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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관 칼럼](25)은혜 갚은 두루미(학)와 이발사
[현명관 칼럼](25)은혜 갚은 두루미(학)와 이발사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1.09.17 2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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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전과 나눔 고문
제34대 한국마사회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2002년 삼성라이온즈 야구단 구단주
삼성물산 대표이사 회장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비서실장
삼성건설 대표이사 사장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지난 주에는 현명관 회장이 유학시절 스파이로 오인된 이야기 등을 주로 다뤘다. 그래서 말미에는 일본을 이기는 극일 꿀팁까지 전해줬다.

사실, 유학을 갔다온 사람들과 갖다오지 못한 사람들과의 차이는 천지차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갔다오면 보는 눈이 깊어지고 높아진다고 말할 수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현명관 회장이 지난 주에 밝힌 공무원으로 시작해서 그룹 회장까지 된 결정적 계기는 바로 '일본 유학'을 꼽았다.

즉, 그는 큰 세상을 나가봐야 꿈을 꿀 수 있고 목표가 생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야 목표가 생기고 도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유학이라는 것이 어디 쉽게 떠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유학을 떠나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서 자신의 것으로 담아 꿈을 펼쳐놓는 것, 현명관 회장은 이것을 인생에서 가장 잘 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사람들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쉽게 좌절하는 경향이 있다.

좌절한다는 것은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미래가 보이지 않고 안개만 끼였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재미난 것은 그 순간만 이겨내고 지나고 나면 너무나 쉬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느끼는 사례가 종종 있다.

중요한 것은 목표인 것이다. 현명관 회장이 유학에 대한 집념, 일본에 가겠다는 목표가 없었다면 그러한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목표의 중요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번 장에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보은에 대한 내용, 자신이 신세를 지고 나면 어떻게 처신해야 되는지에 대한 지침이 서술됐다.

현명관 회장이 느끼는 감정은 여러가지였겠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이 미워하는 일본이지만 일본인에게서 배울 수 있는 일본의 소프트파워를 느끼는 순간을 가진 것이다.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보은한다.

"감사하는 마음은 가장 위대한 미덕일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미덕의 근원이 된다.(키케로 : 로마의 정치가, 철학자)"

이것이 오늘의 키포인트다. 살아가면서 은혜를 입고 사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사는 일이 중요하다.

추석이 가까워졌다. 아니, 지금부터 추석 연휴인 셈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덕담도 즐기면서 이번 추석도 잘 지내자. 

 뉴스N제주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석을 맞이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이지만 서로 합심해서 잘 이겨내서 함께 행복을 나누는 삶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현명관 칼럼은 이제 마지막 사업과 선거에 대한 이야기가 남아 있어 더욱 흥미롭다. 많은 필독이 있기를 바랍니다.[현달환 편집국장]


1987년 11월 19일 저녁 5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77세로 세상을 떠났다.

다음 날 20일부터 세상을 주름잡는 거물들이 이태원 승지원에 차려진 빈소에 몰려들었다.

노태우 민정당 대통령 후보, 김영삼 민주당 대통령 후보, 김대중 평민당 대통령 후보가 분향을 하는 등 600여 명의 정관계 실력자들이 장례식을 찾았다.

정부가 주는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이병철 회장의 초상화 옆에 놓이고 500여 개의 조화는 빈소부터 세워져 삼성의 영빈관이었던 승지원 담벼락을 따라 길게 늘어섰다.

1987년 11월20일 KBS 9시뉴스 화면 (분향하고 있는 고 김대중 대통령)
1987년 11월20일 KBS 9시뉴스 화면 (분향하고 있는 고 김대중 대통령)

그때였다.
일본인 한 사람이 저 멀리 대문에서 빈소를 향해 걸어들어 왔다.

현명관은 호텔 신라의 사장으로서 손님맞이에 분주했지만 인파 속에서 낯익은 일본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적잖이 놀란 현명관은 반갑게 다가가 정중히 허리 숙여 맞이하고 일본어로 인사를 했다.

"모리타 선생 안녕하셨습니까.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제가 이곳에 오는 것이 저를 믿고 찾아 준 고인에 대한 보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이름은 모리타였고 이발사였다.

모리타는 일본 도쿄에서 100년 넘게, 몇 대를 이어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모리티는 정중하게 내게 인사를 하고 이병철 회장의 빈소로 갔다.

꽃을 들고 헌화하고 향을 사른 뒤 지극히 정중한 자세로 예를 올렸다.

그 모습을 본 현명관은 일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다.

모리타 이발소는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도쿄에 머물면, 늘 들려서 이발을 했던 곳이다. 이병철 회장은 다른 이발소나 미장원을 찾은 적이 없었다. 오직 최고의 이발사 모리타를 찾아서 자신의 머리를 맡겼다.

사장 겸 이발사 모리타는 이회장의 별세 소식을 일본에서 매스컴을 통해 듣고 그 다음날, 스스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와 조문을 한 것이다.

자신을 알아주고 찾아 준 손님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였다.

생전에 이병철 회장이 모리타씨에게 돈을 더 많이 준 것도 아니었다. 단지 한국의 대기업 회장이 자신을 알아주고 찾아 준 것에 대한 보은을 위해 그는 이발소를 닫고 비행기 표를 사서 한국의 장례식장을 찾았다.

현명관은 모리타의 조문을 보면서 10여 년 전 일본 유학을 하며 읽었던 일본의 전래 동화가 생각났다.

직역하면 학의 보은(츠루노 옹가에시鶴恩返し)'이라는 제목의 민간 전래 동화였다.

노부부가 눈보라 치는 벌판에서 학을 덫에서 구해준다. 그날 밤 한 여인이 찾아와 눈보라를 피하게 해달라고 노부부에게 부탁한다. 노부부는 친절을 베푼다.

그때부터 여인은 실을 사오게 해서 옷감을 만들어 노부부에게 준다. 세상에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옷감이었다. 부부는 매번 옷감을 팔아 부자가 된다.

이름 모를 이 여인은 절대로 밤에 자신이 작업하는 모습을 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으나 뭘 하는지 궁금했던 할머니는 몰래 여인의 작업장을 훔쳐본다.

여인은 없고 거기에는 한 마리학이 자신의 깃털을 뽑아서 옷감을 만들고 있었다. 여인은 학으로 변했고 그 동안 감사했다고 하며 날아가 버린다.

이 기묘한 동화를 다시 떠 올린 현명관은 일본인의 자기 규칙과 보은을 생각했다.

"일본인은 신세를 지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고 실제로 그렇게 도리를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자신의 깃털을 뽑아 상처가 나고 힘들어도 지켜야만 하는 무서운 도덕률이다.

또한 아무리 은혜를 베푼 사람이라도, 자신의 영역에 함부로 들어오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 그 선을 넘으면 그들은 떠난다."

그리고 왜 일본인과 사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좀처럼 가까워질 수 없는지 알게 되었다. 서로에게 신뢰와 믿음이 생기면 자신의 깃털도 뽑아 주어야 할 정도로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쉽게 마음을 내줄 수 없었던 것이다.

한국의 전래 동화는 양상이 전혀 다르다. 다리를 고쳐 준 제비가 자신의 털을 뽑아 은혜 갚기를, 베푼 이도 원하지 않는다.

다만 잘 되었을 때 박씨 같은 작지만 큰 한방을 주면 그만이다. 현명관은 이렇게 생각이 정리되자 노트를 꺼내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소프트 파워 1.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보온한다. 이로써 타인에 대한 신뢰를 근간으로 사는 자본주의에서 일본인은 동양의 여러 나라들과는 다른,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그들을 이기려면 서로 믿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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