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시인, 평론가
■토요 시 창작 강좌
□두 개의 큰 기둥 비유와 운율
시를 이루는 중요한 두 개의 기둥이 있는데 바로 비유와 운율이다. 비유는 존재를 담는 손’이라면 운율은 ‘시를 시답게 하는 틀, 즉 형상’이다.
그동안 같은 내용으로 강의를 한바 있지만 시의 기초인 비유와 운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시들이 가끔 올라와서 오늘 다시 언급한다.
비유가 없이 직설적으로 쓴 글은 시 쓰기에서 크게 경계해야할 것 중의 하나인 시인의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다. 직설과 직유법을 혼돈한 글도 가끔 보이는데 이 둘은 완전 다른 개념이다.
~~처럼, ~~같이, ~~인양 등이 직유라면 직설은 슬프다거나 기쁘다, 또는 당신이 보고 싶다, 풍경이 아름답다 등과 같이 푸념이나 하소연 같이 여과되지 않은 직접적인 감정이다. 직설은 시에다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쏟아 붓는 꼴이 되기 때문에 시를 망치는 언어다.
부드러운 손으로 마사지 하듯 최대한 절제된 언어를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시 쓰기에서 가장 권장되는 방법이다. 비유는 시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는 매우 중요한 시의 기본요소다.
비유는 ‘비교에 의한 사물 해석의 방식’이다. 인쇄술이 발달되기 전에는 노래로 시가 전해져 왔기에 운율이 필요했지만 현대시에서 운율(내재율)을 너무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현대시에도 정형화는 아니더라도 자유로운 외재율은 반드시 있다. 운율이 없는 시는 기형적인 시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시에서의 운율은 호흡인데, 넓게 보면 시는 ‘인간의 호흡’이다. ‘사람살이’의 다른 말이 시 쓰기라고 말하는 시인도 있다. 호흡을 등한시 한다는 것은 시의 사지를 절단하는 것과 같다.
대중가요를 자세히 보면 “~~다”가 없다. “~~다”는 운율이 죽기 때문이다.
한 편의 시에서 같은 말이라도 변화를 주는 것이 운율이다. 예를 들어서 ‘같다’는 이야기도 ‘다르지 않다’ ‘조금도 다르지 않다’ ‘크게 다르지 않다’등으로 변화를 주어야 운율이 살아난다.
‘같은 이야기도 모두를 다르게 이야기 하는 것’이 운율이라는 사실은 시를 쓰는 내내 기억해야할 내용이다. 즉 소리 값은 같더라도 내용은 달라야 한다.
운율과 비유를 다른 말로 하면 묘사와 진술이다.
묘사는 진술을 하기위한 수단이다. 묘사를 할 땐 자기의 감정을 넣지 않아야 한다. 묘사 후 진술에 시인의 마음이 담긴다. 시에서 가장 많이 차용되는 ‘은유’가 바로 진술의 기법이다.
<숙제>
다음의 시를 읽고 운율과 비유가 어떻게 살아 있는지 살펴보고 감상평을 댓글로 달아주시기 바란다. 지난주에 이어서 이번 주에도 좋은 내용을 올려주신 분을 뽑아서 시집을 보내드리려 한다.
그를 애타게 기다린 적이 있었다
스무 살 때는 열손가락 활활 타는 불꽃 때문에
임종에 가까운 그를 기다렸고
내 나이 농익은 삼십 대에는
생살을 좍 찢는 고통 때문에
나는 마술처럼 하얗게 늙고 싶었다
욕망의 잔고는 모두 반납하라
하늘의 벽력같은 명령이 떨어지면
네 네 엎드리며
있는 피는 모조리 짜 주고 싶었다
피의 속성은 뜨거운 것인지
그 캄캄한 세월 속에도
실수로 흘린 내 피는 놀랍도록 붉었었다
남은 정열을 소각하라 전소하라
말끔히 잿가루도 씻어 내려라
미루지 마라
나의 항의 나의 절규는
전달이 늦었다
20년 내내 전갈을 보냈으나
이제 겨우 떠났다는 소식이 당도했다
이젠 마음을 바꾸려는
그 즈음에
신달자,『늙음에 대하여』전문
꼭 부탁하고 싶은 것은 시를 쓸 때 아는 척 하거나 기이한 시어를 주워와 자랑 질 하는 것을 삼가야한다. 시인의 진술이 시인의 철학이라고 하니까 철학적으로 유식한척, 또는 종교와 사상을 들먹이는 것은 시에서 매우 경계해야하는 일이다.
그리고 각주를 달아야 할 만큼 생경한 내용보다는 될 수 있으면 쉬운 우리말로 제대로 두 개의 기둥을 세우는 일이 가장 좋은 시 쓰기다.
◆지난주 일곱 시인의 자화상을 읽고 감상평을 심도있게 올려주신 다음 몇 분께 시집을 보내드린다.
시집 받으실 주소와 우편번호를 제 일창에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1. 유호종 2.박치준 3. 안선숙 4. 박준희 5. 이둘임 6. 김병수 7. 유경화 8. 노 아
9. 김선미 10. 김효운 11. 최해숙
■ 이주의 디카시 한 편
홍매도
화엄이 그린 홍매 보고싶은데
꽃바람 피운 봄이 빙그레 웃는다
홍매야 어쩌란 말이냐?
_ 김현호
*화엄華嚴 (1682~1756)중국 청대(淸代)의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