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당선작 선정...시 김형로, 소설 이성아, 논픽션 양경인
[제주4·3]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당선작 선정...시 김형로, 소설 이성아, 논픽션 양경인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1.03.2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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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부문 이성아의 ‘그들은 모른다’
시 부문 김형로의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
논픽션 부문 양경인의 ‘제주4·3 여성운동가의 생애’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당선작이 결정됐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은 제주4·3평화문학상 본심사를 진행하고 장편소설·시‧논픽션 부문 당선작을 확정했다. (좌로부터 시 김형로, 소설 이성아, 논픽션 양경인)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당선작이 결정됐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은 제주4·3평화문학상 본심사를 진행하고 장편소설·시‧논픽션 부문 당선작을 확정했다.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 선정은 제6회 제주4·3평화문학상에 이후 3년 만이다.

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현기영)는 지난 19일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본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장편소설 부문에 <그들은 모른다>(이성아 작가, 1960년생, 경남 밀양 출생), 시 부문에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김형로 작가, 1958년생, 경남 창원 출생)를 선정했다. 논픽션 부문은 응모편수가 적어 단심으로 심사를 진행해 <제주4·3 여성운동가의 생애>(양경인 작가, 1959년생, 제주 출생)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제주4‧3평화재단은 4·3의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수준 높은 문학작품의 출현을 기대하며 장편소설‧시·논픽션 세 장르에 대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 전국 공모를 진행한 바 있다. 공모 결과 국내외에서 286명이 응모했고 모두 1,629편(시 1,486편, 소설 130편, 논픽션 13편)이 접수됐다.

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지난 1월 22일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심사지침>을 확정하고 심사위원을 선임해 2개월에 걸쳐 예심과 본심사를 진행후 응모작들을 심사했다.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 <그들은 모른다>는 한국 현대사의 상처와 질곡에 대한 폭넓은 성찰과 성실한 천착을 배경으로 폭력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려는 인물들의 분투를 세심하게 전한다. 역사적 안목과 함께 문제의 현재성, 당대성에 대한 감각도 예민하게 유지하고 있다. 4·3평화문학상이 지향하는 주제 의식의 측면이나 소설적 완성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내전과 인종청소의 참혹한 시간을 통과해온 발칸반도의 역사를 한국 현대사의 국가 폭력에 연루된 개인의 비극적 이야기와 세심하게 공명시키면서 국가 폭력에 대한 질문을 좀더 넓은 시야로 성공적으로 옮겨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지성과 사유의 힘이 느껴지는 세련된 문장, 발칸의 땅을 떠도는 한 여인의 우수와 고독을 전하는 깊은 감수성의 언어가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전체적으로 큰 무리 없이 폭력에 대한 탄식과 분노의 이야기를 치유와 화해를 향한 섬세하고 고독한 내면의 분투로 잘 감싸고 있다는 데 심사위원 전원은 흔쾌히 동의했다.

시 부문 당선작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는 제목이 환기하듯이 제주 4·3과 제주 설화를 다리(橋) 삼아 ‘한라’와 ‘백두’의 만남을 주선하는 ‘통일 서사’의 전개가 활달했다. 심사위원들은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가 여타 응모작과 견줄 때 주제 의식과 상상력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이와 같은 미덕이 향후 ‘제주4·3평화문학상’은 물론 4·3문학의 지평을 확대하는데 기여할 바가 적지 않으리란 판단에서 당선작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논픽션 부문 당선작 <제주4·3 여성운동가의 생애>는 4·3당시 사회주의 운동가로서 격변기 분단 조국의 연표를 온몸으로 살아낸 김진언 할머니의 삶을 세상에 드러낸 작품이다. 4·3을 드러내놓고 언급하기도 쉽지 않았던 시기부터 집요하게 취재를 진행하여 작품을 갈무리했다는 점에서 논픽션의 진수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주4·3평화문학상은 제주특별자치도가 2012년 3월 제정해 제9회에 이르고 있으며, 2015년부터 제주4‧3평화재단이 업무를 주관하고 있다. 2019년부터 4·3을 직접 체험한 세대의 기록이나 증언이 미체험 세대의 진실찾기 노력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며 논픽션 부문을 추가했다. 상금은 9천만원(장편소설 5천만원, 시 2천만원, 논픽션 2천만원)이다.

제주4·3평화문학상 제1회 수상작은 현택훈의 시 <곤을동>‧구소은의 소설 『검은 모래』, 제2회는 박은영의 시 <북촌리의 봄>‧양영수의 소설 『불타는 섬』, 제3회는 최은묵의 시 <무명천 할머니>‧장강명의 소설 『2세대 댓글부대』, 제4회는 김산의 시 <로프>‧정범종의 소설 『청학』, 제5회는 박용우의 시 <검정고무신>‧손원평의 소설 『1988년생』, 제6회는 정찬일의 시 <취우>‧김소윤의 소설 『정난주 마리아-잊혀진 꽃들』, 제7회는 김병심의 시 <눈 살 때의 일>, 제8회는 변희수의 시 <맑고 흰죽>·김여정의 논픽션 『그해 여름』 이다.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4월 중 개최될 예정이다.

김형로 시인
김형로 시 당선자

◇시 부문  당선자 :김형로                               

․ 1958년  경남  창원  출생 ․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부산일보,  경향신문  기자  역임
․ 2017년  『시와표현』,  2018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 시집  『미륵을  묻다』,  『백  년쯤  홀로  눈에  묻혀도  좋고』  상재
․ 현재  한국  작가회의  및  민족문학연구회  회원으로  활동

이성아 소설가
이성아 소설 당선자

◇소설 부문 당선자 : 이성아

․ 1960년  경남  밀양  출생
․ 1998년  계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데뷔 ․ 2005년  작품집  『절정』
․ 2011년  작품집  『태풍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요』
․ 2015년  장편소설  『가마우지는  왜  바다로  갔을까』
․ 2015년  제11회  세계일보문학상  우수상  수상
․ 2018년  단편  『그림자  그리기』  제3회  이태준문학상  수상

양경인 논픽션 당선자
양경인 논픽션 당선자

◇논픽션 부문: 양경인

․ 1959년  제주 출생
․ 방송대  국문과  졸업,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석사수료
․ 1993년  마터나  문학상 대상 수상
․ 1995년  제주MBC  여성백일장  대상  수상
․ 1995년  삶과  꿈  좋은  글  최우수상  수상
․ 2000년  박수근  25주기  추모  미술평론  감상문  당선
․ 2018년  제주4․3  70주년  신문  편집위원장
․ 4 ․ 3증언자료집  『이제사  말햄수다1』, 『4․3과 여성』 공동집필
․ 현  장애인복지관  수필  강사


◆시 당선작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

-김형로


설문대할망 다리를 놔 줍서
너럭치마에 고래실 흙 덩실덩실 떠 담아
남해나 동해 숨텅숨텅 놓아 줍서
나 백두산 마슬 다녀올라네

관덕정에서 북청이나 단천 어디쯤
다리 좀 놔 줍서 설문대할망
거기서 갑산 삼수 거쳐
영등할망 부럽지만 나 걸어갈라네
산에 산에 핀 꽃들 다시 볼라네
엎드려 꽃과 함께, 산사름 함께 며칠 지내다가

백두산 전에 고하겠네
큰넓궤 지슬과 정방폭포 총성을
정뜨르 안경과 알뜨르 녹슨 전선을
얽은 손과 부르튼 발을
그 위로 떨어지던 핏빛 동백꽃을
한몸으로 왜 못사나
훠이 훠이 날려 주고 오겠네

그해 남쪽 섬
붉지 않은 바위 셔낫던가
돌아앉지 않은 꽃 이서낫던가

설문대할망 다리를 놔 줍서
한라에 봉화 오르면
웃밤애기 알밤애기 오름마다 불을 받고
벌겋게 섬이, 달마저 붉게
백두에도 불 오르는 통일의 그날
호랑이도 곰도 느영 나영 춤을 추고
사름이 사름으로 살아지도록 신명나게 놀아봅주
좋은 싀상 우리 같이 살아도 봅주

설문대할망 어서 다리부터 놔 줍서
울어도 울어도 못다 운 노래 한 자락
가심에 박힌 돌멩이 들어내듯
검은 땅 검은 숨 붉게 울어 볼 거네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가만 풀어 볼 거네

◆ 시 부문 심사평

예심 위원회가 본심에 올린 추천작은 모두 80편(8명)이었다. 본심 위원회가 최종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원탁 위에 올려놓은 작품은 5편(5명)이었다. <도령마루 꽃무릇> <북받친밭> <목시물굴의 별>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 <백비>(이상 접수 순). 심사 기준에 대한 본심 위원들의 이견은 이내 좁혀졌다. 작품의 완성도를 외면하지 않되, 작품에 내재된 문제의식과 파급력에 주목하자는 것이었다.

‘제주4․3평화문학상’이 올해로 9회에 접어들었고 이제 새로운 10년을 바라보는 만큼 이번 수상작이 문학상의 위상을 새로 정립하는데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보자는 것이었다.

본심에 올라온 추천작 대부분이 70여 년 전 비극을 서정적 언어로 재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추천작은 저마다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많은 작품이 소재(현장)주의, 선/악 이

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약자의 편에 선 분노와 진혼은 정당한 것이다. 발굴과 폭로 또한 문학의 핵심 역할 중 하나다. 하지만 어느 한쪽으로 경도된다면 그것은 문학성으로부터 멀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인류의 보편가치인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수준 높은 문학작품의 출현을 기대”한다는 문학상 공모 취지를 떠올린다면 더더욱 그렇다. 4․3문학이 ‘애도의 시간’을 넘어, 제주와 한반도를 넘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창조적 시간’으로 성숙해야 할 때다. 수렴에서 확산으로, 특수에서 보편으로, 닫힌 세계에서 열린 세계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최종 후보작 중에 위와 같은 기준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작품은 눈에 띄지 않았다. <도령마루 꽃 무릇>과 <북받친밭> <목시물굴의 별>은 당시 현장을 재현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고 <백비>는 70여 년 세월을 반추하지만 미래로 열린 상상력이 부족했다(이번 심사 기준을 들이대지 않는다면 최종심에 오른 이 작품들은 저마다 빼어난 작품이다. 일반 문예지나 시집에 발표되었다면 독자들 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을 것이다).

결국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가 남았는데 앞에 거론한 후보작과 크게 달랐다. 제목이 환기하듯이 제주 4․3과 제주 설화를 다리(橋) 삼아 ‘한라’와 ‘백두’의 만남을 주선하는 ‘통일 서 사’의 전개가 활달했다. 함께 보내온 다른 작품도 시야가 넓었다. 4․3의 야만성을 에둘러 표현하면서 위안부, 세월호 문제까지 관심사가 폭넓었다.

심사위원들은 <천지 말간 얼굴...>이 심사 기준을 온전하게 충족시키지는 않지만 여타 응모작과 견줄 때 주제 의식과 상상력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이와 같은 미덕이 향후 ‘제주4․3평화문학상’은 물론 4․3문학의 지평을 확대하는데 기여할 바가 적지 않으리란 판단에서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심사위원장 이하석, 심사위원 김광렬, 이문재 ]

◆ 소설 부문 심사평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모두 다섯 편이었다. <최씨네 종말기>는 종말론에 얽힌 한 가족의 소동극을 그려내는 가운데 서로 반목하고 외면하던 가족 간의 끈을 새로이 확인해가는이야기다. 상황의 황당함을 서사적 활력으로 밀어붙이는 힘은 평가할 만하나, 여덟 살 아이의 시선과 목소리를 소설의 아이러니로 충전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한 느낌이다. <전옥주는 전진한다>는 영화의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젊은이의 이야기를 개성적인 실감의 언어로 전하면서 흥미 있는 성장서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소설의 힘을 유기적으로 모아내지 못하고 작은 이야기에 그치고 만 듯하다. <고만례상회>는 상상력의 신선함과 주제를 향한 섬세한 사유의 집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국 근현대사의 수난이 서려 있는 어촌 마을의 동굴과 자그마한 슈퍼를 배경으로, 치유의 시간을 얻고 살아갈 힘을 얻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만만찮은 설득력을 가지고 읽는 이를 붙잡는다.

그러나 소설 후반부에 맞춤하게 도착하는 그 치유와 자기 긍정의 시간이 갈등하는 소설의 서사적 사건의 전개를 통해서라기보다는 반전을 숨긴 준비된 설정, 주인공의 사유의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얼마간 힘을 잃고 있다. 서사의 빈틈을 메우는 꿈과 환상의 활용에도 좀 더 세심한 자기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마지막까지 남아 토의를 이어가게 한 것은 <총소리를 들었어>와 <그들은 모른다>, 두 작품이다.

두 작품 공히 한국 현대사의 상처와 질곡에 대한 폭넓은 성찰과 성실한 천착을 배경으로 폭력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려는 인물들의 분투를 세심하게 전한다. 역사적 안목과 함께 문제의 현재성, 당대성에 대한 감각도 예민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4·3평화문학상이 지향하는 주제 의식의 측면이나 소설적 완성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총소리를 들었어>는 폭력의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층위에서 모아내면서도 전체적인 서사의 힘을 잃지 않는다.

미국에서 일어난 총기 폭력 사건과 입양아 노아의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를 연결시키며 진행되는 소설 초반부의 전개에는 섬세한 인간 이해의 이야기가 있다. 다만 보도연맹 사건과 연관된 가족사의 증언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소설 후반부에서 좀더 밀도 있고 설득력 있는 서사적 구성이 가능했으리라는 아쉬움을 갖게 된다. 너무 올바르고 모범적인 서사적 결말에 대한 부담은 사안의 복잡성과 착잡함에 대한 소설의 가능한 접근을 막을 수도 있다.

<그들은 모른다>는 내전과 인종청소의 참혹한 시간을 통과해온 발칸반도의 역사를 한국 현대사의 국가 폭력에 연루된 개인의 비극적 이야기와 세심하게 공명시키면서 국가 폭력에 대한 질문을 좀더 넓은 시야로 성공적으로 옮겨낸다. 무엇보다 지성과 사유의 힘이 느껴지는 세련된 문장, 발칸의 땅을 떠도는 한 여인의 우수와 고독을 전하는 깊은 감수성의 언어가 돋보인다. 쉽지 않은 소설적 구도임에도 이음매를 잘 다독이고 간추렸다는 평가도 있었다.

일부 이야기의 디테일에 대한 아쉬움이 지적되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 큰 무리 없이 폭력에 대한 탄식과 분노의 이야기를 치유와 해를 향한 섬세하고 고독한 내면의 분투로 잘 감싸고 있다는 데 심사위원 전원은 흔쾌히 동의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전한다. [심사위원장 임철우, 심사위원 방현석, 정홍수]

◆ 논픽션 부문 심사평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논픽션 부문에는 모두 13편이 응모됐는데 공모 기준을 벗어난 1편을 제외하고 12편이 심사위원에게 넘어왔다. 특별히 논픽션 부문의 공모는 지난해에 이어 2회째에 불과한 탓인지 응모편수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이에 따라 ‘응모편수가 적을 때에는 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심사를 단심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심사지침에 따라 예비심사와 본심사를 함께 진행하였다.

응모작을 유형별로 분류하면 모두 12편의 작품들 중 글쓴이 스스로가 체험했던 바를 서술한 작품이 4편이었던 반면에 취재나 자료조사, 인터뷰 등을 통해 기술한 작품이 8편에 달했다. 내용별 로는 제주4․3을 다룬 작품이 6편, 한국전쟁 전후에 벌어졌던 일들을 글감으로 삼은 작품이 3편, 기타 3편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해방공간에 발생한 ‘4․3’과 ‘여순’, 그리고 한국전쟁을 전후하여 일어났던 보도연맹사건 등의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내용이 대체적이었다.

이를 놓고 볼 때 제주4․3평화문학상에서 논픽션 부문을 추가로 설정한 것은 고무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회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성과를 축적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응모작들을 살펴보면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장르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픽션’과의 경계를 무심히 넘나듦으로써 논픽션의 생명인 리얼리티를 견지하는 데에 실패한 사례가 있었고, 이미 발표된 자료들을 과도하게 인용하다보니 정작 신선감이 반감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여러 내용들을 두서없이 나열하며 종잡을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4․3으로 인한 여성 수난사(「제주 4․3여성운동가의 생애」), 4․3으로 촉발된 디아스포라 현상(「와류」), 일제시대 해녀항쟁과 호적문제(「어떵 잊으크니」) 등을 소재로 삼음으로써 조명 대상의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삽화를 곁들여서 가족참사의 전말을 담담하게 기록한 「제주4․3에 타다 남은 한 뿌리 민초인생」, 여순항쟁 당시 토벌대에 차출되어 종군했던 조산원 출신 필자의 수기 「이런 일이 있었다 - 니년이 빨치산 도왔지?」 등도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들이다.

무엇보다도 4․3당시 사회주의 운동가로서, 격변기 분단조국의 연표를 온몸으로 살아낸 김진언 할머니의 삶을 세상에 드러낸 「제주4․3 여성운동가의 생애」는 논픽션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4․3을 드러내놓고 언급하기도 쉽지 않았던 시기부터 집요하게 취재를 진행하여 작품을 갈무리했다는 점에서 당선작으로 올리기에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제주4․3과 한국전쟁이 일흔 해를 넘기는 동안 그 참혹했던 아픔의 역사가 차츰 기억에서 멀어져 화석으로 굳어지지 않도록 할 책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음을 절감한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직접 체험한 세대의 기록이나 증언을 접할 기회는 급속히 사라져가고 있다. 특별히 이 체험세대가 침묵의 트라우마를 깨고 용기 있게 증언하고 기록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미 체험 세대의 ‘진실 찾기’ 노력 또한 부단히 이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그 양쪽의 노력이 합해질 때 진실과 정의, 평화와 인권을 추구하고자 하는 제주4․3평화문학상에서 논픽션 부문을 제정한 취지도 연면히 발현 돼 나아갈 것으로 믿는다. [심사위원장 이상락, 심사위원 강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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