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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N아침시](81)똥개
[뉴스N아침시](81)똥개
  • 뉴스N제주
  • 승인 2021.05.18 20: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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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승해, 시평/ 현글
이승해 시인
이승해 시인

우리 집 누렁이는 똥을 먹어서 인지
누런 털이 수북하다
안동 장날 주인 남자의 눈에 들어서
화성 용두리까지 팔려 왔다

쓰려져가는 기와집 축대
앞에 머리를 꼬고 엎드려
제집인지 남의 집인지 모르고
낮잠을 즐기던 누렁이

이쁘다고 목덜미 를 쓰다듬으면
주인의 발밑에 비스듬히 누워
발바닥을 핥기도 했다

어른들 똥을 주면 먹지않고
아가 똥만 먹었다 그래서인지
아기똥 만 바라보면 늘 노랗게 웃는다

어느 날 부자집에서 얻어 온 비계덩어리를 억지로
먹였더니 설사를 하면서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식어버린 누렁이 시체 위에 나비 한 마리 날아들어
나폴 나폴 춤을 추고

주인은 눈물을 찔금이며
아가똥을 먹게 그냥 둘 걸
하늘 보며 한탄했다

누렁이가 먹던 밥그릇에
아가똥 냄새만 그득했다

-. 이승해의 '똥개'

우리나라 개 중에서 가장 흔한 개가 바로 똥개라 불리는 품종이다. 이어령 전 장관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가장 인연이 있고 사람들을 위해 희생한 개 품종에게 '똥개'라고 불러대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여하간 족보가 잇는 개에게 똥개라 불리진 않는다.

한마디로 말해 족보가 없는 평범 이하의 개, 품종이라 할 수 있다.

똥개라는 의미에는 그런 슬픔과 아픔도 있다. 첫 아가일 때 그 귀여움이란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 귀염을 받던 동개가 정을 쌓고 살다 어느날 세상을 떠날 때, 누구나 슬픈 감정을 갖게 될 것이다.

누렁이가 먹던 밥그릇을 보면서, 늘 노랗게 웃던 누렁이를 생각하면서, 시인은 5월을 아파하고 있다. 세상은 개나 사람이나 감정을 건드리면 오래 남는다. 살아 있던 모든 것이 생각나게 만드는 5월, 이처럼 노랗게 피어난다.[현글]

◆이승해 프로필
시인 시조시인
국제펜 회원,경기펜 운영위원
경기문협,문학과비평 사무차장
수원문협회원,토지문학 회원
남명문학회 부회장 신정문학회원
경기문학인협회 공로상수상
강원경제신문 누리달 대상
산해정 인성문화 진흥회 기개상 수상
수원 인문학 공모 최우수상
저서: 레스피아에서 선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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