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심위원 복효근 시인
예심위원 이어산 시인, 이은솔 디카시인
작자의 이름이 가려진 채 본심에 도착한 디카시 원고 가운데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 적지 않았다.
사진과 언어표현이 서로 융합하여 시적 의미와 감동을 빚어내는 디카시가 본격적인 표현예술의 한 장르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디카시가 일반화되면서 우수한 작품들을 만나기는 하지만 이번에 응모한 작품들에서 집중적으로 그 열기와 가능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최종 당선작을 뽑는 데 고심하게 한 작품은 <무급휴직>(78번), <눈뜬 잠>(241번), <쉼표>(337번), <꽃>(293), <나는 나>(811번), <부부>(234번) 등의 작품들이었다. 이 모두가 나름의 일정 수준에 이르러있어서 우열을 가리기에 어려움이 컸다.
한 작품이 뛰어나더라도 함께 응모한 다른 작품의 전체적 수준을 고려하여 작자의 기량을 가늠하기로 하였다. 신춘문예는 이후 양질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창조해낼 역량을 가진 시인을 배출하는 관문이라서, 당선작이라 할 작품이 뛰어나야 함은 물론 투고한 작품 전체에서 고르게 내재해 되어있는 역량을 보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이 <쉼표>, <눈뜬 잠>과 <무급휴직>이었다. 어디에 내놓아도 수작으로 꼽힐 만한 작품이었다.
<쉼표>와 함께 투고한 작품에서 작자가 사물에서 시적인 모티프를 포착하는데 매우 세련된 눈을 가졌음을 알 수 있었다.
<눈뜬 잠>은 바다를 의지해 살아가는 가족공동체의 애환이 수족관 속의 장어로 잘 그려져 있다. <쉼표> 외 응모작 그리고 <눈뜬 잠> 외 응모작 들은 전체적으로 안정적이고 고른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시적 상상의 폭은 놀랄 만큼은 크지 않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당선작을 포함해서 디카시의 사진이, 대상이 주는 시적 메시지에 충실하다보니 피사체가 화면에 너무 부각되어 나타난다는 점이 아쉬움을 준다.
움직이는 피사체일 경우 의도대로 사진이 포착되지 않을 수도 있다. 순간의 예술이라 할 수 있는 사진의 어려움이라 하겠다.
당선작으로 <무급휴직>을 민다. 활짝 날아야 할 까치가 엉거주춤 허둥대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에서 무급 휴직자의 심적 풍경을 알레고리한 작품이다.
아주 먼 거리에 있는 두 대상을 연결하여 시적으로 의미화해내는 그 기량이 미덥다. 그것은 체험의 핍진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시의성에도 주목하였다.
우연찮게 포착된 까치에게 투사하여 신자유주의 시대의 양극화, 혹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인류적 난제 앞에서 무력한 개인의 아픔을 잘 드러내었다. 함께 응모한 나머지 작품도 흠잡을 데 없어 시인으로서의 충분한 기량을 엿볼 수 있었다.
당선자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부여받았음을 잊지 않기를 바라며 시의 새로운 영역을 무한히 확장하고 풍요롭게 경작하기에 정진하기 바란다.
본심 복효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