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걷고 싶은 도시라야 살고 싶은 도시다"
[논평]"걷고 싶은 도시라야 살고 싶은 도시다"
  • 뉴스N제주
  • 승인 2018.08.2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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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제주녹색당 : 제주도의 대중교통체계개편 1년 평가

2017년 8월 26일 대중교통체계개편을 시작한지 꼬박 1년이 됐다. 지난 1년을 평가하고 대중교통체계개편의 미래를 가늠해 보기위해 제주녹색당에서 평가를 준비했다.

■ 대중교통체계개편

작고하신 한국 도시계획학계 제1세대 강병기선생은 “걷고 싶은 도시라야 살고 싶은 도시”라고 말씀하셨다. 대중교통체계개편은 제주도를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원희룡 도정의 계획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체계개편과정에서 살고 싶은 도시의 가장 기본이 되는 걷고 싶은 도시의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의 접근성을 떨어뜨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중앙로의 대중교통전용차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보행로를 줄이고 차도를 넓혀 휠체어와 유모차의 통행이 불편해졌다. 여전히 통학로 안전조차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교통약자가 다니기 편한 도로가 모든 도민이 다니기 편한 도로다. 원희룡 도정의 대중교통이용활성화라는 대전제에는 동의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보행권을 도외시한 것은 향후 도시 교통정책의 실패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평가에서는 간략히 대중교통체계개편의 기본방향과 추진과정 그리고 체계개편의 내용에 대해 평가하고 향후 바람직한 진행방향에 대해 제안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 하겠다.

1. 기본방향 : 보편적 인권에 대한 정책 철학의 부재로 반쪽짜리가 된 개편

기본적으로 자동차 포화상태의 제주도에서 자가용 이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이용을 늘리겠다는 정책방향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대중교통이용의 전제조건이기도 한 보행권 확보에 관한 방안은 전무하고 교통정책에 대한 철학도 부재해 대중교통체계개편과정에서 보행권을 침해하는 일이 발생하고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체계개편이 진행되었다.

보행권 확보를 전제로 한 대중교통체계개편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대중교통의 수송분담율을 높이는데 한계를 가져올 수밖에 없으며, 공공교통수단에서 차별과 배제를 전제함으로써 제주도가 추구하려는 유니버셜 디자인의 기본원칙에도 위배된다.

제주도의 대중교통체계개편은 반쪽짜리다. 자가용을 줄이기 위해 한때 유행한 용어로 BMW라는 말이 있다. 자가용 중심의 도시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버스, 도시철도, 보행을 이용하자는 의미의 영문 이니셜을 뜻한다.

제주에 도시철도가 없으니 버스와 보행 이용을 활성화해야 하지만 보행은 빠진 채 버스만 중심으로 논의가 되고 있기에 반쪽짜리 일 수밖에 없다.

도정의 정책에는 도정의 철학이 반영되어 있다. 대중교통체계개편에는 “사람”의 “행복”이라는 가장 기본이 되는 철학이 빠져있다.

2. 진행과정 : 관료와 전문가에서 도민중심으로 정책을 진행 해야

대중교통체계개편의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기존 도정의 운영방식과 동일하게 관료와 전문가가 주도하는 일방적 진행방식을 보여줬다. 행정 관료와 관련 전문가가 틀렸다는 의미가 아니다. 행정 관료와 전문가로만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이 틀렸다는 의미다. 정책의 진행과정에서 드러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대중교통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 대중이 빠졌다.

요식행위에 불과한 설명회가 아니라 대중교통의 주 이용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정책이 아니었다. 심지어 대의기관인 도의회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업이 진행되었다.

10대 의회에서 뿐만 아니라 11대 의회에서도 대중교통체계개편에 대해 의문을 표시할 정도로 여전히 의회와의 소통과정은 문제가 많다. 의회를 넘어 도민과의 소통을 주문하는 것은 무리일까!

지난해 8월 26일 대중교통체계개편을 이야기할 때, 많은 이들이 준비도 덜 된 상태에서 8월 26일에 꼭 시작해야 하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인지 묻는 이들이 많았다. 그 이유를 지방선거에서 찾았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책적 성과를 거두기 위한 최소한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행시기를 서두르게 되었다는 의미다.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의 특성상 선거 시기를 염두에 두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책적 파급효과가 큰 사업은 보다 신중하고 여론을 수렴해 진행해야 한다. 준공영제라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나면 이후에 변화시키기 어렵다. 많은 도민들이 원희룡 도정은 다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미사여구로 다른 도정을 펼칠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서부터 도민들과 함께 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대중교통체계개편을 진행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관료와 전문가가 아니라 도민을 중심에 둬야 한다.

3. 체계도입 : 준공영제에서 공영제로

대중교통체계개편을 위해 제주도는 준공영제를 도입하게 되었다. 제주녹색당에서는 대중교통체계개편의 과정에서 꾸준히 준공영제 도입을 반대하고 공영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해왔다. 그 과정에서 제기한 문제가 과도한 재정투입을 비롯한 경영의 효율성과 버스기사 채용과 재정집행과정 등에서 경영의 투명성에 대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1년이 지난 현재 도의회가 문제를 제기할 정도로 재정투입이 과도하게 늘어나고 있으며, 재정 집행의 투명성에 대해서도 버스 기사를 비롯한 다양한 주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1년을 평가해 볼 때 준공영제의 문제점은 충분히 드러났다. 지금부터라도 준공영제를 축소하고 공영제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제주도는 이미 공영버스가 운행하고 있으므로 확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드물게 공영제 추진을 위한 조건이 갖춰진 지역이다.

준공영제를 통해 경영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살리고 공공영역으로서의 교통체계를 정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자가용 대 버스의 연계, 보행과 버스의 연계, 자전거와 버스의 연계 등 교통수단간 연계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버스에 대한 접근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버스와 다른 교통간의 연계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가까운 거리는 걷고 버스를 탈 수 있도록 하는 보행환경의 개선이 최우선과제이지만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전용차로제 문제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전용차로확대는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지만 정책의 진행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도민과의 소통이 우선 전제가 되어 느리더라도 도민과의 합의를 통해 만들어가야 할 제도다.

요금체계에서 노인복지정책으로 홍보가 되고 있지만 복지의 손길이 가장 먼저 닿아야 할 장애인은 소외되고 있다. 이동권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복지는 어불성설이다. 저상버스도입의 시급성은 매번 언급되고 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4. 살고 싶은 제주도를 위하여

넘쳐나는 자동차를 보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대중교통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면서 다른 한쪽에선 주차장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부분의 도의원들이 주차장 확장이나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도의회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도정에서 도의원들의 공약을 무시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도의원들도 도민은 두려워한다. 도정이 정책의 일관성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면 도민들이 도정의 편에 설 것이다.

자가용 속도는 낮추고 버스 속도는 높이겠다고 도정은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한쪽에선 비자림로를 넓혀 자동차 통행속도를 높이겠다고 한다. 한편에선 버스를 다니게 하겠다고 보행로를 좁히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들이 집행되고 있다. 철학이 없다.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철학을 가지고 대중교통체계개편 1년 이후를 준비해 주기를 바란다. 그 중심에 도민이 있어야 한다. 말로만 도민이 있는 게 아니라 정책의 준비와 진행과정에서 도민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위원회 몇 개로 도민의 참여를 주장하지 말고, 최대한 많은 도민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논의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중교통체계개편은 철학과 도민이 함께 할 때 가능함을 기억하길 바란다.

2018년 8월 25일

제주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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