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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 칼럼](16) 재미있는 설화 – 한라수목원 선녀탕(2)
[장영주 칼럼](16) 재미있는 설화 – 한라수목원 선녀탕(2)
  • 뉴스N제주
  • 승인 2021.05.0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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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 교육학박사/명예문학박사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장/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 광장 연못

노루사슴이 나타났어요.

노루사슴이 선녀를 광장으로 인도해 줬어요.

잔디광장 이용안내라는 표시판이 눈에 들어왔어요.

매년 3월 1일부터 4월 말까지는 잔디 싹이 돋아나는 시기입니다.

잔디광장에서 심한 운동은 잔디 훼손의 원인이 됩니다. 체조나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은 트랙을 이용하시고, 공놀이 등 기구사용 운동, 집회 활동, 애완동물 출입, 자전거 타기 등은 수목원 밖에서 하시기 바랍니다.

쾌적한 환경을 위하여 여러분의 수준 높은 이용문화를 기대합니다. 자기 쓰레기는 되가져가 주시기 바랍니다. 음식물과 화기는 갖고 오실 수 없습니다. 가로등은 일몰 후부터 23:00까지 켭니다.

(수목원 광장)

“여기서 몸을 깨끗이 닦아요.”

노루사슴은 광장 연못에 선녀를 데려다줬어요.

“어서 오세요.”

파란 불빛이 선녀를 반갑게 맞이하네요.

한라수목원 광장 한쪽에 자리 잡은 연못에는 온갖 해초들이 자라고 있었어요.

풍뎅이도 있고요.

고추잠자리도 있고요.

지금은 겨울이어서 잠을 자나 봐요.

얼굴이 보이진 않지만, 선녀가 온 걸 알고 있을 거예요.

(광장 연못)

(광장 연못)
(광장 연못)

선녀는 부끄러움도 잊은 체 옷을 훌훌 벗어 노루사슴에게 맞기고 연못에 풍덩 빠져들었어요.

어쭈, 낯선 노루사슴이 눈에 안 보이는가 봐, 숫노루사슴이란 걸 알면서도 그냥 그렇게 했나?

선녀가 건네는 옷을 노루사슴은 당연한 듯, 늘 그래 왔듯 그냥 받아 드네요.

이상하게 낯선 풍경이 아니라니까요.

“아이 시원해.”

선녀는 모처럼 기분이 좋았지요.

얼마 만에 깨끗한 물에서 목욕했으니까요.

알몸을 노루사슴이 보고 있는 줄 알면서도….

○ 쉼터 연못

“이곳은 선녀님의 쉼터입니다.”

노루사슴이 목욕을 끝낸 선녀를 아늑한 쉼터 연못 가는 길을 알려 주네요.

쉼터 연못 가는 길
쉼터 연못 가는 길
쉼터 연못 가는 길
(쉼터 연못 겨울철이어서 물웅덩이만 보인다)

아늑했어요.

온갖 해초가 자라고요.

부레목잠이며 연꽃이 제 세상인 양 한들 거리고요.

주변을 둘러싼 온갖 나무는 아름다운 새들을 불러 손뼉 치며 웃고 있네요.

“야! 대단하구먼.”

선녀는 은빛 파란 음색이 흩어지고 아늑한 자리에 연꽃으로 뒤덮인 연못 의자에 앉아 상처 난 마음을 달랬어요.

“어? 거북이네?”

거북이가 마침 선녀의 아름다움에 고개를 들고 인사하네요.

“용왕님이 선녀님과 친구 하라고 보내 주셔서 여기서 기다리는 중이에요.”

거북인 용왕이 보낸 사자였어요.

선녀가 외롭게 하늘나라에서 혼자 내려와 깊고 깊은 산속 오름 아래 물웅덩이에 혼자 있는 게 슬프고 혹여 위험이 닥칠까 봐 친구를 보낸 게지요.

“여긴 정말 아름다운 곳이야.”

선녀는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지었어요.

“오래오래 여기 살다가 선녀님이 가고 싶을 때 떠나세요.”

거북은 선녀의 꿈이 뭔지를 벌써 알고 있었네요.

“여기도 사람들이 많이 와요.”

“그러면?”

“멀리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조용히 볼 수 있는 곳을 찾아보면 좋을 거예요.”

어디서 돌하르방이 나타났어요.

“우린 선녀님의 안전을 지키려 합니다.”

돌하르방은 선녀를 잘 인도해 주었어요.

돌하르방은 자식을 잉태하기를 바라는 기도의 상징물로 자식을 못 가진 여인이 돌하르방의 코를 쪼아서 물에 타서 마시면 애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돌하르방은 방사의 기능을 가져서 역병이 도는 것을 막아준다. 돌하르방은 경계의 표시를 해 주어 분란을 없애준다. 돌하르방은 정낭 기능을 가지며 주인 없는 집에 들어가서는 안 되고 액운의 출입을 막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돌하르방)
(돌하르방)
(돌하르방)
(돌하르방)
(돌하르방)
(돌하르방)
(돌하르방)
(돌하르방)

노루사슴은 광장 연못 길을 걸어 선녀를 쉼터 연못으로 인도하고 숲속으로 사라지면 어디서 나타난 돌하르방이 선녀를 인도하지요.

돌하르방 따라가는 선녀를 비둘기들이 환영해 주네요.

비둘기는 통신수단으로도 이용했고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전을 결정하며 창설한 부대 명칭인 ‘자이툰’은 아랍어로 올리브를 뜻하며, 평화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월남전(베트남전쟁)에 우리나라 비둘기 부대가 평화와 안전과 질서 유지를 맡는 임무를 수행했다.

비둘기
비둘기

선녀는 뒤를 돌아봤어요.

드넓은 광장엔 잔디로 덮였고 선녀가 처음 만난 환생 연못을 뒤로하며 광장 연못과 쉼터 연못이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었어요.

비둘기
(아름다운 광장)

○ 빌레 연못

“여기가 선녀님의 보금자립니다.”

돌하르방은 빙그레 웃었지요.

돌하르방이 철재 문을 열어 줬어요.

선녀는 사뿐히 그 자리에 들어갔지요.

에구?

철재로 둘러싸였다면 완전 감옥?

아니에요.

선녀는 혼자 살잖아요.

그러니 온갖 어려움이 따르겠죠?

선녀를 보호하려 한 것이지 감옥이 아니랍니다.

그 옆에 돌하르방이 늘 지켜줄 거잖아요.

(빌레 연못)

수목원 탐방 시 주의 사항/한라수목원에서는 자연보전을 위하여 농약 살포를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각종 벌레와 뱀 등 위험 동물 활동 시기에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진드기, 벌, 지네, 뱀, 쥐 등). 탐방로 이외의 장소에서 앉거나 눕는 행위를 금지해 주십시오.

수목원에서는 반려동물과의 산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최근 반려동물인 들고양이가 어린이들을 공격하는 사례가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이런 모습이 선녀가 꿈꿔온 세상인 게지요.

선녀가 목욕해서 선녀탕이 아니라 자연보전을 사랑하는 선녀가 인간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물웅덩이를 ‘빌레 연못’이라 말하거든요.

(빌레 연못)

(빌레 연못)

물론 빌레 연못에는 빌레(너럭바위의 제줏말)가 있겠죠?

맑은 물의 작은 연못에 물장구치는 선녀는 아쉬움과 안도의 한숨 소리가 조용히 흘러내리네요.

한라수목원 빌레 연못에서 바라본 제주 시내 풍경
한라수목원 빌레 연못에서 바라본 제주 시내 풍경

멀리 인간 세상을 바라보며 선녀는 눈을 감았어요.

사람 사는 냄새가 풍기고 탱글탱글 잘 익은 감귤 냄새가 제주도란 걸 알려 주네요.

(감귤)

인간 세상에서 살기를 원했던 선녀가 목동을 만나 행복하게 살다가 그곳이 개발되면서 보금자리를 잃게 되어 쫓겨나고,

한번 인간이 되면 다시 신(선녀)이 되어 하늘나라에 올라가지 못하는 법도 때문에 선녀는 사랑하는 목동을 떠나보내고 혼자 한라수목원에서 자연사랑 보존의 일들을 경험하는 스토리였어요.

인간이 된 걸 후회는 하지 않지만 아름답던 산 물 숲 꽃 바람 구름 이슬 달 해 별이 한데 어우러져 사는 밀감 향기 그윽한 시내 한복판 한라수목원(지상 낙원)으로 찾아오는 긴 여정을 스토리했답니다.

칠월 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장면처럼 이어지는 목동과 선녀의 기구한 사랑은 밸리 선녀탕에서의 행복을 뒤로하며 새로운 보금자리 찾아 긴 여정을 하지요.

밸리가 개발되며 쫓겨난 신세를 한탄만 한 게 아니라 장해를 헤쳐나가는 도전 정신이 돋보이며 한라수목원에서 선녀를 기다리며 용이 되어 승천하려는 목동이 아이러니한 모노드라마의 한편을 펼쳤어요.

아이러브 제주

(아이러브 제주 제주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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