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진 마이어슨 개인전
[전시] 진 마이어슨 개인전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1.04.18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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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URN (2021. 4. 11 ~ 2021. 7. 10)
제주시 영평길 269 갤러리2 중선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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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마이어슨 전 시 : RETURN

진 마이어슨 전 시 : RETURN
기 간 : 2021년 4월 11일 (일) - 2021년 7월 10일 (토) 장 소 : [갤러리2 중선농원] 제주 제주시 영평길 269
시 간 : 화 - 토요일 / 10:00 - 17:00 (매주 일, 월요일 휴관)

그곳에서 저곳으로. 그리고 다시 그곳까지: 진마이어슨의 <시퀀스 2>를 통해 바라보는 격리와 중재

실제와 가상이 공존하는 현실과 상상의 공간. 두 오브제 사이에는 상실, 회복, 근절과 전시라는 접점이 잔잔한 대화를 매개한다.

진마이어슨(Jin Meyerson)의 설치작 〈시퀀스 2〉(2021)는 그림과 의자, 둘로 구성되었다. 벽에는 바다풍경을 그린작은회화가 걸려있다.

거칠게 일렁이는 파도의 투박한 그림이지만 물성의 파열을 담고 있는데 캔버스는 찢어진 표피처럼, 그리스 신화의 반인반수 정령 마르시아스의 찢어진 피부처럼 벗겨져 있다. 낡아 보이는 이 회화는 북한의 난파된 ‘유령선’에 걸려있던 것이 파도에 휩쓸려 일본의 사도섬으로 떠내려가 재발견된 물건이다.

이 파도 그림 앞에는 낡은 나무 의자가 하나가 있고, 그 좌석 위아래로 해묘 또는 물풍(물돛)이 구겨져있다. 이 역시 사도섬에서 회수한 물건이다.

고요한 전시공간의 분위기는 상실과 그리움, 버려짐과 갈망이라는 이분법적 암시로 가득하다. 작가는 무엇인가 결여된 일상의 오브제를 병치하여 호기심과 시적인 로망을 불러일으킨다.

병치된 오브제간의 운치있는 담화는 날카롭고 심오하여 깊은 곳을 도려낸다. ‘파열’의 이해관계와 문제점을 깊이 도려내는 예리한 날이다. 그의 작품은 이념과 전쟁으로 인해 반으로 나뉜 오늘의 한국과 맞닿아 있고 탈식민지 시대에도 여전히 정치적인 이유로 역사의 진실과 그 소유권에 대해 중언부언하는 일본과 닿아 있으며, 무엇보다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고아였던 작가는 5살때 미국인 부부에게 입양되어 미국으로 이주했고, 작가가 된 그는 최근 한국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번설치 작품은 시간과 공간, 형태와 기능, 재료와 기억이 얽힌 파동을 진솔하게 자아낸다.

발인과 부활의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는 이 작품은 줄거리가 모호하고 흐름이 장황한 이야기로 방문객을 어둡고 비밀스러운 곳으로 안내하는 한편, 그외의 가능성들은 모두 닫아버리는데, 그 이면에는 우연의 변덕이 숨어있다.

진 마이어슨 전 시 : RETURN
진 마이어슨 전 시 : RETURN

작가에게 우연이란 없다. 특히, 그의 작업방식은 미지의 사건, 주인공 등의 줄거리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결국 공유된 경험과 의미를 발현시켜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꾼다.

이 소개글은 영국 윌트셔카운티의 작은마을 샌디레인에 위치한 필자의 서재에서 썼다. 이곳에서 제주도 한라산 가장자리에 위치한 갤러리2의 아름다운 감귤 과수원까지의 거리를 대략 측정하니 약 9,385km다.

한국과 영국 사이, 지구본을 가로지르는 거리도 있지만, 사람과 사람, 순간과 순간의 거리도 있을 터이다. 그러니 작가와 그의 작품을 향한 필자의 교감은 귀할 수밖에 없다. 아쉽게도 전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작가의 〈시퀀스 2〉를 실제로 방문하여 볼 수 없었지만, 이 물리적 거리감으로 인해 마이어슨의 두 오브제를 더욱 깊이 바라보고 쳐다보며 찢기고 갈라지고 뚫린 구멍으로부터 더욱 증폭된 불안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필자가 여러번 방문하고 추억을 쌓은 한국이지만 지금은 국가간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국가간의거리가벌어진, 교류가 정적인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성장하여 예술가가 되기까지 ‘이곳’ 사람이 아니지만, 딱히 ‘저곳’ 사람도 아닌 자기 자신의 지워진 (혹은 불투명해진) 과거를 납득하고 앞으로 나아갈 미래를 추구하는 기억의 틈과 정체성의 틈, 이는 작가의 현재와 불분명한 과거가 맞물리는 곳이다.

그런 맥락에서 작가가 오브제의 상태를 해석하는 방식은 여러모로 기발하다. 그는 Duchampian, Johnsian, 심지어 Joycean의 텍스트-컨텍스트 전략으로 오브제에 접근한다.

형상과 지표에서 발견하는 의식의 흐름은 작가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긍정이자 일종의 교리문답의 역할을 수행한다.

작가가 〈시퀀스 2〉를 전시하는데 채택한 복합적인 접근법도 하나의 실마리다.

설치작이 주체(subject)와 대상(object), 그리고 그 경계를 위협하는 주체도 대상도 아닌 비체(卑體, abject)의 관계 내에서 동요하듯이 물리적 설치의결과 또한 다양한 위상의변화를 야기한다. 이러한 변화는 구상속 추진, 감정적 논쟁, 가상의 전시, 디지털수치, 공개강연, 그리고 그저 개인적 항의의 순간일 뿐이다. 설치는 유•무형의 다양한 위상으로 존재하며 다층적인 경험을 제시하는데 여기서 작품에 빼놓을 수 없는 ‘자기본위'적 (불협)화음을 말끔히 소화해낸다. 작가는 지난 수년간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개인적, 집단적 정체성을 분별하고 실마리를 풀어내는 데 작업의 초점을 맞춰왔다. 정체성이라는 난감한 주제를 좌우대칭의 잉크 얼룩이 있는 카드로 이루어진 로르샤흐(Rorschach) 인격진단검사처럼 사용하여 관객이 패턴과 리듬, 결합점을읽어 내도록 한 것이다.

얄궂게도 작가의 설치작은 무명의 쓰라림과 동시에 정신없는 삶의 활력이 공존하는 설치물이 되었다.

빛바랜 무지 위에 만질만질하게 광택을 덧칠한 작가의 이번 작품은 기존 작품과 같이 유대감에 대한 갈망이라는 맥이 흐른다. 그 맥박을 짚고 관람객 개개인이 계시와 화합의 빛으로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들어갈 수 있도록 이끈다.

〈시퀀스 2〉는 일종의 동시대 적부적이다. 오브제, 공간, 아이디어, 그리고 폭로는 수많은 진실을 갖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지난 1년 남짓 되는 기간 동안 사랑하는 이들과 가까이 할 수 없었던 분리와 격리의 방역수칙에 대한 집단 동요를 다루고, 또 다른 진실은 국가적 논쟁이 짙은 과거가 있으며, 한때 손실되었으나 되찾은 특정 오브제의 진실이 있다.

다만 이번 설치작은 작가 자신의 진실에 대한 자체적인 탐구활동을 상징한다.

 

잠시 잃었으나 지금은 되찾았거나 혹은 용서를 받았다. 〈시퀀스 2〉는 작가 자신도 알 수 없는 과거를 향한 서신으로, 지금도 남아있는 기억의 파편, 갈망, 그리고신념을모자이크식세공패턴으로엮어낸다. 자신을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는 이번 전시처럼 장소와 공간, 시간을 가로지르며, 현실이고 가상이며 회고하고 허구의 것이다.

격리와 전위(轉位)로부터 작가와 관객을 되찾고 새로운 대화의장을 개최하고자 한다. 결국에는 치유의 순환이 새로 시작 되는 것이다. 맷케리-윌리엄즈 Matt Carey-Williams 샌디레인, 윌트셔, 영국 2021년 3월

* 필자는 런던 빅토리아미로(Victoria Miro) 갤러리의 시니어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진 마이어슨 전 시 : RETURN
진 마이어슨 전 시 : RETURN

△진 마이어슨 Jin Meyerson

진 마이어슨은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작가는 1995년 미니애폴리스 미술 대학에서 학사학위를, 1997 년 펜실베니아 순수미술 아카데미에서 석사학위를 이수했다. 2003 년 LFL 갤러리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1990 년대 후반 뉴욕에서 작업했고 2010년 창동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다. 하버드 대학교, 홍익 대학교, 서울 대학교, 블룸버그 시장 분석 세미나 에서 강의했고 최근에 그는 역대 유일한 한국 입양아로서 초청되어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그의 삶과 작업에 관한 강연을 했다. 사치갤러리(런던), 페로탱(홍콩), 아라리오(서울,천안), 학고재(서울,상하이) 등 국내를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기관에서 전시하였다.

진마이어슨의 작품은 뉴욕의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런던의 사치 갤러리, 브뤼셀의 반헤렌츠 컬렉션, 로스 앤젤레스의 딘 발렌타인 컬렉션, 마이애미의 데 라 크루즈 컬렉션, 뉴욕의 슈파이어가 컬렉션, 자카르타와 상하이의 유즈 재단, 도쿄의 다구치 아트 컬렉션, 자카르타의 자카르타 현대 미술관, 방콕의 산삽 박물관 등 수많은 공공 기관 및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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