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심위원 이달균 시인(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
△예심위원 윤석산 시인 | 전,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국문학도서관 대표, 송인영 시조시인, 장한라 시인
한 송이 매화의 개화처럼 신춘문예의 관문을 열고 나온 작품은 뜨겁다. <뉴스N제주>의 신춘문예 작품을 그런 설렘으로 만났다.
코로나19가 전대미문의 팬데믹 현상을 초래했으므로 자칫 감정이 절제되지 않은 생경한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지 않을까 염려하였으나 다행스럽게도 정형의 본연에 입각한 작품들이 응모되어 시조의 바탕이 매우 튼실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현대시조는 원심력과 구심력의 경계 위에서 존재한다. 정형의 형식 속에서 일탈하려는 자유의지가 원심력이라면 그 일탈의 끈을 팽팽히 당겨 정형의 가락으로 제어하는 힘이 구심력이다. 이 상반된 힘의 구심력 위에서 사유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완성도가 좌우된다.
신춘문예는 늘 신인다운 패기와 참신함을 우선할 것인지, 3장6구를 이루는 시조적 보법의 안정감에 무게를 둘 것인가로 고민하게 된다. 물론 이 둘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 더없이 좋겠지만 신인에겐 쉽게 극복될 문제는 아니다.
인적사항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로 작품접수번호만 매겨진 1,2차 예심을 통과한 작품 79편을 우편으로 받았다.
최종까지 선자의 손에 남은 작품은 「소나기」(24번), 「가구박물관에서」(141번), 「물결을 읽다」(114번) 등이었다.
「소나기」는 우선 구와 구를 짓는 안정감과 장과 장 사이의 적당한 여백이 상당한 습작의 시간을 보여준다.
제재를 끌고 가는 첫수의 긴장감이 좋았으나 수와 수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호흡이 딸리는 아쉬움이 컸다.
「가구박물관에서」는 시대와 불화하는 빛 잃은 대상에 대한 애정을 5수로 노래한다. 다양한 시어를 차용하여 이야기를 끌고 가는 서사성에 주목하였으나 의욕의 과잉으로 인해 시조의 장점인 절제와 응축을 간과한 점, 주제를 선명히 그려내지 못한 부분이 걸렸다.
이에 비해 「물결을 읽다」는 어시장 난전에 놓인 생선들을 통해 난바다의 푸른 속살과 새로운 잉태에 대한 염원을 잘 그려낸 수작이다.
기승전결의 단아한 구성력을 보여주었고, 바다로 향한 무한한 자유의지를 내적으로 단단히 응축시키려는 노력을 높이 샀다. 다만 함께 보낸 다른 작품들에서 만족할만한 성취를 보지 못했으나 미흡한 부분은 앞으로 극복해갈 과제라 생각하여 이 작품에 당선의 영예를 안겨준다.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아쉽게 선에 들지 못한 분들에게는 더욱 가열한 정진을 빈다.
- 심사위원 이달균 (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