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칼럼](22)재미있는 설화 – 원앙폭포 설문대할망 선녀탕③
[장영주 칼럼](22)재미있는 설화 – 원앙폭포 설문대할망 선녀탕③
  • 뉴스N제주
  • 승인 2021.06.14 04: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영주 교육학박사
명예문학박사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장
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장영주 작가
장영주 작가

잠깐,
사계리 앞바다에도 인간의 발자국이 남아 있는데….

옛날 이야기 하나.

옛날 어느 마을에 오른쪽 다리가 불편하신 노모와 나이가 넘어도 결혼을 하지 못한 아들이 함께 살았는데,
노모의 소원은 나 죽기 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보고 죽는 게 소원인데,
노모는 ‘내 아들 장가를 보내려면 내 다리부터 고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노모는 다시 백일기도를 시작했는데,
‘거기에 가서 둑 뒤에서 숨어서 지켜보면 하늘에서 학이 한 마리 내려올 것이네. 그리고 그 학을 유심히 살펴보면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이네’. 라는 소릴 들었는데,
하늘에서 학이 한 마리 내려와 땅에 앉는데 학의 오른쪽 다리가 노모와 같이 불편한 것인데,
학은 왼발로 불편하게 깡충깡충 뛰어서 어느 곳으로 가더니 한자리에 한참을 머물다 불편한 왼 다리를 딛고 다시 하늘로 날아가는 것인데,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똑같이 학은 한곳에 머물다 올라가길 이십 일째 되는 날 그날도 노모는 다른 날과 같이 둑 뒤에 숨어서 학을 지켜보고 있다가 노모는 깜짝 놀랐는데,
분명히 오른쪽 다리가 불편했는데 그날은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하면서 양다리로 걷는데,
그리고는 양다리로 땅을 힘껏 차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인데,
그곳은 물웅덩이에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오는 온천이 있었는데,
노모는 학이 했던 것과 같이 온천수에 매일같이 쉬지 않고 발을 담갔는데, 백일째가 되는 날 그날도 노모는 평소처럼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나왔는데 왼발 오른발 양다리로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 셋째도 엉장메 코지라는 돌다리를 만드느라 어깨가 빠져, 무릎에 무리가 생겨 여기 와서 물줄기를 맞아 아픈 어깨와 무릎을 고치려 했었구나’

첫째 공주선녀의 짐작은 거의 백발백중했지요.

그래서 옛말 하나도 틀린 게 없다니깐요.

‘뭐니 뭐니 해도 나이가 지혜이니라.’

‘구관이 명관이니라.’

주) 제주도 해안가에는 사람의 발자국 화석이 종종 발견된다. 사계리 앞바다에는 1만 5천 년 전 사람 발자국이, 성산포 연혼포에도 사람의 발자국이 남아 있고 필자의 기록으로는 설문대할망이 육지 가는 돌다리를 만들다 만 엉장메코지 옆 신촌 바닷가에도 사람의 발자국 화석을 본 기억이 있다. 그게 1980년대 말쯤 된다.

(원앙폭포 두 가닥 물줄기)
(원앙폭포 두 가닥 물줄기)

첫째 공주선녀는 온 힘을 다해 바쁘게 걸음을 걷다 보니 땀이 무척 많이 흘러내렸어요.

빨리 원앙폭포 물웅덩이 가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안전하게 건네게 만든 길보다 빠른 지름길로 건네고 싶었어요.

지름길에는 무수히 떨어져 가득 메운 낙엽 길을 발이 미끄러지는 줄도 모르게 빨리 걸었어요.

미끄럼 타듯 길을 무사히 건너니 아주 위험한 경사가 높은 길이 나타나는 거예요.

‘이크, 머리를 부딪칠 뻔했네.’

커다란 나무가 있어 길을 막았어요.

첫째 공주선녀는 고개를 숙여 길을 건넜어요.

복잡하고 어려운 미로 길을 따라 가쁜 숨을 몰아치며 달려가 보니 거의 폭포에 다다랐어요.

노란 천에 이상한 글씨가 보였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어요.

(멀리서 보이는 원앙폭포)

‘오라, 여기 기대어 보면 보일 게구나.’

첫째 공주선녀는 빨간 나무판에 손을 대고 물줄기가 보일 듯 말 듯 한 곳 기대섰어요.

기대지 말라는 경고판을 읽지 못하니 기대선 게지요.

한마디로 무식한 용감이랄까?

‘야! 신기하구나’

첫째 공주선녀는 환호성을 질렀지요.

세상에 태어나 이런 곳은 처음 거든요.

(이 글을 첫째 공주선녀는 읽지 못한다)

첫째 공주선녀는 물웅덩이를 보자마자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옥황상제가 셋째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아 오라는 명도 잊고 말았어요.

‘신나게 물놀이나 해볼까?’

아! 선녀들은 직감적으로 물웅덩이를 보면 그냥 그 속에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니깐요.

어느 어디 선녀탕 이야기에도 선녀들은 물웅덩이가 보이면 물놀이 한다고 쓰여 있거든요.

첫째 공주선녀도 근성이 발동한 게지요.

물웅덩이를 보자마자 욕구를 참지 못하고 옷을 홀랑 벗고는 물웅덩이에 뛰어들었지요.

‘멋진 다이빙’ 실력을 발휘한 게지요.

‘야, 신난다.’

첫째 공주선녀는 셋째가 어떻게 사는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물웅덩이에서 물장구치고 자맥질하고 헤엄치고 신이 났어요.

그곳에는 물줄기가 두 가닥 아름답게 내려오는 데 한 쌍의 원앙처럼 너무 아름답고 정답고 아기자기하고 신비한 물줄기 폭포였지요.

(수려한 경관과 맑은 물이 두 줄기 흐르는 원앙폭포)

‘이크, 큰일.’

첫째 공주선녀는 설문대 공주선녀가 어깨와 무릎이 아파 자주 물맞이했던 아름다운 황홀경에 빠졌다가 정신을 차리고 옥황상제의 명을 문뜩 생각해 낸 것이지요.

“얘야, 조심하거라.”

하늘에서 옥황상제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수려한 경관과 맑은 물이 두 줄기 흐르는 원앙폭포)

옥황상제는 첫째가 잘 일을 잘하나 안 하나를 들여다보다 큰일을 저지른 걸 본 게지요.

사실 옥황상제는 은근히 원앙폭포 물줄기를 언제면 맞아 보나를 만리경으로 들여다보며 이제나 저네자 기회를 엿보고 있던 참인데 아뿔싸 셋째는 이미 여러 번 원앙폭포를 다녀갔고 첫째마저 원앙폭포 물웅덩이에서 물놀이 하며 다이빙하는 걸 보았잖아요.

‘안 되는데 거긴 다이빙이 금지된 곳이야.’

옥황상제는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어요.

‘에구, 미리 지상나라에 유학 보냈었으면 저런 일은 안 벌어 졌을 텐데.’

옥황상제는 첫째가 한글을 읽을 줄 모른다는 걸 눈치챘지요.

셋째는 알면서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살짝 가서 물맞이했고 물웅덩이에 들어간 게지요.

‘어허, 이런, 이런 큰일이로고.’

옥황상제는 첫째가 선녀 옷을 홀랑 벗고 맨몸으로 원앙폭포 물웅덩이에 다이빙하는 걸 보며 걱정이 태산 같았어요.

첫째 공주선녀의 몸매를 누군가가 훔쳐본다면?

아니, 누군가가 촬영하고 있다면?

이건 큰일이지요.

하늘나라 법도에 선녀가 맨몸으로 목욕하는 걸 본 사람은 사위가 돼야 하는데, 그게 사람이 아니라면?

그러니 이를 지켜보던 옥황상제 맘이 어떻겠어요.

옥황상제는 CCTV가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첫째 공주선녀는 모르잖아요.

첫째 공주선녀의 몸매를 기계가 훔쳐봤다고 기계에 시집 보낼 순 없잖아요.

이젠 시대가 변했으니 이 법도도 손질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지요?

여기서 잠깐,

첫째 공주선녀는 한글을 몰라 시시티비(CCTV)가 설치된 걸 모르지만 여러분은 아셔야 할 게 아네요?

두산백과에 의하면 CCTV란?

특정 수신자를 대상으로 화상을 전송하는 시스템. 폐쇄 회로 텔레비전으로 수상기를 설치하여 확인한다.

CCTV 설치를 통해 범죄 예방 및 억제 효과와 범인 발견 및 체포의 용이성, 범죄에 대한 두려움 감소, 경찰 인력 보완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나 일반 시민들의 초상권 및 사생활 침해 문제 등도 함께 거론된다.

CCTV는 industrial television의 약어인 ITV로 불리기도 하는데 방송용 이외에 산업용, 교육용, 의료용, 교통관제용 감시, 방재용 및 사내의 화상 정보 전달용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특히 골목과 같은 우범지대에 CCTV를 설치하는 등 범죄 예방을 위한 설치가 늘고 있어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