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시인, 평론가
■토요 시 창작 강좌(112)
□ 시의 초점 맞추기 연습
마술사가 마술을 공연하는 수준에 이르려면 수없는 연습과 노력을 해야만 대중 앞에 설 수 있다.
이병주의 소설 <마술사>에 나오는 내용 중에는 마술을 익히는 과정이 나오는데 몇 년인지도 모를 혼신의 훈련과정이 나온다. 그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사물의 초점을 잡기 위해 4절짜리 화선지에 어머니의 모습만을 하루에 두 장씩 750일 동안 그렸다는 내용이다.
시 역시 시의 초점을 잡기 위해 고도의 정신력이 필요한 장르이고 훈련을 받지 않고 저절로 잘 쓰기가 매우 어려운 분야다.
필자는 학창 시절 글 잘 쓴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전국단위의 글짓기 대회에서도 상을 여러 번 받았다. 시집을 읽고 좋은 구절을 메모해놓은 노트가 나의 시 작업에 큰 도움을 줬다.
백일장이나 공모전 등에서 그 노트를 꺼내어 대회의 성격에 맞는 적당한 구절을 차용한 후 각색을 하고 대회의 주제를 돋보이게 하는 방법을 썼다.
그러다가 어느 대회에서 그것을 알아본 심사위원이 “노력 없이 남의 글을 적당히 베껴서 낸 사람이 있는데 큰일 날 짓을 하고 있다”라고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내 작품을 예로 드는 것이 아닌가? 나는 도둑질한 사람처럼 심장이 쿵쾅거리고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다.
그날 이후 나는 오랫동안 시를 쓸 수 없었다. 사실 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공부하지 않고 상 받는 기술만을 익혔던 것이다. 시작 노트를 참고하지 않고 시를 쓰려니 시가 산으로도 가고 하늘로 붕 뜨기도 하였다. 도무지 나의 시를 쓸 수가 없었다.
시 쓰기를 그만둘까 생각도 해 봤지만 시는 마약과 같아서 한 번 그 길에 들어섰던 사람은 언젠가는 다시 쓰게 된다는 것을 그 뒤에 깨달았다.
나는 운 좋게 스승님을 잘 만나서 기초부터 다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전에는 시만 잘 쓰면 되는 줄 알았으나 “시인은 사람이 먼저고 시도 잘 쓰는 사람이어야 한다”라는 가르침은 내 시업 도정에 큰 등불이 되었다.
다음은 지난주에 이어서 필자가 시 공부를 하면서 메모해놓고 달달 외웠던 내용을 소개한다.
학창시절 시의 구절을 적어놓고 이용했던 그 짓을 경험삼아(?) 시 짓는 나만의 방법을 적어놓고 외우면서 익혔던 것이다.
시의 초점을 어디에 맞출 것인가?
1. 시에 대한 뜨거운 사랑에 맞추자
2. 시의 주어(주제)에 맞추자
3. 앞뒤의 말이 서로 호응이 되는지를 살피자
4. 사물의 인식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살피자
5. 나도 즐겁고 독자도 즐거운 시 인지를 살피자
6. 시는 지식의 자랑이 아니다. 어려운 말도 쉽게 쓰자
7. 나의 시는 신선한가를 살피자.
8. 독자를 묶어둘 수 있는 결정적 끈을 챙기자
위의 내용은 필자가 두서없이 적어놨던 것을 그대로 옮겨봤다.
매일 외우고 실천해야 할 일들을 이렇게 적어놓고 그것이 이해될 때까지 시를 써보는 연습을 했다. 이렇게 시 쓰는 방법을 하나둘 늘리다 보니 1200여 개의 시 짓기 방법을 적은 나만의 노트가 생겼다.
그 노트는 기초부터 동서양의 시학, 철학, 문학 등 다양하게 이어졌다. 체계적인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몇 번 더 소개 하려고 한다. 여러분도 감동적인 시론이나 깨달은 시 짓기의 방법을 하나둘 적어놓고 그것을 달달 외워보라. 시가 한결 반듯해질 것이다.
■ 이주의 디카시 한 편
피장파장
나무와 돌 사이에 끼어 있는 너나
사람과 사람사이 끼어 사는 나나
머리 아픈 생애
헐거워 질 때까지
그대로 살아내야 할,
_ 한춘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