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칼럼(5)'재미있는 설화' – 방선문 선녀탕
장영주 칼럼(5)'재미있는 설화' – 방선문 선녀탕
  • 뉴스N제주
  • 승인 2021.02.19 0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영주 교육학박사/명예문학박사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장/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장영주 작가
장영주 작가

방선문을 아십니까?

필자는 오래전(1974년)에 방선문에 설화채록차 가 보았다. 물론 보통 때는 수없이 다녀왔지만…. 현재는 낙석 위험으로 출입 통제 구역이다.

당시 방선문을 지날 때는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다. 왠지 귀신에 홀린 것 같으면서 울창하게 우거진 숲 계곡이 하늘을 가려 햇볕이 조금밖에 들어오지 않는 그런 곳이었다.

방선문을 지나면 그 오른편에 물웅덩이가 있다. 비가 오면 폭포가 되어 물줄기가 흘러내리지만 보통 때는 물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어 그냥 지나칠 일이 많았다. 가을이면 낙엽으로 쌓여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이었다.

(방선문 선녀탕)
(방선문 선녀탕)

그 물웅덩이 위에 조그만 물웅덩이가 있다. 이 또한 방선문을 통해 큰 물웅덩이를 본 후 절벽을 올라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곳에 있기에 거의 모든 사람은 이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으나 지금은 골프장이 생기며 다리를 놓았기에 다리 위에 서면 잘 보인다.

이곳 물웅덩이 두 개가 선녀탕이다.

큰 물웅덩이에는 칠선녀가 목욕을 즐겼고 위 작은 물웅덩이에는 선녀들을 인솔하고 온 으뜸(대) 선녀가 혼자 목욕 즐기며 선녀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지도하는 관리하는 모티브형 물웅덩이다.

이곳에는 선녀들이 하늘나라에서 내려와 목욕을 즐겼다는 곳으로 진귀한 이야기를 간직한 곳이다.

왜 선녀들은 이곳에서 목욕했을까?

이 선녀탕은 인간 세상에 모습을 들려 내놓지 않는 신비의 하늘나라 관문(입구)에 있다. 그 이름 방선문, 그래서 방선문은 인간세상과 천상세상을 잇는 접경지역으로 모든 사람의 선망이 대상이었다.

제주 목사로 부임하면 이곳을 통해 한라산이라는 신비한 산을 등정했고 내로라하는 문인들은 이곳에서 풍류를 즐기며 인간과 천상의 세상을 드나들었던 것으로 멋진 은유의 관문이었다.

이제 1974년에 이곳 방선문을 통해 한라산 등반길을 걸었던 옛 추억과 최근의 방선문을 찾아보고 듣고 느낌을 한데 모아 정리함이니 한 번쯤 읽어 봄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곳은 한라산 계곡물이 바다로 뻗어가는 길목으로 영주 10경 중 영구춘화(계곡에 피는 봄꽃)를 상징한다.

(영구춘화)
(영구춘화)
(영구춘화 안내문)
(영구춘화 안내문)

방선문 계곡을 보면 제주도가 돌과 바람이 많은 고장임을 알 수 있다.

많은 선비가 방선문에 와서 넓은 돌 위에 그려진 바둑판을 가운데 두고 바둑을 두며 세상사를 논하곤 했다.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기암괴석 사이로 펼쳐진 모래밭은 모래 물결이 잔잔히 흘러 이곳이 바람이 휘돌아 가는 곳임을 알 수 있다.

이곳에서 음악회를 열면 그 음색이 바람 따라 계곡을 휘돌아 가는 잔잔함이 흐른다.

(영구춘화 안내문)
(영구춘화 안내문)

큰 돌기둥 오른편 바로 오른편이 선녀탕으로 인간의 접근을 막는 신성함이 배어 있다.

(선녀탕 바로 옆 제일 큰 마애명 돌기둥)
(선녀탕 바로 옆 제일 큰 마애명 돌기둥)

‘방선문’은 신선이 찾아오는 문이라는 뜻을 간직하고 있는 아치형의 큰 돌로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장한가 시구를 인용한 마애명이다.

(마애명과 해설문)
(마애명과 해설문)

마애명은 제주 섬 전역에 널려 있는 절경지 현무암 표면에 새긴 옛사람들의 글로 방선문에는 귀인들이 찾아와 놀며 시를 읊고 재주를 뽐내던 흔적이 많이 있다.

제주도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마애명은 광해군 1년인 1609년 김치 판관의 것이다.

제주도에서 가장 큰 계곡인 탐라계곡에서 흐르는 물은 방선문에 이르고 계속 흘러 용연으로 이어져 바다로 간다.

방선문 지나 곧 하늘나라로 이어지는 곳에 선녀탕이 있다.

선녀탕
선녀탕

□ 방선문 선녀탕

(방선문 계곡 안내문)
(방선문 계곡 안내문)

“자, 그만 일어납시다.”

방선문 계곡에서 온종일 바둑을 두던 선비들이 보름달이 비추기 시작하자 자리를 뜨는 거예요.

(방선문 계곡)
(방선문 계곡)

“아니, 좀 더 있으면 안 될까요?”

어느 선비가 아쉬운 듯 조금만 더 방선문 계곡에 있길 원했어요.

“안되오. 여긴 천상나라라 우리가 오래 있을 수 없는 곳이라오. 더욱이 보름달이 뜨는 날은 조심해야 한다우.”

방선문에 보름달이 비추기 시작하자 그동안 바둑을 두던 선비들이 발걸음을 재촉했어요.

‘옳지, 지금이야.’

어느 선비는 바둑을 두던 선비들 따라 방선문을 지나는 척하다가 얼른 몸을 숨겼어요.

(방선문)
(방선문)

마침 계곡에는 휘황찬란한 보름달이 뜨고 있었어요.

방선문 계곡은 어느새 대낮처럼 밝았고 어디선가 은은한 소리가 들리고 향긋한 향 내음도 바람 타고 풍기는 거예요.

‘어? 저건?’

방선문에 몸을 숨기고 하늘을 쳐다보던 선비는 깜짝 놀았어요.

하늘에서 두레박이 칠색 무지개색에 쌓여 내려오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선녀다. 선녀야!’

선비는 이럴 때를 기다린지 오래였어요.

방선문에 보름달이 뜰 때 하늘나라에서 선녀들이 내려온다는 걸 소문을 듣고 알고 있었는데 오늘 그 선녀들을 보게 되니 황홀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게지요.

‘절대 안 돼, 선녀들을 보는 순간 죽는 게여.’

소문의 소문은 선비에겐 소귀에 경 읽기였지요.

잠시 후, 갑자기 하늘이 검은 구름에 쌓이는 거예요.

방선문 계곡도 어둠에 싸였어요.

‘무슨 조화인 게여?’

선비는 소름이 오싹 끼쳤어요.

으스스 찬 바람이 부는 것 같기도 하고 어디 귀신에 홀린 것처럼 꼼짝달싹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호호호.”

“첨벙, 처벙.”

어디서 여인들의 웃음소리가 들렸어요.

물장구치는 소리도 들렸고요.

(우기가 아니면 보통 나뭇잎이 떠 있는 선녀탕)
(우기가 아니면 보통 나뭇잎이 떠 있는 선녀탕)

‘선녀들이다!’

선비 눈이 번쩍 뜨였어요.

소문으로만 듣던 선녀들이 옷을 몽땅 벗어 놓고 물장구치며 노는 모습을 본 게지요.

선녀들이 목욕하는 모습이 가느다란 불빛 따라 보였어요.

선비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어요.

바위 뒤에 숨어 있다가 조금씩 선녀들이 목욕하는 곳으로 다가갔지요.

‘그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옳지.’

선비는 선녀들이 몸매를 더 잘 보려고 얼굴을 내밀었어요.

“에구머니나.”

선녀가 소리쳤어요.

선비가 자신들이 목욕하는 걸 훔쳐보고 있는 걸 눈치챈 것이지요.

“뭣들 하느냐? 어른 옷을 입지 않고.”

선녀들이 목욕하던 물웅덩이 위에 작은 물웅덩이에서 선녀들을 보호하던 으뜸 대(일) 선녀가 황급히 소리쳤어요.

“큰일이다. 우리가 목욕하는 것을 엿보고 있었다. 얼른 올라가자.”

선녀들은 옷을 입고 스르르 하늘나라로 올라가고 말았지요.

내려올 때 타고 온 두레박을 타고 말이어요.

“아니? 어찌 이렇게 일찍 올라온 게냐?

옥황상제는 두리번거리며 칠선녀를 바라보았어요.

“황송하옵니다. 인간 세상에 사는 뭍 선비가 칠선녀가 목욕하는 걸 훔쳐보고 있기에 이렇게 빨리 올라왔나이다.”

대선녀가 아뢰었어요.

“뭐라구? 인간 세상 선비가 선녀 몸매를 훔쳐봐?”

하늘나라에서는 옥황상제가 갑자기 올라온 선녀들이 이상하여 그 연유를 듣고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요.

그러지 않아도 선녀들이 하늘나라 끝자락 인간 세상 첫 자락에 보내는 것이 마음이 불안했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니 화가 난 게지요.

‘이를 어쩐다?’

옥황상제는 인간이 감히 선녀 몸매를 탐을 낸 것도 용서 못 할 일일 뿐 아니라 방선문에 있는 연못에서 칠선녀를 목욕시키며 뭔가를 알아보려는 꿍꿍이속이 들통나게 된 것이 더 기문을 상하게 했거든요.

“잘 봐 두어라. 칠선녀 중 어느 선녀가 몸매가 뛰어나며 생각하는 행동이 지혜로은지를….”

옥황상제는 칠선녀를 방선문 계곡 천상나라 마지막 자락에서 목욕을 시키며 대선녀에게 내린 엄명이지요.

거 있잖아요. 목욕탕에서 같이 목욕해보면 그 사람을 진정 알 수 있다는 말 말에요.

그거였어요.

옥황상제는 칠선녀를 한데 모아 방선문 탕에서 목욕할 때 그중 최고 몸매와 최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사진 선녀를 고르는 중이었어요.

하늘나라에 왕자가 혼인할 적령기라 옥황상제는 칠선녀 중 제일 몸매가 아름답고 마음씨가 고운 선녀를 간택하려 했는데 오늘 이런 일이 벌어지니 난감할 수밖에요.

하늘나라 목욕탕에선 칠선녀들이 목욕하면 좀 그렇잖아요.

곧 왕자의 아내가 되는 것인데, 아니 옥황상제의 며느리 몸매를 아무에게나 막 드러내면 곤란하잖아요.

거 있죠?

옛날 궁중에서 왕세자빈을 간택할 때 시험도 보고 몸매도 보고 그런 거 말에요.

그거랑 똑같았어요.

화가 난 옥황상제는 대장군을 시켜 인간 세상에 내려가 그 선비를 잡아 와라. 명하지요.

“나는 옥황상제다. 어찌하여 인간으로서 감히 하늘나라 선녀를 탐한단 말이냐?”

“그게 아니오라 선녀들이 목욕하는 게 너무 아름다워 그만 소인도 모르게 발길이 옮겨졌습니다. 용서하십시오.”

“그렇게도 선녀들이 아름답더냐? 그야 인간으로서 그럴 수 있는 일이 아니더냐? 그만큼 아름다운 선녀들을 둔 내가 복이 많음이 아니더냐?”

옥황상제는 껄껄 웃었어요.

기왕 일이 이렇게 벌어진 걸 통 크게 선비 목숨만은 살려 준다고 했어요.

“그러나 인간으로서 하늘나라 선녀들의 몸매를 훔쳐보았으니 그 소문이 나면 안 될 일이로다. 그래서 너를 하얀 사슴으로 만들어 인간세계로 보내노라.”

(1100도로에 있는 백록상)
(1100도로에 있는 백록상)
(1100도로에 있는 백록상 안내문)
(1100도로에 있는 백록상 안내문)

그렇게 하여 하얀 사슴이 된 선비는 백록담으로 내려왔고요. 선녀들이 목욕하던 샘을 선녀탕이라 불린답니다.

참, 칠선녀 중 어느 선녀가 왕세자빈으로 간택됐는지 아세요?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