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2024-03-29 02:29 (금)
>
[현글 칼럼](21)은하가 보고 싶다.
[현글 칼럼](21)은하가 보고 싶다.
  • 뉴스N제주
  • 승인 2020.06.07 2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은하가 보고 싶다.

-현글

은하가 보고 싶다.
봄이 기지개피는 속삭임에
맘속에 퍼지도록 채워지는 얼굴.
19살에 홀연히 날 떠난
그녀의 마음은 편했을까

남들은 다 받던 위문편지 못 받고
철조망 아래 이름 모를 풀잎만 사랑한
시간이 몇 밤인 줄 몰라
한 밤 두 밤 세 밤.......

묻고 싶다.
은하가 내 맘속에 하나둘 빠져갈 때


미친척하며, 허우적거리며 붙잡고 싶다

따르릉거리는 전화소리
문득 천장에서 은하를 보았다.
스무 해도 더 지난 이 차가운, 낯선, 어색한 웃음소리
봄소식에 날려주려나
( ‘문장21’2012년 가을호 수록)

현글(현달환) 시인
현글(현달환) 시인

‘봄’이라는 것은 ‘보다’라는 동사의 명사형이다. 봄은 보는 것이다. 가만 보노라면 봄은 꿈틀거린다. 꿈틀거린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다.

은하라는 세계는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그 생명체가 있음으로 젊은 날의 청춘을 견디게 했다. 은하수의 별을 가슴에 품어 있음으로 인해 좌절과 절망을 이길 수 있었다. 은하는 봄이었다. 차디찬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견디고 되돌아온 봄이다. 아니, 봄처럼 환한 미소로 다가오는 생명체이다.

우리는 가끔 힘들 때 하늘을 본다. 하늘에는 아무것도 없음에도 하늘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렇다, 은하는 하늘이었다. 하늘 저편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청춘은 아파야만 성숙해지는 것일까. 견딜 만해서 그렇게 아픈 것일까.
세월이라는 이끼를 덧씌운 지금에 우리는 뒤를 돌아보면 보이지 않는다. 선명하게 보이지가 않는다. 다시 앞을 봐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실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지만 나는 보이지 않는 것에 어쩌면 감사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다. 완연하게 보이는 봄은 이미 지나가고 있기에 더욱 슬픈 것이다. 보이지 않는 봄이 있음으로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살 수 있으면 행복해질 것이다.

은하는 나의 봄이다.
가끔 은하가 보고 싶다. 그저 미소만이라도 볼 수 있는 봄이 오랫동안 남아 있으면 좋겠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