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관표 시인
사진 작가
사진 작가
속세의 때
홀몸으로 벗고
겨울잠 자는 한라산
한없이 움직이던
바람 속에서
하품도 하고 개어난다
눈 덮인 한라산엔 땅거미가 내려앉고
온몸을 휘몰아치는 고통 속을 견딘
순백의 눈꽃 세상
가슴 아프게 보여주었다
얼어붙은 백록담엔
인적이 드물고
고사목 가지에
줄지어 앉은 까마귀
그대로 변치 않을 눈으로
쳐다보고
윗세오름 휴게소에서 만난
산객山客
눈 묻은 모자를 털며
서로를 보고 웃는다
이미 나뭇가지에는
소금기 묻은 얼굴로
느린 몸을 내리고
한 백년 서 있으면 좋을걸.
-. 임관표의 '녹담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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