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이시향 디카시집 '우주정거장' 출간
[신간]이시향 디카시집 '우주정거장' 출간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1.05.2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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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석유화학공단
황홀한 불빛,
우주인이 아니면 일할 수 없는
우주정거장의 표상이다.
그곳에서 지금까지 견딜 수 있도록
힘이 되어준 詩여,
詩가 사는 사진이여,

고맙다.

이시향 시인
이시향 시인

이시향 시인이 최근 디카시집 '우주정거장'을 출간을 하고 시인의 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2003년 계간 ≪시세계≫에 시, 2006년 ≪아동문학평론≫에 동시, 2020년 ≪시와편견≫에 디카시로 등단한 이후 디카시집 피다 와 동시집 등 여러 권의 책을 내며 다방면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시향 시인이 이번에는 울산문화재단 지원금을 받아 두 번째 디카시집을 냈다.

디지털카메라(디카)와 시를 결합하여 줄인 말인 디카시는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를 포착한 순간 그 감흥이 날아가기 전에 사진으로 찍고 문자로 써서 결합한 다음 SNS에 올려 실시간으로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영상 언어와 시라는 문자 언어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시인은 우주정거장과 같은 산업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며 노동에 관한 시도 썼지만, 디카시 만큼 현장성이 잘 전달되는 것은 없다며 그림 그리기와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자신에게 딱 맞는 문학 장르인 디카시 저변 확대를 위해 울산을 중심으로 매년 전시회와 백일장도 개최하고 있다.

이 디카시집에서는 시가 꼭 아름다워야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닌 것처럼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20년 넘도록 용접을 하는 아주머니 얘기도 있고, 하루아침에 명예퇴직을 당해 방황하는 중년의 애환도 있지만, 이렇게 힘든 노동의 결과로 대한민국의 경제가 돌아가고 있다는 삶의 진정성이 돋보인다.

또한 촌철살인의 다섯 줄 이하의 문장으로 사진과 함께 누구나 따뜻하고 정겨움을 느낄 수 있는 서정성과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오를 수 없는 벽이 보일 때 벽을 오르는 법을 그리며 희망을 노래한다.

이시향 시인의 '우주정거자' 표지
이시향 시인의 '우주정거자' 표지

2004년 디카시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이상옥 교수는 이 시집 표사에서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이면서 사진에 대한 조예도 남다른 이시향 시인은 멀티 언어 예술이며 하이브리드 디카시에 정통한 시인이며 디카시를 일찍부터 수용하여 울산 지역을 중심으로 디카시 문예 운동을 펼치는 리더이기도 하다.”라고 말하고 있고, 시인이자 평론가인 이어산 시인은 이시향 시인의 첫 디카시집 <피다> 표사에서 “누구나 디카시를 쓸 수는 있다. 그러나 누구나 좋은 작품을 내어놓기는 쉽지 않다며 앞으로 디카시를 쓸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시집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상옥(창신대 명예교수) 시인은 추천사에서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이면서 사진에 대한 조예도 남다른 이시향 시인은 멀티 언어 예술이며 하이브리드 디카시에 정통한 디카시인"이라며 "시인은 디카시를 일찍부터 수용하여 울산 지역을 중심으로 디카시 문예 운동을 펼치는 리더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웅장한 스케일의 영상과 짧지만 거대담론의 「고래가 돌아왔다」, 회색 아파트의 기린에 투영한 도시 문명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그린 「숨은 기린」, 잠자리 한 마리의 주검 앞에서 비극적 실존을 드러내는 「화석이 아니야」, 절망을 넘어서는 희망, 가느다란 실핏줄의 아름다운 사유를 펼친 「앞에 벽이 보일 때」 등에서 본격 디카시인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극찬했다.

◇시 읽기

우주정거장

금속성 삶 속으로 매일 착륙하는
나는
물렁하고 헐거운 감성의 별에서
일하러 온 외계인

xxxxxx

그믐달

초승달로 출발해서 꽉 찬 보름달도 지났고
이제 그믐달이 다 되어가는 나이지만,
아직도 별을 만들며 일할 수 있어 참 좋다

xxxxxx

밥줄

초고압 전깃줄에
앵두도 피라칸사스 열매도 호랑가시나무 열매도
백당나무 열매도 아닌
사랑의 열매를 달아주는 마음으로
칼바람 맞서며 전선을 탄다

xxxxxx

고래가 돌아왔다

장생포를 떠났던 고래가 돌아왔다
일몰의 바다를 헤엄치자
문수산이 출렁거린다

xxxxxx
코로나 선발대

우리가 먼저 이겨낼게
그 길로 천천히 와

할 수 있어

 

앞에 벽이 보일 때

담쟁이넝쿨이 걸어간
길을 보면
넘을 수 없는 벽을
넘어서는 지도가 보인다


■ 시집 내용 차례

제1부 밥줄
우주정거장/ 쇠를 재단하는 사람/ 공장/ 용접공 그녀/ 별을 만드는 사람/ 용접 아다리/ 초승달/ 그믐달/ 쉬는 시간/ 밥줄/ 고래가 돌아왔다/ 퇴근 풍경/ 함선/ 명퇴 이후/ 일몰/ 어느 형장/ 슈퍼맨/ 삶/

제2부 잔인한 사랑법
봄비 내린 밤/ 어머니/ 웃어요/ 불야성/ 나비넥타이/ 꽃 편지/ 섬/ 숨은 기린/ 첫사랑/ 그대를 그리며/ 낙인/ 발악과 노련/ 화석이 아니야/ 밤하늘/ 파도/ 내려온다 / 첫 안부/ 태풍이 낳은 알

제3부 앞에 벽이 보일 때
코로나 선발대/ 알츠하이머/ 달빛 바다/ 구겨진 날개/ 그날/ 먼지/ 어떤 이사/ 먹먹한 삶/ 함께/ 할아버지 돌아가신 날/ 통증/ 금덩이/ 맛집/ 명당/ 인생/ 한 마리 새/ 그 광장/ 불편한 이웃/ 소금밭 가는 길/ 앞에 벽이 보일 때

• 도서출판 <애지> 刊
ㆍ주소∣대전시 동구 대전천북로 12
ㆍ전화∣042 637-9942 ㆍFAX∣042 635-9941 ㆍ담당 함순례(010-8814-9942)
ㆍ전자메일∣ejiweb@hanmail.net• 시집형태
ㆍ4×6판(양장제본) ㆍ128쪽 ㆍ가격 12,000원 ㆍISBN 978-89-92219-00-6 03810 ㆍ2021. 6.10 발행

■ 시인 프로필

이시향 rustyangel-one@hanmail.net

제주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2003년 계간 ≪시세계≫에 시, 2006년 ≪아동문학평론≫에 동시, 2020년 ≪시와편견≫에 디카시로 등단했으며 디카시집 피다 외 동시집과 시집 다수가 있다. 울산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진학하며 울산과 인연이 되었고 현재 울산아동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향인 삼양 검은모래해수욕장에 「삼양포구의 일출」시비가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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