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칼럼](24)재미있는 설화 – 범섬 선녀탕①
[장영주 칼럼](24)재미있는 설화 – 범섬 선녀탕①
  • 뉴스N제주
  • 승인 2021.06.27 22: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영주 교육학박사
명예문학박사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장
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장영주 아동문학가
장영주 아동문학가

프롤로그

하늘나라 칠 공주선녀 중 셋째는 설문대 공주선녀(설문대할망)이다.

설문대 공주선녀가 하늘나라에서 지상나라로 내려올 때 하늘나라 궁전의 화단 흙을 치마에(속옷을 입지 못할 정도로 급히 쫓겨나다시피 해서) 담고 오곡 씨앗과 우마를 가지고 내려와 태평양 넓은 바다 한가운데 부어 놓아 탐라를 만드는데….

(제주도를 품은 설문대 공주선녀)

탐라에는 사람이 살지 않고 동물이며 식물도 하나도 없는지라 외롭고 쓸쓸하여 고향 하늘나라가 보고 싶어서인지 다시 흙을 모아 치마에 가득 담고 은하수에 닿을 만큼 높은 한라산을 만드는데….

제 얼굴 모습도 한라산에 판박이처럼 박아 놓고는.

(은하수에 닿은 한라산)
(설문대 공주선녀의 얼굴 모습 한라산)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움직일 때마다 구멍 뚫린 치마 구멍 사이로 흙이 떨어져 오름이 생기기를 1년(하늘나라 1일은 지상나라 1년), 365일 동안 계속하여 오름 365개를 만들었는데….

(들녘의 오름)

훗날을 내다보는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아니면 무심결에 만든다는 게 오름 3개를 보너스로 더 만드니 훗날 탐라 사람들은 3이란 숫자를 좋아하게 되어 ‘먹을 삼’이란 별칭이 붙었는지라, 해서 탐라 오름은 368개니라.

아뿔싸 최근 들어 오름 세 개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는데….

● 첫째가 설문대 공주선녀는 먹성이 좋아 하루에 지상나라 사람들이 1년 먹을 양식(수수)을 한 끼에 먹어 치우다 보니 누운 똥이 오름 하나만큼 쌓였으니 이를 ‘궁상망오름’이라 불리는데….

이 오름 흙은 퇴비로 안성맞춤이라 탐라 사람들은 농사를 지울 때 오름을 파다 거름으로 쓰는 바람에 오름이 다 허물어져 사라질 형편이라.

○ 궁상망오름 전설

설문대할망의 식성은 대단했지요.

식성이 좋은 만큼 똥도 한 번에 오름만큼이나 쌌다지요.

“우리 집 소 못봤수?”

사람들은 오름에 풀어 놓았던 소를 잃어버려 찾으러 갔다가 설문대할망이 싸 놓은 똥에 빠지는 일이 허다했지요.

어떤 땐 죽기도 했답니다.

“에프, 냄새.”

사람들은 어느 것이 설문대할망 똥이고 어느 것이 진짜 오름인지 구분할 수가 없어 불평이 많았지요.

“우리 방도를 찾아봅시다.”

사람들은 설문대할망을 찾아갔지요.

“설문대할망님, 똥을 누울 때 한꺼번에 한 곳에 눕지 말고 조금씩 나눠 여러 군데 누면 안 될까요?”

사람들의 부탁에 설문대할망은 난감했지요.

똥은 한꺼번에 싸야 시원할 텐데 여러 번 나눠서 여러 군데에 싸라니 말이 되나요?

결국, 설문대할망은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였지요.

오랜 세월이 흘러 설문대할망이 싼 똥은 굳어져 동산이 되었고요.

그중 제일 큰 동산은 ‘궁상망오름’이 되었답니다.

그래서 ‘궁상망오름’은 똥 모양이지요(혹자는 활 궁자를 써서 활 모양의 오름이라고도 한다).

[출처] 궁상망오름 작성자 문필 장영주

● 둘째가 넓은 태평양 바다를 떠돌며 날아다니며 한량처럼 다니다 멈춰선 ‘비양도오름’은 중국에서 날아왔는지 잘 모르지만, 하여튼 바다를 날아다니다 협재 앞바다에 멈춰 섰는데 언젠가는 다시 고향 바다를 향해 날아갈 형편이라.

○ 비양도오름 전설

비양봉이라고도 하는데, 전해오는 이야기로 지금부터 1천 년 전 본섬에는 봉이 99여서 100봉을 채우지 못해 대국을 형성하지 못했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중국에서 1개의 봉이 섬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곽지 진모살에 이르렀을 때 한 아주머니가 물 질러가다가 굉음에 놀랐다.

날아오르는 봉을 가만히 놔두었다가는 모살 동네에 부딪힐 것 같아 멈추라고 소리치자 봉은 기수를 돌려 지금의 위치에 섬이 되었다 한다.

만일 아주머니가 “봉이 날아온다”라고 소리치지 않았다면 제주도는 1백 봉이 형성되어 대국이 됐을지도 모르겠다나요?

그 후 태평양에서 날아온 섬이라 ‘비양도’라 이름이 붙여졌다(아흔 아홉골과 너무 흡사한 이야기).

<출처 : 다음백과, 작성자 문필 장영주>

(비양도 부두에서 본 비양봉)

● 셋째가 1년에 딱 한 번 얼굴을 내미는 ‘두럭산오름’은 설문대 공주선녀가 빨래하고 물장구치고 노는 곳인데 북극 남극 빙하가 녹아 바다 수위가 높아지고 개발과 산업화로 육지 땅이 바다를 메워 바닷물 수위가 높아지며 두럭산은 물에 가라앉아 언젠가는 영영 그 모습을 볼 수 없는 형편이라.

○ 두럭산오름 전설

김녕에 두럭산이 있지요.

두럭산은 산이 아닌 바윗덩어리랍니다.

그런데 왜 산이란 이름을 붙였을까요?

제주에는 설문대할망 창조신화가 전해 내려온답니다.

설문대할망은 천상의 나라에서 천하의 세계로 내려올 때 흙을 가지고 와 섬 가운데 한라산을 만들고 나머지 흙으로 오름을 만들었는데 유독 ‘산’이란 이름을 붙인 오름이 다섯 개나 있답니다.

그 첫째가 성산에 있는 청산(성산)이요, 둘째는 성읍에 있는 영주산이며, 셋째는 화순에 있는 산방산이고, 넷째는 모슬포에 있는 송악산이요, 마지막 다섯째가 김녕에 있는 두럭산이지요.

그런데 다른 오름(산)들에 비해 두럭산은 산이라 할만한 것이 못되답니다.

초라하게 바닷가에 있는 조그만 바위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도 이것을 산이라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답니다.

오랜 옛날이지요.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을 만들고 나니 뭔가 허전한 기분을 느꼈지요.

“남쪽이 있으면 북쪽이 있고, 하늘이 있으면 땅이 있는 법인데 한라산은 그냥 가운데 있어 영 섭섭함을 금치 못하겠군.”

이렇게 생각한 설문대할망은 한라산과 마주치는 곳에 산 하나를 만들기로 했지요.

“가만, 어디쯤이 좋을까?”

설문대할망은 이리저리 눈짐작으로 한라산과 대(對)가 되는 곳을 찾았답니다.

“옳거니. 여기가 좋겠군.”

설문대할망은 김녕리 바닷가에서 흙을 주물럭거리더니 바위 하나를 세웠지요.

“이젠 한라산의 운이 여기까지 닳을 거야.”

설문대할망은 만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지요.

그 후 한라산의 운이 두럭산에 닿으면 장군이 난다는 소문이 돌게 되었지요.

그래서 두럭산을 신성한 바위로 생각해서 가까이에서는 언동을 조심하였다고 한답니다.

어느 날이었지요.

해녀가 바다에 나갔다가 두럭산 앞에서 큰소리를 지르니 갑자기 바다에 풍랑이 일어 죽을 뻔했답니다.

“어디서 감히 큰소리를 치다니….”

설문대할망은 씩 웃으며 두럭산에 옷가지를 걸쳐 놓고 빨래를 하며 콧노래를 불렀답니다.

● 산을 오름, 매, 봉, 악이라 표현해 왔다. 예외로 한라산은 신성시되어 감히 오름이라 불리지 않았고 오름인데 산인 척하는 것이 다섯 개 있는데 청산(성산), 영주산, 송악산, 산방산, 두럭산 만은 오대산이라고 부르지요(혹자는 제주도 내에 5대 산을 한라산, 청산(성산 일출봉), 산방산, 단산, 두럭산이라고도 한다).

[출처] 두럭산 작성자 문필 장영주

두럭산은 한라산과 서로 대칭이 된다. 한라산은 靈山이라 장군이 난다고 하며, 두럭산에서는 이 장군이 탈 龍馬가 난다고 한다. 그래서 두럭 산을 신성한 바위로 생각해서 그 가까이에서는 언동을 조심한다. 설문대할망이 빨래를 걸쳐 놓았던 곳이다.

[출처] 산 작성자 문필 장영주

(음력 3월 보름 딱 하루만 보인다는 전설의 섬 두럭산, 사실 그날이 가장 썰물(간조)이어서 바닷물이 빠져나가 보이는 부분이 높아진 이유 때문이다. 1m 정도)

아서라, 설문대 공주선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오름 3개가 사라진다면 설문대할망의 제주사랑이 사라지는 꼴이 되는지라….

자연의 섭리는 있는 그대로가 좋은 것이여!

그래서 그런지 설문대 공주선녀가 처음 만든 365개 오름은(최근 들어 400여 개 오름이라 말하는 한량도 있다만) 1년을 상징함이니라.

희한한 일이로고, 소리소문없이 가출한 설문대하르방이 설문대 공주선녀 꿈속에 갑자기 나타나더니만 지가 낳은 아들 오백 명을 데리고 가겠다나?

이건 무슨 창 터지는 소린가?

나 몰라라 자식 버리고 도망갔던 일이 엊그제인데 이젠 장성한 아들들이 보고 싶다나? 뭐 어쩌나?

한가하게 자식 핑계 대며 칭얼거리며 설문대 공주선녀에게 측은 데는데….

사실 손톱만 한 연민의 정이 남았는지….

제 혼자 생활하기가 허전해서인지….(홀아비 집안에는 이가 석 되라는 말이 있다)

아서라, 설문대 공주선녀 고얀 설문대하르방의 말을 들어 줄 상 싶은가?

설문대 공주선녀는 한라산을 베개 삼아 낮잠을 자다가 잠결에 설문대하르방을 만나 홧김에 발길질한다는 게 범섬 옆구리를 차고 말았겠다.

주) 범섬은 면적 83,898㎡ 좌표 33° 13′ 04″ N, 126° 30′ 58″ E 지번 법환동 산1-1 외 1 사유지로 법환동과 1.5km 주상절리와 해식동굴의 발달해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범섬은 설문대할망 발가락과 연계한 전설과 최영 장군이 몽골군을 물리쳤다는 유래를 접목하여 설문대 공주선녀가 범섬 앞 물통에서 물놀이 하는 장면을 다이나믹(역동적)하고 드라마틱(극적)하고 아이러니(모순) 한 모노드라마(일인극) 형식을 빌려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인택트(원본이 손상되지 않게) 한 스토리를 전개해 하나고자 한다.

덧붙여 필자가 범섬 앞 물통을 촬영 갔을 때 딱 맞춰 유채꽃 걷기대회가 열렸던바 이를 범섬과 올레길과 서귀포 무인도를 삼각대처럼 엮어 한편의 그림을 보는듯한 범섬 선녀탕을 새롭게 만들어 보려 한다.

□ 범섬과 설문대 공주선녀

“셋째야, 이젠 너와 이별 해야 할 때가 되었구나.”

하늘나라 옥황상제 눈물을 보이며 슬퍼하는 표정으로 셋째 설문대 공주선녀를 지상나라로 보내는 극약 처방을 쓰는데….

웬걸 설문대 공주선녀는 이별의 아쉬움보다는 동경하던 미지의 세계 지상나라로 보내 주는 걸 고마워하며 혹여 옥황상제 맘이 변해 하늘나라에 눌러살며 군살을(먹성이 좋아 몸집이 뚱뚱하니 굶는 다이어트 시킬까 봐) 빼라 할까 봐, 급히 서둘러 지상나라로 내려와 섬을 만들고 한라산을 만들며 설문대하르방을 만나 아들 오백 명을 낳아 키우는데 무정한 설문대하르방은 자식 교육을 설문대 공주선녀에게 맡기고 어디론가 떠나 버린다(추후 돌하르방으로 변하여 나타나는 거로 필자는 정리할 것이다).

(오백 아들에게 젖을 물려 주는 설문대 공주선녀)

한마디로 이별? 이혼? 별거? 어느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어떻든 혼자 살게 된 설문대 공주선녀는 늘 외로움에 떨어야 했고 게울려 터진 오백 아들을 먹여 살리느라 무진 애를 쓴다.

쓸쓸할 땐 자신이 태어난 하늘나라 천궁을 보게 한라산을 높게 만들어 은하수에 닿게 하였는지라.

늘 하늘나라와 가장 가까이 가서 먼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한라산에 걸터앉아 빨래하며 낮잠 자며 발길질하는 습관이 생겼다.

어느 날, 한라산에 걸터앉을 때 한라산 꼭대기가 설문대 공주선녀 엉덩이를 찌르니 화가 나서 한라산 꼭대기를 확 꺾어 던지니 산방산이 되고 산방산이 될 때 떨어져 나온 조그만 돌덩이 흙 무리가 바다에 떨어져 범섬도 되고 문섬도 되고 하는데….

오랜 옛날이었지.

하늘나라에서 내려온 설문대 공주선녀가 시집을 갔거들랑.

섭지코지에서 설문대하르방을 만나 그만 그이 꾐에 넘어가 순진하게 하룻밤 풋사랑에 만리장성 쌓고 아들 500명을 낳고 말았어.

그 후 설문대하르방은 바람이 났는지 설문대 공주선녀의 쭈그러진 얼굴이 미워서인지 가출하니, 화가 난 설문대 공주선녀는 하늘나라 옥황상제께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

그래서 이럴 때 써먹으려고 한라산을 은하수에 가깝게 높이 쌓아 둔 게 아니겠어?

설문대 공주선녀는 옥황상제를 아련하러 한라산에 올라갔어.

한여름이라 헉헉거리며 올라간 게지.

“아바마마, 내 남편이 사라졌어요. 행방불명 됐어요.”

설문대 공주선녀는 옥황상제께 자초지종을 고했어.

“이런 미련한지고. 네 일생에 관한 일은 네가 알아서 처리해야 하거늘 어찌 어리석게 그런 가정사를 나에게 고하느냐?”

옥황상제는 단칼에 거절하고 말았지.

이에 설문대 공주선녀는 기진맥진 한라산에 걸터앉아 먼 태평양을 바라보다,

“에쿠, 엉덩이야.”

그만 한라산 꼭대기가 설문대 공주선녀의 궁둥이를 찌르는 거야.

화가 난 설문대 공주선녀는 한라산 꼭대기를 한 손에 움푹 쥐더니 이네 봉우리를 뽑아 휘 던져 버렸어.

“이걸 받아라. 설문대하르방아.”

그러나 그 한라산 꼭대기는 멀리 가지 못해 사계리 앞바다에 떨어져 산방산이 되었어.

(산방산)

지칠 대로 지친 설문대 공주선녀는 피곤하여 한라산을 베게 삼아 관탈섬에 발을 걸치고 낮잠을 잔 거야.

꿈결에 설문대하르방이 나타났어.

“이놈이 하르방이이.”

설문대 공주선녀는 설문대하르방을 향해 발길질해 댔어.

얼마나 화가 났으면 지 서방님을 발길질했겠어.

“빨리 돌아오라니까. 500 아들이 굶어 죽게 생겼다니까.”

그러나 설문대하르방은 들은 채도 않는 거야.

“이놈이 하르방아, 제 새끼들이 굶어 죽게 생겼다는 데 외 아무런 말이 없어.”

설문대 공주선녀는 잠결에 연신 설문대하르방을 향해 발길질해 댔어.

“에쿠, 발가락이 아프네.”

그제야 설문대 공주선녀는 자신의 발가락 두 개가 범섬 한구석에 꽂혔다는 걸 눈치챘지.

“이런.”

설문대 공주선녀는 범섬에 끼인 발가락을 빼내고 보니 아뿔싸 엄지 중지 발가락 톱이 빠져 버린 게야.

“에구 아파.”

설문대 공주선녀는 아픔을 뒤로하며 범섬을 내려다보니 자신의 발가락이 박혔던 자리에 동굴 두 개 생겨 난 게 아니겠어?

이때, 범섬은 화가 난 표정으로 달려드는 호랑이 모양이 된 게야.

그 후 범섬의 동굴 2개는 설문대 공주선녀의 발가락이 들어가 패인 자국이라 전해 온대.

(범섬, 오른쪽 작은 섬 사이에 큰 섬에 동굴 두 개가 있다)

범섬은 멀리서 보면 큰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섬에는 해안침식 쌍굴이 있는데 제주도 창조의 여신인 키 큰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을 베개 삼아 누울 때 뻗은 두 발가락에 의해 뚫어져 생겼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