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글 칼럼](15)심돌, 오렴
[현글 칼럼](15)심돌, 오렴
  • 뉴스N제주
  • 승인 2020.06.07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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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돌, 오렴

-현글

바위 같은 말미 오름 아래
올레길 걸어 걸어
영등할망 보내는 날
한 번 놀러 오렴

집알바당 옹기종기
살 오른 조개도 캐러
물어물어 찾아오렴.
하얀 모래 내뿜는 입이
다물기도 전에,

● 심돌. 시흥리(올레길 1코스)옛 이름 (역돌리力乭里)
집알바당. 집 아래 있는 바닷가. 제주어

현글(현달환) 시인
현글(현달환) 시인

시흥(始興), 제주가 시작되는 곳이다.
시흥(始興), 문자 그대로 '비로소 흥성하는 마을'. 옛 이름은 심돌개에서 온 심돌 혹은 심똘이다. 한자를 차용하여 역석포(力石浦), 역돌포(力乭浦) 등으로 표기하여 오다가 1905년부터 시흥리로 바뀌었다.

마을 주민들이 대대로 단결력이 좋고 마을공동체의 위력이 막강한 것은 '심돌(力乭)정신'이라고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어려움과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삶의 정신은 어떠한 마을 규약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주민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제주도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세계자연유산의 아름다운 섬이다. 그 섬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행운아들이다. 그 섬을 가고 싶고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알아야할 것이 있다. 바로 시흥리라는 마을을 알아야한다. 지금은 매스컴이나 SNS상에서 잘 알려진 올레길 1코스는 바로 시흥리의 출발을 의미한다.

시흥리와 종달리는 시작과 끝의 경계이다.
과거에는 남제주군과 북제주군의 경계선이었고 이제는 특별자치도로 바뀌면서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경계선이다. 시흥리는 그만큼 중요한 지역이다.

새로운 시작의 또 다른 이름, 심돌! 심돌은 그렇다고 경계선을 벗어난 눈엣가시가 아니다. 제주도의 주도로를 따라 연이어져 있지만 시작을 알리는 지점일 뿐이다.

시흥리는 튀지 않는 자연에 순응하는 그런 마을이다. 바람 불면 바람을 맞고 태풍이 몰아치면 태풍에 순응하는 마을이다. 그래서 시흥리는 거친 바다의 상징이다. 용맹스런 사람들, 비겁하지 않고 전진하는 심돌인들의 순수함은 제주도의 축소판으로 한껏 정을 느낄 것이다.

일출봉과 우도 경관을 다 볼 수 있는 조개가 많았던 시흥리는 자연경관이 빼어난 탓(?)에 해안도로변에는 고층건물들이 즐비해서 옛날 고기잡이, 보말, 조개 잡던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지경이다.

그러나 심돌은 변하고 있다. 변화라는 것은 좋은 의미에서 환경에 적응하는 액션이다. 변화를 못하면 고인물이 되어 썩게 되어 사라질 뿐이다.
이 봄에는 의리 있는 심돌에 한번 놀러가자. 올레길을 걸으며 제주도의 시작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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