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칼럼](15)재미있는 설화 – 한라수목원 선녀탕(1)
[장영주 칼럼](15)재미있는 설화 – 한라수목원 선녀탕(1)
  • 뉴스N제주
  • 승인 2021.04.18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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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 교육학박사./명예문학박사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장/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잠자는 숲속의 미녀’란 영화를 봤다.
스테판 왕은 오로라 공주가 태어나니 축제를 열었다. 프로라, 포나, 메리웨더 요정은 아기에게 한가지씩 축복을 내려준다.

프로라는 아름다움을, 포나는 고운 목소리를, 메리웨더가 행복의 축복을 내리려는 순간 축제에 초대받지 못한 멀레피센트 요정은 ‘오로라 공주가 16세 생일날 몰래 바늘에 손가락이 찔려 죽을 것’이라는 저주를 내린다.

이에 ‘행복’의 축복을 내리지 못했던 메리웨더는 ‘진정한 사랑의 키스만이 공주를 깨울 수 있다’라고 말한다. 왕은 공주에게 닥쳐올 재앙을 막고자 나라 안의 모든 물레를 불태우라고 명령을 하고 요정들은 공주를 숲속에 피신시켜 무럭무럭 자라게 한다. 그러다 이웃 나라의 필립 왕자와 첫 만남에서 사랑에 빠진다.

여기 이와 비슷한 어쩜 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있다.

하늘나라에서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선녀가 지상 나라로 내려와 목동과 혼인하여 행복하게 살다가 보금자리가 개발로 인해 파괴된다. 목동은 일자리를 잃어 어디론가 떠나고….

숲과 아름답고 깨끗한 물웅덩이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선녀란 걸 아는 목동은 몰래 선녀를 위해 ‘한라수목원’에 물웅덩이를 만들고 오색 무지개다리를 만들어 선녀를 기다린다.

선녀는 목동이 자신을 한라수목원에 불러온 줄 모르고, 한라수목원 물웅덩이에서 만난 선남이 왠지 친근하며 오래전 만난 사람처럼 느낀다.

선남은 목동이었고 목동은 뱀으로 변하여 ‘환생 연못’에서 선녀를 재회하고 노루사슴으로 변하여 ‘광장 연못’에서 몸을 추스르게 하고 ‘쉼터 연못’에 안락의자를 제공하고, 돌하르방으로 변하여 ‘빌레 연못’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준다.

선녀는 동경해온 인간 세상의 사람들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제주사랑’의 환경보존 지킴이가 되는 리얼한 스토리를 한라수목원 관련 기사를 중간에 넣었고, 한라수목원에서 안내하는 안내의 말을 덧붙여 생동감 있게 소개하며 ‘아이러브제주’란 자연글자로 마무리하는 드라마틱하고 아이러니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 한라수목원 선녀탕

‘아! 인간 세상에서 살고파.’
하늘나라의 선녀는 늘 지상 나라를 동경하고 있었지요.

선녀는 선남 얼굴을 가슴 속에 품고 있었어요.
선녀도 여자니까 남자를 그리워하는 건 당연한 이치죠?

“무엄한지고? 선녀가 감히 인간 세상에서 살겠다고?”
옥황상제의 노여움이 말이 아니었어요.

하늘나라엔 부족함이 없이 고요하고 아름다움이 흐르는 곳인데 선녀가 세상 물정 모르고 인간 세상을 그리워하다니 말이 되나요?

그러나 선녀의 간곡한 부탁을 옥황상제는 들어주었답니다.

왜냐구요?
사실 옥황상제는 선녀에게 꼬투리를 잡혀 있거든요.

오래전 일이에요.
하늘나라 옥황상제가 무료함을 달래려고 천리경으로 지상 나라를 내려다보다 기가 막힌 곳을 발견했지요.

그곳은 아름드리나무가 자라고 하늘과 구름과 해와 별을 가린 깊고 깊은 산속 계곡이었어요.

그 계곡에 폭포가 내릴 땐 칠색 무지개가 빛나더라니까요.

“허어, 저런 곳이 다 있다니?”
옥황상제는 그 빛깔에 반해 천리경을 더 가까이 대고 보니 폭포 아래는 물웅덩이가 있는 데 차디찬 물이 고여 있는 거예요.

‘에이고, 하늘나라라고 골치 아픈 일이 없을까? 요즘 대신들이 하는 일 꼬락서니가 영 맘에 안 든다니까. 저놈들을 이기려면 저놈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마음을 읽어 내는 기계가 필요한 게여.’
옥황상제는 ‘만리경’을 만드느라 요즘 신경이 쇠약해지고 맘에 불열이 올라 있는 터인데 지상 나라 한라산 끝자락 아흔아홉 골짜기 폭포 아래 물웅덩이는 찬바람이 씽하게 불 정도로 시원한 연못을 찾은 게지요.

‘옳니, 저기 가서 목욕하고 오련다.’
옥황상제는 아무도 몰래 지상 나라에 내려와 아흔아홉골 계곡 연못에서 목욕했지 뭐에요?

‘히히, 아무도 모를걸.’
옥황상제의 바람이야 바램일 뿐이죠.
세상이 어떤 땐데, 비밀이 있을쏜가?

인간 세상 아흔아홉 골짜기 연못에서 옥황상제가 목욕한 걸 선녀만이 눈치채고 있었으니까요.

사실 그 연못에는 선녀가 옥황상제보다 먼저 목욕한 곳인데요.
알고 보면 남녀 혼탕인 셈이죠.
그러니 옥황상제와 선녀는 알몸으로 서로 같은 물을 섞으며 목욕을 했다?
이건 특급 기사지요.

그렇게 그렇게 지상 나라엔 함부로 다니지 말라고 엄명하던 옥황상제가 그것도 선녀랑 같은 곳에서 홀랑 옷을 벗고 혼탕을 해?

대신들이 알면 누가 옥황상제의 명을 들을 것이며 더더욱 황비가 알면 어떻게 되게요?

지금껏 황비가 시기하고 질투했다는 말은 못 들어 봤는데 아마 하늘나라엔 회오리바람이 일 거에요.
황비도 여잔데 질투를 안 하란 법 있나요?

가만,
뭔가 앞뒤가 바뀐 것 같은데요.
앞에 나온 책 ‘아흔아홉골 선녀탕’에서는 옥황상제가 먼저 목욕했고 선녀는 나중에 목욕한 거로 나오는데….

어쩐 일일까요?
아예, 그럴 수도 있는 거라고요?
제 맘대로니까요.

누가 옥황상제와 선녀가 누가 먼저 목욕하는 걸 보기라도 했나요?
증거가 있나요?
아무도 본 사람이 없으니 무죄이죠.

이렇게 하여 인간 세상에 내려온 선녀는 밸리라는 아름다운 곳에 목동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다가 갑자기 불어 닥친 개발로 삶의 터전을 뺏기게 됐어요.

‘어딜 가야 하나?’
선녀는 이젠 하늘나라에 올라가지도 못할 형편이었어요.
누구든 인간 세상에 발을 붙이고 살게 되면 하늘나라에 다시 올라 오지 못하게 엄격한 규율이 정해져 있다니까요.

‘나무꾼과 선녀’에서 선녀가 하늘나라에 올라간 건 특별한 부름 때문이지요.
한마디로 특별 사면령이 없는 한 선녀가 인간 세상에 내려와 인간과 삶을 살게 되면 하늘나라로 올라갈 수 없는 건 ‘산방굴사 선녀’에게서도 잘 나타나지요.

산방굴사 선녀는 인간 세상의 ‘고승목’이란 사람과 혼인하여 살다가 사또의 흉계에 남편은 옥에 가고 선녀는 인간이 된 걸 후회하는, 눈물을 흘릴 때도 옥황상제는 이를 가엽게 여겨 하늘나라로 올라오라 허락하지 않았거든요.

선녀는 목동이 떠난 허전하고 폐허가 된 밸리에서 빠져나왔어요.
아니, 쫓겨났다고 말하는 게 맞는 말이겠죠?

힘든 몸을 이끌고 오름(광이오름)길을 오르고 내리며 가시덤불을 헤치고 내려오다가 아름다운 새들의 노랫소리며,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며, 숲이 우거진 한라수목원을 발견한 것이지요.

광이오름은 남짓은오름 뒤편으로 맞대어 이웃해 있는 오름으로 등성마루가 평평하고 남동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구를 이루고 있다.

오름 남서쪽 기슭에 거슨세미라는 샘이 있고, 오름 기슭 자락에는 한라수목원이 제주도 자생식물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거슨세미란 샘이 흐르는 방향이 바다 쪽이 아닌 한라산 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광이오름은 전 사면에 해송이 잡목과 함께 어우러진 혼재림을 이루고 있다.

형태가 광이(괭이) 모양으로 생겼다 하여 광이오름이라고 하는 설과 오름의 형태가 남짓은오름에 대해 肝(간)의 모양이라 하여 한자로는 肝列岳(간열악)이라 표기하기도 하는데, 옛 지도에는 광렬악(光列岳, 廣列岳)으로 표기되어 있기도 하다.

제주의 오름에서 만나는 ‘제주자생식물 보전원 조성’사업으로 광이오름 내 유휴공간을 활용, 제주자생식물 보전원을 지역공동체와 함께 조성해 자생식물 유전자원 보호와 오름 경관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한라수목원 광이오름은 아픈 역사가 새겨진 일제 진지동굴 13개소가 있고, 해송림, 왕벚나무, 단풍, 동백 등 다양한 수종이 자라고 있다. 산책과 운동코스로 이용도가 높은 장소이다.

제주자생식물 보전원은 조직을 배양해 증식한 왕벚나무를 비롯해 한라산 자생 털진달래, 산철쭉, 구상나무 등 종자를 채취해 생산한 묘목을 식재, 자연학습, 힐링 쉼터 등 다양한 효과가 발휘되도록 조성되어 있다.

올벚나무 등 제주지역에 자생하는 벚나무류 전 수종을 단계적으로 심어 한 곳에서 볼 수 있고 덩굴류, 억새, 잡관목, 화목류, 야생화, 산딸기류, 인동, 찔레 등 계절에 따라 꽃의 아름다운 변화를 감상할 자생식물 보전과 오름 경관을 창출하고 있는 신제주 시내 한복판 오름이다(출처 언론).

“어? 오색 무지개다리?”
선녀는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오색 무지개다리는 진귀한 보물로 하늘나라와 지상 나라를 오갈 때 타는 다리인데 이 숲속에 있는 게 아니겠어요?

“세상에?”
선녀는 어리둥절했지요.

오색 무지개다리 연못이 있는 한라수목원은 아름다운 꽃들로 장식이 되어있었어요.
나무들이 숲을 이르고 노루사슴들이 노닐고 지나가던 구름조차 너무 아름다움에 빠져 멈춰 선다니까요.

아름다운 꽃들이 정말이지 눈이 부시게 피어 있고 황홀한 비단 같은 진귀한 나무들로 꽉 찬 무릉도원이라니까요.

(아름다운 꽃)

아름다운 꽃
아름다운 꽃
아름다운 꽃

○ 환생 연못

환생연못
환생연못
환생연못
환생연못

뒤로는 오름(산을 이르는 제줏말)이 포근히 감싸고, 앞으로는 시냇물이 흐르고, 옆에는 대나무 숲이 울창한 곳이었어요.

대나무 숲이 하늘나라를 가렸어요.
옥황상제 눈을 피해 누군가가 오름 길을 걸어왔다는 걸 선녀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거든요.

‘목동님 미안해요. 그곳은 너무 갑갑해요. 내가 살기에 너무 힘이 들어요. 목동님이 안계서서 너무 무서워요.’
선녀는 밸리 목동을 생각했지요.

에메랄드 빛이 아롱지는 숲속에 오색 등불이 켜지면 오색 구름다리에 다소곳이 앉아 먼 대나무 숲을 바라보는 선녀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졌어요.

어디서 나타났는지 오색 구름다리 아래 연못에서 늠름한 선남이 ‘불쑥’ 나타났어요.

“어? 누구세요?”
선녀는 인간의 모습을 보니 반가웠어요.

“저기 오름에서 오셨소?”
“아니오.”
“저기 바다에서 오셨소?”
“아니오.”
“저기 시내 마을에서 오셨소?”
“아니오.”
이건, 점점 책에 나오는 ‘금도끼 은도끼’와 너무너무 닮았네요.

“그럼 밸리에서 오셨소?”
“그렇소.”

선녀 선남은 스무고개를 하다 보니 어느새 친해졌어요.

첨 만나는 사람치고, 그것도 깊은 산속에서 단둘이 만나는 것인데도 오래전 만나온 그것처럼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된 거예요.

“나는 이 연못에 살고 있지요.”
선남은 오색 무지개다리를 만들어 놓았다는군요.
언젠간 이곳에 선녀가 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인데요.

그러나 새들도 잠든 깊은 밤, 자정을 알리는 고요한 풀피리 소리가 들리며 선남은 물웅덩이 속으로 사라지지요.

“내일 보름달이 뜨면 다시 올게요.”

이튿날, 보름달이 휘영청 하게 떠올랐어요.
연못이 뽀얀 안개로 가리더니 그 속에서 선남이 나타나는 거예요.

“선남님!”
“선녀님!”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장면 저리 가라네요.

보름달이 뜨는 날 언약한 선녀 선남은 다시 그 자리에서 만나 오래오래 그대로 있었어요.

선녀는 선남을 보며 목동을 향한 그리움이 더욱 사무쳤지요.

시간은 달빛 따라 흐르고 별빛 따라 지내는 동안 선남은 점점 몸이 오색으로 변해 가는 것이었어요.

‘아니?’
선녀는 깜짝 놀랐어요.
그토록 씩씩하고 믿음직했던 선남의 모습이 뱀으로 변해 가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요.
선남은 목동이었어요.
목동은 밸리가 허물어지며 쫓겨나 홀로 이곳에서 언제면 선녀가 올까 뱀이 되어 노심초사 기다린 거예요.

“100일 기도를 드려라. 그러면 너는 용이 될 것이고 네가 기다리던 선녀는 돌아올 것이니라.”
산신이 말에 뱀이 된 목동은 용이 되레 숱한 어려움을 이기고 99일 기도 했는데…. 내일이면 100일 보름달이 뜨는데…. 보름달이 뜨면 용이 되어 하늘나라로 올라가 옥황상제의 허락을 받아 선녀가 타고 올 오색 무지개다리도 만들어 놨는데, 그만 하루 먼저 선녀가 나타나니 용이 못돼 그냥 꽃뱀으로 있는 게지요.

(꽃뱀)

오색 무지갯빛으로 몸 단장한 뱀이 말했어요.
“저를 따라서 오세요.”
뱀은 선녀를 이끌고 숲길을 지났어요.

꽃뱀

“이곳은 개발할 수 없는 자연 그대로입니다. 그러니 밸리처럼 허물어지진 않을게요.”
뱀은 벌써 눈치채고 있었지요.
선녀가 왜 이리로 왔는지를….

“여기가 대나무 숲이랍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사랑의 증표를 남기기도 하거든요.”
뱀은 선녀를 인도하며 대나무 숲에 관한 이야기를 해 줬답니다.

대나무에 관련된 설화는 삼국유사에 ‘만파식적’이라고 실려 있다. 신라 31대 신문왕은 아버지 문무왕을 위해 동해 가까이에 ‘감은사’란 절을 지었다.

신문왕 2년(682)에 해관이 달려와 동해 가운데 있던 작은 섬 하나가 감은사 쪽으로 떠내려오는 이상한 일이 있다고 아뢴다. 놀란 왕은 일관이 점을 쳐보게 하니, 바다용이 된 문무왕과 천신이 된 김유신이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보배를 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에 왕은 기뻐하며 이견대에 가서 그 섬을 살펴보게 하였더니, 섬의 모양이 거북의 머리처럼 생겼고, 그 위에 대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기이하게도 이 대나무는 낮에는 둘로 나뉘어 있으나, 밤에는 하나로 합쳐지면서 천지가 진동하고 이레 동안 비바람이 몰아쳤다.

바다가 잔잔해진 다음 왕은 배를 타고 그 섬에 들어가 보니 커다란 용이 검은 옥대를 받치면서 이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면 천하가 태평해질 것이라고 했다.

궁궐로 돌아온 왕은 용이 준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월성 천존고에 보관해두었다. 왜구가 침입하거나 가뭄이나 홍수로 나라에 근심이 있을 때마다 이 피리를 불면 모두가 평온해졌으므로 ‘만파식적’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대나무는 사랑의 증표라네요.

(대나무 사랑의 표시)

대나무는 한번 준 마음은 바꾸지 않는 올곧음을 나타내는데요.

사군자로 너무도 유명한 ‘대나무’는 곧게 뻗은 기상이 가히 선비의 곧은 성품을 대변할 만하지요.

대숲의 바람 소리는 그 청량함에는 가히 견줄만한 것이 없다 하고요.

(대숲)

“여기까지가 제가 할 일이랍니다.”

환생 연못에서 대나무 숲까지는 개울물이 있어 오색 물뱀이 선녀를 인도할 수 있는데, 그 이후부터는 잔디밭이어서 노루사슴으로 변하며 뱀은 한라수목원 광장에서 안개처럼 사라지고 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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