? | 팔로4징후 심장 수술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 미국은 의료 후진국일까? | 동성애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의학적 지식을 습득하고 새로운 지식을 업데이트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에서 의학의 현주소를 파악해서 그 진위를 명확하게 짚어주고 잘못된 정보는 바로 잡아준다.

가장 흔한 것이 술을 마실수록 주량이 는다고 생각하는데, 알코올 분해효소 능력이 좋아져서라기보다는 몸이 적응한 결과라는 것이다. 또한 동성애자만 에이즈에 걸린다는 잘못된 인식도 널리 퍼져 있다.

동성 간 성관계로 인해 HIV에 감염되는 경우는 전체 감염자의 절반 정도다. 2019년 한국 정부의 HIV/AIDS 역학 조사 보고서를 보면, 전체 감염자 중 이성 간은 46.1퍼센트가, 동성 간은 53.7퍼센트가 성 접촉으로, 나머지 0.2퍼센트는 마약 투여 시 주사 공동 사용 등으로 감염된다. 감염자와 성관계를 맺으면서 생식기나 항문의 상처를 통해 전염되는 것이지, 감염되지 않은 동성 간 성접촉으로는 옮지 않는다. _본문 144쪽

이렇듯 의학과 연관 있는 영화 장면을 마중물 삼아 흥미진진하게 다양한 의학의 세계를 펼쳐 놓는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렵고 긴 병명, 치료약이나 치료법도 신기할 정도로 술술 읽힌다. 이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의학 지식이 괄목상대하게 높아져 있음에 놀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독자가 남녀노소를 아우른다고 말한다. 영화를 좋아하거나, 의학 상식에 관심이 있거나, 의대 진학을 꿈꾸는 청소년이나, 현재 의료에 종사하는 사람들까지. 아는 만큼 보이고, 제대로 알아야 진짜를 알 수 있듯 의학의 눈으로 영화를 다시 본다면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다르게 느낄 수 있으므로.

약자와 소수자, 의료인과 의료 제도까지 살핀다

우리 사회는 고령화 사회에 빨리도 진입한 탓에 연로한 부모의 간병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이미 치매나 노환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모시면서 가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거기서 조금만 더 시선을 돌리면, 환자나 장애인의 삶까지도 눈에 들어온다. 장애인의 시선에서 보면 이 사회는 약자에게 너무도 불친절하고, 안 그래도 힘든 그들의 삶에 잘못된 오해와 편견으로 짐을 보탠다.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이 적은 것은 실제 장애인이 적어서가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정책이나 권리 보장이 후진적이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을 의학적인 잣대로만 보는 정의와 재정을 적게 투입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맞물린 결과라고 평가한다.

최근에야 장애등급(1~6등급) 규정이 없어진 대신 중증장애(이전 1~3등급)와 경증장애(이전 4~6등급)로 구분 짓게 되었다. 그런데 이 또한 근거도 없고 기준도 모호하다. 장애등급의 불합리함, 일자리를 얻으려는 장애인의 처절함 등을 다룬 영화 〈복지식당〉(2021)은 장애등급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_본문 240-241쪽

여성도 약자로서 자기 몸에 대한 권리를 누릴 수 없다. 이는 성소수자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의료마저 불편한 시선을 감수해야 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기도 한다.

가끔 멀리서 트랜스젠더들이 성호르몬 주사를 맞으러 제주도에 있는 우리 병원으로 찾아온다. 편하게 얘기를 나누거나 주사를 맞을 만한 병원을 찾지 못해서다. 트랜스젠더는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_본문 298쪽

한편 저자는 뜨거운 감자처럼 여전히 논란을 일으키는 안락사 혹은 존엄사 문제도 다룬다. 연명의료를 거부하는 제도가 시행되었지만, 그마저도 예외 사항 등이 있어서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

또한 의료법과 의료 제도의 불합리함, 과다한 업무량과 낮은 임금 등의 나쁜 환경으로 인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간호 인력의 문제도 이야기한다.

의사도 그렇다. 환자 한 명당 3분으로 끊어야 하는 현 의료 수가 체제로는 환자가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없다. 그 피해는 의사에게도 돌아가지만, 우리 모두에게 불리하다고 설파한다.

사회와 주변에 관심을 놓지 않는 것이
나 자신을 위한 길이다

《영화관에서 만나는 의학의 세계》에서 저자는 영화를 소재로 의학의 과거를 되짚고 현재를 직시하며 미래의 갈 길을 묻고 있다. 때론 불쑥 찾아온 질병과 힘겨운 투병을 하거나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병마에 불안해하고 가짜 의학으로 혼란스러워하는 현대인들과 닮은 영화 속 주인공들을 통해 올바른 가치관과 신념을 제시한다.

결국 이 책은 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의학을 통해 인간을 이야기한다. 인간이기에 누구나 아프거나 다칠 수 있고,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건강하고 장애 없이 살아간다고 해서 질병과 장애 같은 일이 먼 나라의 일만은 아니다. 저자는 사회와 주변에 따뜻한 관심을 놓지 않는 이해와 배려가 나 자신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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