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이 칼럼](4)그들이 저급해도 우린 품위 있게
[현금이 칼럼](4)그들이 저급해도 우린 품위 있게
  • 뉴스N제주
  • 승인 2018.08.1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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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토론토에선
'여성들은 세상을 세이브하리라'

지난 주 ‘좋은 친구들’ 이란 한국 영화를 인터넷으로 봤다.

세 남자의 끈끈했던 우정과 의리가 어느 순간 의심과 불신으로 변하며 결국 죽음으로까지 치닫게 되는 어둡고 칙칙한 내용이었지만 흥미로운 전개방식에 꽤나 눈길이 갔다.

그런데 무심코 의문이 난 것은 왜 남자들의 우정과 신의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여성들의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가 하는 것이다.

혹자는 또 여자남자 차별얘기냐고, 지긋지긋해 할지도 모르겠으나 언젠가 그들도 피해자의 입장이 될 수도 있고 그들의 엄마, 아내, 딸, 누이, 여친 등등 어떤 식으로든 엮여져 있는 한 자유로울 수는 없기에 좀 너그럽게 봐주었으면 한다.

과거 대표적인 홍콩 느와르 영화 또한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며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관객의 뇌리에는 남자들에 비해 여성의 의리는 새털처럼 가볐다란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것을 근거로 주변과 의견을 나누고 더구나 자기 경험이 곁들여지면 나중엔 확증으로까지 번지게 된다.

하지만 최근 재판을 받는 과거 권력자들의 민낯을 똑바로 보라.

알량한 학연과 지연으로 똘똘 뭉치고 한때나마 권력과 자본을 공유하며 개나 돼지 정도로 치부하던 시민들을 향해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다 이제 방패막이 없어지자 자신의 미천한 삶을 영위코자 동지는 물론 친구도 물어뜯고 배신하는 그들의 비루함을.

놀랍게도 이들 대부분이 남성인 것을 감안하면 어쩌면 그들의 의리나 우정이야 말로 가볍고 미천하여 이를 남성위주의 영화계나 방송계를 통해 오히려 역설적으로 그려내는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

만약 내게 그것의 억만분의 일이나마 돈이나 권력을 제공했다면 그들과의 더러운 비밀은 영원히 묻힐 것임이 확실한데 어찌 그리 사람을 몰라봤을까 안타까움이 치밀어 오른다.

여성들은 동성의 친구와 어려서부터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는 데 익숙해졌고, 결혼해서는 남편이나 자식과 못하는 대화도 수 없이 나누며, 친구의 치부쯤은 무덤까지 가져가는 공명심 정도는 우습게 안다.

이런 습관이 온전히 몸에 배였는데 행여 돈이나 힘까지 나누었으니 대대손손 입 다무는 건 당연지사.

최근 메갈이니 워마드니 페미니 하며 남녀평등을 이루어 여성의 약자적 지위와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노력하는 움직임들을 각종 매스컴들을 통해 접하게 된다.

그들이 지향하는 목표를 빨리 이루고자하다 보니 종종 기존의 뿌리 깊은 관습이나 가치와 충돌하는 지점이 생기는 게 사실이고, 이는 앞으로 그들이 바라보는 최종목표를 향해 가는 과도기에 당연히 불거져 나올 수 있는 것으로 너무 과도하게 포장돼서 기본취지가 폄훼되거나 무시돼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당위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약간의 불법적 수단은 용이해야 한다는 과잉관용 또한 지양해야 할 것이다.

정당한 목표를 성취하고자 하는 선의에 불가피하게 따르는 소소한 수단의 부당성에 잠시 눈 돌릴 수는 있으나 이는 또 다른 차별과 역차별을 만들어냄으로써, 젠더로 인한 모든 차별을 부정하며 성평등을 지지하며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했던 본연의 취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느새 누군가에게 또 하나의 권력으로 인식되지 않을까 하는 건 괜한 노파심일까?

몇 년 전 여성 대통령(그를 지도자로 인정하든 안하든 논외로 하고)을 만들어 낸 세계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인 점으로 볼 때 대한민국이 젠더 감수성이 많이 떨어진 사회라 보기엔 좀 무리가 있어 보인다.

특히 여성들의 이런 움직임을 지지함으로써 얻는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부추기는 언론과 방송에 업 되어서 낚이는 일은 결코 현명하지 못하며, 느리지만 집요하고 침착하며 끈질기게 이어져야 할 것이다.

순수한 취지를 악용해서 목표치를 얻은 후 빠져버리면 그 대가는 결국 여성 자신들이 지게 되며 이는 결국 사회적 지지조차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늘 귓가에 속삭이는 소소한 유혹의 늪에 빠지지 않아야 목표를 달성했을 때 당당하고 떳떳할 수 있다.

여성운동의 대상은 낡은 사회의 관습과 구성원들의 뒤떨어진 가치관이며 부당하게 점철되어온 여성에 대한 인식을 향한 것이어야 하며 남성 자체를 향한 혐오나 복수심으로 변질되어서는 더욱 위험하다.

자칫 여성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보다는 남성이 불행해져야 여성의 자존감이 유지된다고 생각한다는 오해를 살 여지가 있으므로 감성보다는 논리로 개개인의 피해의식을 이용하지 말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설득하고 끌어들이는 노력을 통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진정한 복수는 그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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