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둘이서 라면 하나》
[신간]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둘이서 라면 하나》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07.11 17: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둘이서 라면 하나》
《둘이서 라면 하나》

유자와 모과 지음 / 130*190 / 188쪽 / 15,000원 / 979-11-6867-101-0 [03810] / 한그루 / 2023.7.7.

꽃도 새도 잠든 밤, 갑자기 배가 출출해진 분
라면 한 젓가락만 달라는 아내나 남편이 있는 분
우리 영혼의 수프, 바로 이 라면을 추천합니다!

언제든 쉽게 구할 수 있고 맛도 좋은 음식,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라면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둘이서 라면 하나”는 책 읽기가 취미인 유자와 그림 그리기가 취미인 모과, 부부가 함께 만든 라면 에세이다. 서른 가지의 라면 이야기를 담았다.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원작 <둘이서, 라면 하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우리에게 라면은 단지 한 끼를 때우는 음식 이상의 존재다. 누군가에게는 가난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고, 누군가에게는 다정한 사람들과의 추억이 깃은 음식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피해야 하지만 뿌리칠 수 없는 유혹 같은 음식이기도 하다. 갖가지 기호에 따라 다양한 맛과 형태로 변신을 거듭하며 우리 곁을 지키고 있는 라면. 이쯤 되면 라면은 우리 영혼의 수프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서른 가지의 라면을 소개하면서 그에 담긴 소박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함께 전한다. 부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만든 책인데, 그에 앞서 부부가 한 그릇의 라면을 함께 나눈 다정한 시간이 담겨 있다. 다양한 라면에 담긴 재미있는 정보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사랑스러운 부부의 이야기를 찬찬히 따라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출출해진 우리의 마음을 달랠 따뜻한 라면 국물이 몹시 그리워진다.

■ 저자 소개

유자와 모과
책 읽기가 취미인 유자. 그림 그리기가 취미인 모과.
친구이자 부부로 함께 살면서 유자는 쓰고 모과는 그립니다.

■ 목차

01 신라면
02 짜파게티
03 진라면
04 생생우동
05 팔도비빔면
06 삼양라면
07 채황라면
08 스낵면
09 오징어 짬뽕
10 사리곰탕면
11 진짜쫄면
12 안성탕면
13 무파마탕면
14 틈새라면
15 오!라면
16 수타면
17 해물라면
18 멸치 칼국수
19 진짬뽕
20 쇠고기면
21 너구리
22 진짜장
23 열라면
24 불닭볶음면
25 참깨라면
26 둥지냉면
27 김치라면
28 나가사끼 짬뽕
29 맛있는 라면
30 쇠고기미역국

■ 프롤로그

어렸을 땐 좋아했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먹지 않는 음식들이 있다. 햄, 소시지, 젤리 같은 것들. 어렸을 땐 싫어했지만, 언젠가부터 매일 챙겨 먹는 음식들도 있다.

현미, 당근, 사과 같은 것들. 40년 넘게 살면서, 입맛은 끊임없이 바뀌어 왔다. 싫다는 마음이 들면 그 순간부터 먹지 않았고, 좋아하는 음식이 생기면 질릴 때까지 그것만 먹기도 했다.

변덕스러운 입맛이라 할 수 있지만, 그 와중에도 꾸준하게 사랑해 온 식품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라면이다. 라면은 어릴 때도 맛있게 먹었고, 어른이 돼서도 맛있게 먹고 있다.

3분 만에 식사를 차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라면은 반찬 없이도 오롯이 빛을 발한다. 라면은 가격이 저렴하고, 햇반처럼 휴대도 간편하다. 라면이 가공 식품만 아니었다면, 매일 한 끼는 라면으로 해결했을지도 모른다.

나와 남편은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새로 출시된 라면이나 과자가 있는지 살펴본다. 새로 나온 상품을 발견하면, 감탄하며 그 향과 맛을 상상해본다.

포장지 디자인을 품평하고, 어떤 첨가물이 들어갔는지 꼼꼼히 읽어본다. 건강상 매일 먹을 수는 없으니, 시각적으로라도 즐기려는 마음 때문이다. 때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만족을 느낀다. 그러나 도저히 유혹을 이길 수 없을 때, 라면 하나를 끓여 남편과 나눠 먹는다. 역시 맛있다.

라면은 힘이 세다.

■ 책 속에서

라면은 이럴 때 먹는 거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러 가기 전 먹는 라면의 맛, 비바람이 치는 오후 창밖을 바라보며 먹는 라면의 맛, 열대야로 잠 못 이룰 때 에어컨을 틀어놓고 먹는 라면의 맛, 봄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몇 시간을 달린 후 먹는 라면의 맛. 라면은 한 끼 식사로 먹을 때보다 든든한 간식으로 먹을 때 더 맛있다. (10쪽)

스낵면 표지 왼쪽 상단에는 ‘밥 말아먹을 때 가장 맛있는 라면!’이라고 적혀 있다. 실제 스펀지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에게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밥 말아먹기 가장 좋은 라면으로 스낵면이 뽑혔다고 한다. 국물이 적당히 맵고 깔끔하여 밥과 잘 어울린다는 거다. 스낵면에 밥을 말아 먹어본 적이 없어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생라면을 부숴 먹는다면 바삭한 스낵면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53쪽)

삼양에서 만든 쇠고기면을 살펴보니 100% 횡성 한우를 사용한다고 표지에 적혀 있다.

왼쪽 하단에는 ‘횡성 군수가 품질을 인증한 횡성 한우고기입니다’라고 적힌 동그란 인증마크 모양까지 있다. 라면이 담긴 그릇 위로 ‘한우의 고장 횡성군이 인정한’ 문구도 있다.

라면 표지가 온통 횡성 한우 얘기뿐이군. 오른쪽에는 소 한 마리가 바지도 없이 흰 저고리만 입고 똑바로 서서 엄지를 치켜세우며 미소 짓고 있다. 이 소의 이름은 횡성군 마스코트인 한우리라고 작은 글씨로 적혀 있다. 한우리야. 너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는 있는 거니? (124-125쪽)

아빠는 중학생 때 처음 라면을 먹어 봤는데 그 맛이 ‘환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렇게 라면이 먹고 싶었는데도 집이 가난해 자주 사먹지 못했다고 한다. 엄마 역시 라면 한 봉지를 사면 거기에 미역과 소면을 잔뜩 넣어 오빠 두 명과 나눠 먹었다고 하니, 1960년대만 해도 라면 한 그릇은 정말 정말 귀한 음식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현재 나는 각종 라면을 수십 봉지 사서 내키는 대로 골라 먹으며 맛있네 맛없네 품평이나 하고 앉아 있다. 심지어 인스턴트 식품은 되도록 절제하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먹으려 노력하니 부모님과 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세계를 살아온 것이다. (137-138쪽)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부모님이 이사를 하신 지 얼마 안 되어 그런지 둥지냉면을 보며 괜히 마음이 울컥한다. ‘둥지’가 이렇게도 따뜻하고 아늑한 단어였다니. 2008년 농심에서 나온 둥지냉면은 일반 상온에서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도록 개발한 제품이다.

왜 둥지냉면인가 하면 면발이 새 둥지처럼 동그랗게 말려 있기 때문이다. 이는 농심이 야심차게 개발한 네스팅(Nesting) 공법을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네스팅 공법이란 갓 뽑은 면에 뜨거운 바람을 쐬어 새 둥지 모양으로 건면을 만드는 기술이다. (161쪽)

간편하고 맛있게. 세상의 모든 라면이 지향하는 신조가 아닐까? 2022년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는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가 베트남이라고 발표했다. 1인당 87개를 먹는다. 그전까지는 한국이 줄곧 1위였는데, 코로나 상황으로 베트남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한국을 앞질러 버렸다. 한국은 2위. 일 년에 한국 사람은 평균 몇 개의 라면을 먹을까? 73개다.

와우. 3위인 네팔은 55개다. 한국인의 라면 사랑은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높다. 라면. 몸에 좋지 않은 줄 알지만 자꾸 손이 가는 애증의 식품. 그동안 먹은 서른 개의 라면 봉지를 펼쳐본다. 모두 고마웠어. 앞으로도 잘 부탁해. (186-187쪽)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