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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 칼럼](14) 재미있는 설화 – 두럭산 선녀탕(2)
[장영주 칼럼](14) 재미있는 설화 – 두럭산 선녀탕(2)
  • 뉴스N제주
  • 승인 2021.04.12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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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 교육학박사/명예문학박사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장/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그래서인지 설문대할망은 원래 고향이 하늘나라 선녀인지라 선녀는 물웅덩이만 보면 목욕하고 싶어지는 충동을 느끼는 거 봐요.

(굴이 있는 물웅덩이 선녀탕)
(굴이 있는 물웅덩이 선녀탕)

설문대할망은 옷이 물속에 가라앉기 전에 목욕을 끝내야 하기에 서두르다 보니 그만 물웅덩이 옆에 쌓여 있던 쓰레기에 찔려 다리에 상처가 나고 말았어요.

(굴이 있는 물웅덩이 선녀탕)(굴이 있는 물웅덩이 선녀탕)
(쓰레기가 있는 김녕 앞바다 물웅덩이)

“이런, 피가 나는구먼.”
설문대할망은 주위를 살펴보니 돌 무리가 넓게 펼쳐진 지질트레일이 보이는 거예요.

지질트레일
지질트레일

지질트레일에는 바다 식물이 자라고 있었는데 유독 쑥이 눈에 ‘쏙’ 들어오는 거예요.

지질트레일
지질트레일
(지질트레일에 있는 바다 미생식물 군락지)
(지질트레일에 있는 바다 미생식물 군락지)
(지질트레일에 있는 바다 미생식물 군락지)

“옳거니, 요놈을 써먹어야지.”
설문대할망은 섭지코지에서 상처가 났을 때 설문대하르방이 언덕배기에서 쑥을 따다 상처 난 곳에 발라 주던 걸 기억해 낸 거죠.

설문대할망은 쑥을 돌로 찍어 즙을 내 상처 난 다리에 바르니 감쪽같이 낫는 거예요.

바닷바람을 맞은 쑥을 약초로 쓰이게 된 건 그때부터인가 봐요.

설문대할망은 목욕도 했겠다 다리 상처도 치료했겠다 다시 바다로 나가보니 오백 아들 옷이 아직도 바다에 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신기하기도 하군.”
설문대할망이 자세히 살펴보니 바닷속에 있는 돌 무리에 빨랫감이 걸려 가라앉지 않았던 게지요.

그 돌 무리는 높이 1m 길이 20미터쯤 되는 크기인데 ‘척’ 보아  빨래 다듬이로 쓰이면 완전 굿이네요.

“옳거니, 요걸 다듬이 삼아 빨래를 해야겠군.”
설문대할망 생각이 꽤 빠르죠?

설문대할망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오름 이름은 다 붙였는데 이 돌 무리는 바닷물 속에 있는지라 이름을 못 붙였거든요.

“두럭산이 좋겠군.”
신기하기도 했고 무슨 오름이라 부르려니 너무 많고 같은 이름은 붙이지 말아야 하기에 머리에 쥐가 나기도 해서 산이 아닌데 산인 척 ‘두럭산’이란 이름을 붙여 주었지요.

(두럭산)
(두럭산)

두럭산은 썰물(간조) 때만 보이는 신비의 산인데요. 설문대할망이 빨래할 때 꼭 이 다듬이 두럭산을 썼고 한쪽 다리를 ‘관탈섬’에 걸쳐야 편하게 빨래를 했다 하네요.

(두럭산 선녀탕, 물웅덩이와 굴과 환해장성 풍차 촬영 장영주)
(두럭산 선녀탕, 물웅덩이와 굴과 환해장성 풍차 촬영 장영주)

그 후 설문대할망은 영실에서 빨랫감을 한라산과 대칭이 되는 두럭산이 바다 밑에(밀물) 있을 때 ‘휙’ 던지고는 부랴부랴 달려가 물웅덩이에서 목욕하고 좀 쉰 다음에 빨래하고 두럭산이 바다 위로 올라오면(썰물) 빨래한 옷가지를 널어두는 재미를 붙였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이를 본받아 ‘일은 즐겨라.’라고 했나 봐요.

설문대할망이 빨래할 때 관탈섬에 다리 하나를 걸치고 두럭산을 빨래판 삼아 빨래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는 데 여기서 관탈섬이란 무엇일까요? 관탈섬은 무인도이다. 옛날 유배인들이 이곳에서 관복을 벗어 평민으로 돌아가는 의식을 치렀다 한다. 설문대할망이 오백 아들 옷을 빨래할 때 관탈섬에 발을 디디고 두럭산(또는 우도)를 빨래판 삼아 빨래를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두럭산 선녀탕, 물웅덩이와 굴과 환해장성 풍차 촬영 장영주)
(두럭산 선녀탕, 물웅덩이와 굴과 환해장성 풍차 촬영 장영주)
(굴이 있는 물웅덩이 선녀탕)
(출처 고내봉에서)
(굴이 있는 물웅덩이 선녀탕)
(출처 비행장에서)
(출처 고내봉에서)
(출처 고내봉에서)

설문대할망은 두럭산이란 이름을 붙이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몇 개가 빠진 걸 눈치챘지요.

“넌 청산(성산), 넌 영주산, 넌 송악산이라 해라.”
그리고 마지막에는 ‘산방산’도 이름을 붙여 줬답니다.

설문대할망은 한라산을 깔고 앉으려다 그냥 비명을 질렀지요.
글쎄 한라산 꼭대기가 엉덩이를 찌르는 게 아니겠어요?

“에구 아파.”
설문대할망은 한라산 꼭대기를 뽑아 ‘휙’ 던져 버린 자국은 물웅덩이가 생겨 ‘백록담’이 생겼지요.
꼭대기는 사계리 바다 앞에 떨어져 ‘산방산’이 되었고요.

(산방산과 격납고 촬영 장영주)

(굴이 있는 물웅덩이 선녀탕)
(산방산과 격납고 촬영 장영주)

참 신기한 건 산방산 높이와 백록담 깊이가 거의 같고 산방산 둘레와 백록담 둘레가 거의 같다네요.

힘센 장사가 나타나서 산방산을 뽑아다 백록담에 붙이면 꼭 맞는다니까요.

참, 큰일 났네.
한라산을 만들 때 선문대공주선녀는 하늘나라와 가장 가까이 높이를 조절했는데 아뿔싸 그만 자기가(본인) 한라산 봉우리를 꺾어 던져 버렸으니 이젠 영영 옥황상제 얼굴 못 볼 게 아네요?

한라산은 백두산, 금강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영산으로 꼽힌다. ‘한라’라는 이름은 하늘의 은하수를 잡아당길 만큼 높다 해서 붙여진 것이다. 한라산은 해발 1,950m로 남한 최고봉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변화를 보이는 가운데 짧은 시간에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를 보이기도 하는 신비롭고 갖가지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춘 명산이다.

분화구 백록담이 있으며 고산식물 1,800여 종이나 되어 울창한 자연림과 더불어 광대한 초원이 장관을 이룬다.

눈 덮인 백록담은 영주십경 중 제6경으로 ‘녹담만설’이다. 설문대할망과 오백 장군의 전설이 깃든 ‘영실기암’은 영주십경 중 제7경이다.
참고로 위키백과에 따르면 한라산의 현재(2021년) 높이는 1,947.06m로 백과사전에 나와 있는 그것보단 낮아졌다. 이는 풍화작용으로 꼭대기가 깎이고 남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려 물 수면이 높이진 결과이다.

그 후 설문대할망은 ‘물장올(물장오리)’에 빠져 죽었다나요?

죽을 쑤다 죽었다는 소문도 있고요.

예나 지금이나 가짜 뉴스가 떠돌아다닌 건 매 한 가지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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