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협 칼럼](9)남극, 또다른 일상...스쿠아
[강민협 칼럼](9)남극, 또다른 일상...스쿠아
  • 뉴스N제주
  • 승인 2021.03.2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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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협 박사
(사)한국기술사업화진흥협회 기술품질연구센터장

한동안 강풍과 많은 눈으로 햇빛을 보기 힘들었으나 지난 주는 활짝 개인 날씨가 여럿 있었다. 햇빛을 받으니 기분도 한결 상쾌할 뿐 아니라, 야외활동이 가능해서 많은 곳을 돌아다닐 수 있다. 날씨가 좋으면, 특히 바람이 약한 날에는 보트를 타고 바다에서 해양생물 연구를 포함한 해상활동을 하게 된다.

이럴 경우 최소한 4명 이상의 인원이 이동한다. 해양생물 연구원 1명, 보트 운전 1명, 보조요원 2명이 최소인원이며, 다른 목적의 연구원이 추가로 나갈 경우 보조요원이 한두명 정도 추가된다. 바다 한가운데서 기지를 보며 찍은 파노라마 사진이 매우 멋있다.

스쿠아는 여기 남극에서 여름동안 서식하는 대표적인 새이다. 주로 크릴과 펭귄알 및 펭귄새끼를 잡아먹는데, 간혹 같은 종끼리도 잡아먹곤 한다. 육식조류답지 않게, 마치 오리처럼 물갈퀴를 갖고 있다. 지난 2월 10일에는 해안가에 크릴이 잔뜩 몰려들었는데, 살아있거나 또는 죽은채로 떠밀려왔으며, 이 크릴을 먹으러 스쿠아들 또한 많이 몰려들었다. 마침 해안가에 가만히 서 있는 스쿠아 한 마리를 카메라에 담았는데, 가만히 보니 이녀석의 왼쪽 발에 GPS 장치(위치추적기)가 달려 있다.

극지연구소 조류연구팀에서 매단 것이다. 스쿠아는 남극에서 뿐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일본에서도 발견된 적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발견된 적은 없으나, 제주도에서 스쿠아의 신호가 잡힌 적이 있다고 하니, 2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하는 이 녀석들의 대단함을 느낄 수 있다.

2월 10일에 이어 2월 16일에도 남극 해안에 몰려온 크릴을 먹으러 스쿠아들이 얼음덩이 위에 잔뜩 모여들었다.

여지껏 보아온 것 중 가장 많은 개체수가 몰려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스쿠아들이 모여 있다보면, 무슨 이유인지 쟁탈전도 간혹 벌어진다.

두 마리의 스쿠아가 서로 다투고 있으며, 그 옆에서 한 마리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들이 먹이를 두고 싸우는 것인지, 한 마리의 암컷을 두고 수컷끼리 다툼을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가족단위의 집단에서는 서로 챙겨주고 보듬어주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렇게 여러 개체들이 모인 경우 다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남극활동 및 환경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승인서를 발급받지 않은 자는 어떤 토착생물이든 잡거나 채집을 해서는 안되며, 심지어 야생조류에게 음식 찌꺼기 등 먹이를 주는 행위도 엄격히 금지된다. 그런데, 간혹 스쿠아가 기지 식당 근처에서 이렇게 어슬렁거리면서 먹이를 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있다.

대개의 경우 스쿠아들은 난폭한 편이라 가까이 가기도 어려운데, 이처럼 마치 마당에서 키우는 닭처럼 모이를 바라는 것이다. 하늘을 활동하며 멋있게 비행하는 모습은 어딜 가고 이런 닭의 모습을 보인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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