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한그루 시선 38 '하늘이 보고 싶다'
[신간]한그루 시선 38 '하늘이 보고 싶다'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4.04.29 0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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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양홍재/125*185/184쪽/12,000원/979-11-6867-162-1(03810)/한그루/2024. 4. 25.
'하늘이 보고 싶다' 표지
'하늘이 보고 싶다' 표지

마음의 눈으로 본 세상

시각장애로 앞을 보지 못하는 양홍재 작가의 첫 시집이다. 총 7부에 걸쳐 81편의 시를 묶었다.

작가는 지난 2018년,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었다. 이후 고통과 절망감 속에서도 자신의 애환과 외로움을 진솔하게 표현한 시를 지어왔다. 가족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그간 창작한 시들을 한데 모았다.

백지에 자를 대고 줄을 맞추어 가며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간 시 속에는 어둠과 절망보다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마음의 눈으로 보는 세상에 대한 환희, 사람들의 온정, 지난날들에 대한 그리움 등이 담겨 있다.

화려한 수사나 진중한 시적 담론을 담은 시들은 아니지만, 어둠 속에서 하나의 시어를 건져 올리기 위한 작가의 고뇌와 사색이 진하게 배어 있다. 시어 하나하나가 밀도 높은 시간과 사고를 담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미흡한 시집이지만 저의 시를 읽은 독자들이 음미하며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주어진 일에 보람을 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저의 작품이 장애를 겪는 분들에게 인연이 닿는다면 희망과 용기를 갖고 스스로 위안하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활해 나갔으면 합니다.”라며 소회를 전했다.

■ 저자 소개

양홍재

1951년 1월 3일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 출생.

재릉초등학교, 한림중학교, 오현고등학교 17회, 제주대학교 사학과, 제주대학교 대학원 역사교육과 졸업.

제주대학교 평생교육원 풍수지리 강사, 탐라문화역사연구회 초대 회장, 조천항일기념관 운영위원장 역임.

■ 목차

제1부 그리움

달 지는 새벽길/ 어머니의 손/ 숨비소리/ 고추장 담그는 날/ 장맛비/ 칠석날 추억/ 동반자/ 아가의 미소와 눈부처/ 친구야/ 추억의 꽃/ 내 마음에 초승달 뜨네/ 뻐꾸기 우는 밤/ 만추의 그리움

제2부 천혜의 자연

갯내음/ 알작지왓/ 수평선/ 귤림추색/ 바당 밭/ 올레길/ 월대에서/ 노년의 꿈/ 타는 노을 낙조 되어/ 농무(濃霧)/ 장맛비 속 하루/ 산에 살고 싶다

제3부 꽃의 독백

하얀 꽃 핀 산딸기/ 양애꽃 필 때면/ 동백꽃/ 물가의 신선 수선화/ 접시꽃 추억/ 치자꽃 향기/ 상사화/ 능소 아가씨/ 송악꽃/ 풍란의 향기/ 꽃과의 대화/ 모정의 옥수수/ 고사리 신神

제4부 계절의 섭리

계절의 선물/ 가을은 소리로 온다/ 봄이 초대한 손님/ 봄나들이/ 가을의 노래/ 사월을 보내면서/ 봄의 선물/ 오월/ 봄비 내리는 날엔/ 유월의 바다/ 천혜의 비경/ 열흘만 있다 떠나세요

제5부 성찰

묵은지/ 침묵(沈黙)/ 신(神)의 선물/ 거울과의 대화/ 바늘구멍 세상/ 안경/ 글 줍는 하르방/ 밥 글/ 마음의 여정/ 마음을 열면/ 돌아보면/ 맑은 영혼으로

제6부 인생길

지상에서/ 나이테 늘어 가는데/ 빈손으로 갈 건데/ 삶의 독백/ 인생은 모노드라마/ 백년해로/ 고희(古稀)의 행복/ 살아야 할 이유/ 백세 인생/ 소중한 인연/ 보람으로 익어가는 하루/ 세월은 엉터리 화가/ 젊은 그대여

제7부 고향

발자국이 길을 만드니/ 내 고향 금능/ 향수 서린 골목길/ 정구수(鄭狗水) 물/ 배령포 유래/ 금능 개벽시 

■ 시인의 말

2018년에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은 후 앞을 보지 못하고 생활해야 하는 고충과 절망감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한탄해보아도 소용없는 일이기에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안정을 되찾았지만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온갖 번뇌를 이겨내기는 더욱 어려웠습니다.

외로움과 애환을 달래기 위해서 떠오르는 감회를 시 형식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보이지는 않아도 백지에 자를 대어 줄을 맞추면서 한 자 한 자 적어나갔습니다. 화창한 날은 밝은 느낌과 생각을 마음으로 정리하여 쓰고, 잠 못 이루는 밤이나 새벽에는 그리움과 회한을 진솔하게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마침 가족의 출판 권유로 시집을 내기로 결심하고 1년 동안 지인의 도움을 받으며 교정 작업을 하고 편집을 하여 발간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부친이 6·25 참전 중에 전사하여 청상과부로 나를 키운 어머님에 대한 애틋한 모정, 계절의 섭리, 어린 시절 향수, 향기로운 꽃과의 대화, 제주의 자연풍경, 인생 성찰, 고향의 풍수와 유래를 정성을 다하여 쓰려고 했습니다.

미흡한 시집이지만 저의 시를 읽은 독자들이 음미하며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주어진 일에 보람을 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저의 작품이 장애를 겪는 분들에게 인연이 닿는다면 희망과 용기를 갖고 스스로 위안하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활해 나갔으면 합니다.

시집이 나오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 가족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 책 속에서

[권두시] 하늘이 보고 싶다

 

하늘이 보고 싶다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하고

꽃 물든 핑크색 봄 하늘을

 

소나기 끊겨

바다가 파랗게 이어지고,

무지개 피어오른 여름 하늘을

 

들판에 곡식 익어

가을 바람에 감사 기도하는

풍성한 가을의 높디높은 하늘을

 

눈 내린 아침,

옛집 장독대에 수북이 쌓여

내 어머니 흰머리처럼

여린 햇빛에 반짝이는 겨울 하늘도

 

나의 하늘엔 어둠의 장막 덮여

칠흑의 밤으로 이어지고

진한 외로움에 지쳐 있다

 

가슴이 아려온다

구멍 난 틈새로 하늘을 보려 하니

거센 눈보라가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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