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실어 보내는 시인의 편지
한그루 시선 마흔 번째 시집은 한라산문학동인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항신 시인의 신작 시집이다. 총 5부로 나누어 61편의 시를 수록했다.
이번 시집은 ‘연서’라는 표제처럼, 시인이 보내는 시심 가득한 사랑의 목소리를 담았다. 그 편지는 그리운 유년의 한때를 향하기도 하고, 고단했던 지난날의 자신을 호명하기도 하며, 사랑하는 가족, 스쳐 지나간 인연, 외로운 이웃과 생명에게 말 걸기도 한다.
시인은 발문을 대신하여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그리움과 회한이 담긴 편지 속에는 혈육을 향한 애정을 넘어 시인으로서의 삶을 반추하고 다짐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 저자 소개
김항신
제주시 삼양 출생. 제주산업정보대학 복지행정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7년 낙동강문학(한국시민문학협회)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제주작가회의, 한라산문학동인회, 제주어보전회, 동백문학회 회원.
제주어 알리기 강사, 제주섬 디카시인. 한라산문학동인회 회장, 동백문학회 편집부장.
시집 『꽃향유』, 『라면의 힘보다 더 외로운 환희』, 시평집 『수평선에 걸어놓은 시 하나』.
제주어 창작동요 ‘곱들락 제주어’.
■ 목차
1부 연분홍 연서 바다에 날리며
별풀꽃|소나기|샛도리물|항구의 연정 1|영주산 넋두리|열매|몸뼈 해장국|비움의 미학|비자림 콘서트|아이리시 커피|칠게|인사동에서|처서
2부 마음의 풍금을 연다
영혼의 별|닭 먹는 날|가위손|마지막 탐방길|살레칭 밧|연리지 사랑|의자|손주와 할미꽃|열매|빗소리|벌랑 포구|석양에 젖어
3부 볼 붉은 선율에 맞춰
바다, 너에게로|이 사람아|정오의 거리|막걸리 한잔|빨강 구두|남겨진 연서|낭만 고양이|그, 사람|입동|와인 잔|AI 에어컨|5월의 시
4부 어떤 울음으로 시를 지을까
오늘 점심|몸은|설레임|백신과 조영제|아뜩한 순간|외로운 여정 3|접시꽃 당신|칩거|시요일|아름다운 동행|그곳,|소리
5부 고독은 진중하게 고독을 넘는다
동백 아씨|외로운 여정 1|세화리에 가다|세화리에 가다 2|사월의 시|제주 해녀|세화리에 가다 3|자작극|특보|봄이다|한라산 새우|모충사
[발문] 연서
■ 시인의 말
아리고 아팠던 것들
심사숙고하여 61편의 졸시
세 번째 닻을 올린다.
자판기 선율 따라
무언의 손짓으로 안무를 하고
모노드라마 되어 무대에 올려질 때
묶어뒀던 활자들이 하르르 웃고 있다.
걸어온 발자취만큼 아팠을 인생살이
막이 내리면 공허감이 밀려온다.
그 공허함은 다시 무대를 향해 무언의 손짓을 한다.
아직 끝이 아님을….
■ 책 속에서
사랏길 걷다 힘에 부칠 때
앉고 싶어지는 고마운 의자
풀밭이어도
돌담이어도
이제야 그랬다 모든 게 의자로
보인다는 것을
그때 할머니 모습에서
아버지 모습에서
어머니도 그랬겠다
나처럼 이렇게
허리 엉덩이 다리에 붙이고
샛도리물 길러 다닐 때
둠벵이 내川 빨래하러 다닐 때
할머니도 그랬겠다
나처럼 이렇게
별나라 소풍 길 가다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 만나면
그때
그렇게 앉고 싶다
의자, 너처럼
- ‘의자’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