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칼럼](2)'재미있는 설화'-도구리 선녀탕
[장영주 칼럼](2)'재미있는 설화'-도구리 선녀탕
  • 뉴스N제주
  • 승인 2021.02.0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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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 교육학 박사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장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재미있는 설화 [스토리텔링2]

오랜 세월이 흘렀어요.

신도마을에 몸이 아픈 홀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순덕이라는 처녀가 있었어요.
아버지의 병은 보통 약재로는 병환을 구할 수 없는 이상한 병에 걸렸어요.

그러던 어느 보름날 저녁, 순덕이는 흉년이 들어 양식이 떨어지니 하루 끼니를 구하기 위해 마을 바닷가로 나갔어요.

“어? 웬 거북이가? 큰 도구리에 있네!”

신도마을 바닷가 큰 도구리에  엎어진 거북이 세 마리가  기어 나오려 발버둥 치는 걸 보았어요.

‘옳지, 저 거북이를 잡아다가….’

이상하게 생각한 순덕은 아픈 아버지 생각을 했어요.
지상나라 약재로는 구할 수 없다는 병이라기에 혹여 이 거북이가 아버지 병환을 구하는 약재로 쓸 수 있을까를 생각한 것이지요.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거북아! 거북아! 울 아버지가 아프니 너희들을 약재로 쓰려 하니 미안하구나.”

순덕이 말을 들은 거북이들은 화들짝 놀랐어요.
그렇지 않아도 큰 도구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굶어 죽을까 생각하는 참인데 이젠 아예 삶아 먹겠다나요?

거북이들은 다급하게 말했어요.
“저희는 본디 거북이가 아니고 하늘나라 옥황상제, 바다나라 동해 용왕, 고륜산 서왕모의 아들들입니다.”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거북이들의 말을 들은 순덕이는 혼비백산했어요.
큰 도구리에 갇혀 있는 거북이들이 보통 거북이가 아니라 하늘나라 왕자요, 바다나라 왕자요, 더더욱 모든 신을 감독하는 서왕모 왕자까지 한 데 모였으니 이야 말로 생전 처음 보는 진귀한 모습이었거든요.

“저희는 오랜만에 만나 회포도 풀고 놀이도 하다 보니 그만 각자 가야 할 곳의 문이 닫혀 여기에 이렇게 남아 있는 거라오.”

세 거북의 말을 들은 순덕은 거북이가 불쌍해 보였어요.

하늘에 구름도 어둠에 싸이며 걱정스레 내려다보고 지나가던 물새들도 우스스 몸을 떨었고요.
해도 안간힘을 쓰며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어요.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저희는 보름날에만 신통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조금 있으면 보름달이 뜨는 시간이라 천재일우 귀인을 만났으니 도와주십시오.”

거북이들은 신도마을 바닷가 풍경에 취해 놀다 보니 물이 빠져나가는 줄 모르고 큰 도구리에 남게 되었다며 순덕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는 것이지요.

혹여 칠선녀가 따다 큰 도구리에 놓았던 소라가 있으면 옥황상제 몰래 먹을 욕심이었는지는 모르는 일이지만요.

“저희를 작은 도구리에 하나씩 풀어주시면 그를 통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대신 소원 한 가지씩 들어 드리겠습니다.”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세 거북이 말을 들은 순덕은 곰곰이 생각을 해 봤어요.
거북이를 잡아다 아버지 약재로 쓰여 병이 낫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만 세 거북이가 말하는 대로 거북이를 풀어주면 세 가지 소원을 들을 수 있다니 어쩜 더 좋은 일인지 모르잖아요.

그렇지만 순덕은
“거북아! 거북아! 너희들도 바다로 돌아가 행복하게 잘 살아라. 나는 아버지의 병만 낫는다면 더는 바랄 게 없단다.”
라고 말하며 거북이들을 풀어주려고 하였지요.

그러나 거북이들은 모두 고개를 설래 설래 흔들며 꼭 소원을 말하라는 거예요.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순덕은 고개를 끄덕이며 첫 번째 옥황상제 왕자 거북이를 선녀들이 목욕하던 작은 첫 번째 도구리선녀탕에 놓아주며 소원을 말했어요.

“저는 아버지의 병이 나아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길 바랄 뿐입니다.”

그러자 뽀얀 안개 속으로 옥황상제 왕자 거북이가 사라지며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거예요.

이때 갑자기 하늘에서
“내가 신도마을 해안가 모래밭에 물이 솟아나게 할 것이니 그 물을 떠다 아버지께 드려라.”

순덕은 두 번째 서왕모 왕자 거북이를 선녀들이 목욕하던 두 번째 도구리선녀탕에 놓아주니 도구리 안에서 늠름한 청년의 모습이 나타나,

“저는 서왕모의 아들 현수입니다. 당신의 후덕한 마음에 제가 은혜에 보답하고자 합니다. 제가 일 년 후 성인이 되면 다시 돌아와 그대의 지아비가 되어 죽을 때까지 곁에서 지켜 드리겠습니다.” 라고 하며 순덕이와 언약을 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말았어요.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마지막 남은 세 번째 용왕 왕자 거북이가,
“어째서 내게는 소원을 빌지 않으시오?” 라고 물었어요.

그러자 순덕이는 “아버지 병이 나을 방법도 알았고 낭군을 만나 짝도 이루게 되었으니 더는 소원이 없습니다.” 라고 대답했어요.

“그래도 나에게 소원을 말해야 용궁으로 맘 편히 돌아갈 수 있을게요.”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세 번째 거북이는 소원을 말하라 재촉했어요.

이에 순덕이는 “저는 이미 소원을 다 말했는데 그래도 말하라면 저보다 더 힘들고 꼭 필요한 사람을 위해 마지막 소원을 남겨 놓을 것이니 그때 그 사람이 소원을 들어주십시오.” 라고 말하며 세 번째 도구리선녀탕에 용왕 왕자 거북이를 놓아주었어요.

그러자 세 번째 용왕 왕자 거북이는 왕자를 호위하려 신도리 바닷가에서 기다리던 돌고래의 안내를 받으며 용궁으로 돌아갔지요.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도구리 선녀탕’ 사진2=장영주 작가
‘도구리 선녀탕’ 사진2=장영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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