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시란? 새로운 제목과 개념 창조해 내는 작업=작가의 관점 진술하는 일"
이어산 "시란? 새로운 제목과 개념 창조해 내는 작업=작가의 관점 진술하는 일"
  • 뉴스N제주
  • 승인 2021.02.27 01:44
  • 댓글 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어산 칼럼](114)토요 시 창작 강좌
이어산 시인, 평론가
이어산 시인. 평론가
이어산 시인. 평론가
 
■토요 시 창작 강좌(114)

□ 말의 그림자를 찾아내는 작업

모든 문학은 언어로 전달된다. 산문의 언어는 객관적 서술이 필요하지만 시는 주관적이고 가장 경제적인 언어, 즉 내용이 어림짐작만 된다면 가장 축약된 언어를 동원하여 표현하는 난해성의 문학이기도 하다.

필자의 이런 내용을 읽은 독자가 이의를 제기해 왔다. “분명히 설명시(說明詩)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설명하는 시를 쓰지 말라는 것은 시의 확장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렇다 ‘설명시(exposition poetry)’로 분류되는 시가 있다. 필자가 강조한 것은 “시적 대상이나 사물에 대해서 무엇인지를 알기 쉽게 풀이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떤 뜻으로 이 시를 썼다”거나 “어떤 사건에 대한 발생원인과 경과를 시술하는” 방식이 설명문이다.

즉, 정보(지식)의 전달이 목적인 글을 말한다. 이에 반해 ‘설명시’는 문맥의 형식상 설명적인 틀만 빌어서 쓴 것이지만 ‘시적 정의(definition)’, 즉 시인의 진술이 들어가는 시를 말한다.

시인의 진술이란 상투적인 해석이 아니라 그것이 서정시이든 난해한 시든 간에 시인이 새롭게 발견하여 독자에게 보고하는 그 무엇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상투적인 언어로는 독자가 그것을 시적 감흥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가장 좋은 시적 표현은 그것이 독자에게 오래 기억되는 신선한 해석이다.

그 해석은 약간이 충격이 있을수록 오래 기억된다. 극단적인 예를 든다면 마르셀 뒤상(Marcel Duchamp/프랑스의 초현실주의 작가)는 우리의 생활의 일부분이라도 할 수 있는 남성용 소변기에 알. 머트(R. mutt)라는 서명을 하여 전시를 함으로써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 작품은 20세기 예술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란 바로 이런 것이다. 우리가 흔히 지나쳐 온 것이거나 익숙한 것이어도 이처럼 새로운 해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흔한 것이어도 그것에 새로운 제목과 개념을 창조해 내는 작업이다. 즉 예술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관점을 진술하는 일이기도 하다.

오늘도 필자가 시 공부를 하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적어놨던 노트 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한다.

▲시는 말의 그림자를 찾는 작업이다. 문면에 드러난 현상이 아니라 감춰진 무언가를 밝혀내는 작업이다.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 향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커피에 숨어있는 에티오피아나 과테말라의 어린이들을 찾아내어 만나는 일이고 확장하여 나와의 관계를 연결하는 작업이다

▲시는 현실의 구경꾼처럼 쓰는 것이 아니다. 작품 속에 자신을 숨긴 채 주저하고 있던 자신의 자아가 얼굴을 드러내도록 하는 작업이다.

▲시적 대상이 지닌 속성과 주체에게 부여되는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시 쓰기이기도 하다.

▲그 시대를 보여줄 수 있는 여러 사회, 문화적 이야기를 시적 관점으로 기록하는 증언자이기도 하다.

▲인식 가능한 관점을 확장, 해석하여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내는 작업이다. 즉 시가 지향하는 징후를 읽어내도록 상징적 의미의 세우는 작업이다.

■ 이주일의 디카시

문전 박대

문전 박대
문전 박대

택배 아저씨가 문 앞에 박대를 두고 갔다
              초인종만 누르고

         이름값 확실하게 했다

                    _ 최재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