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심위원 강희근 시인, 윤석산 시인(글)
예심위원 윤석산 시인, 현달환 시인, 강정림 시인
예심을 통과한 작품 139편을 넘겨받은 강희근 시인과 나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심사방법으로 각자 자기 집에서 최종적으로 두세 편씩 골라 온라인으로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꼼꼼하게 작품을 살펴볼 여유가 있어서 심사하는데 오히려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 사람 모두가 김순애씨의 「백사장 리사이틀」(접수번호 412번)과 서동석씨의 「발포진 랩소디」(접수번호 4번)를 고르는 겁니다.
음악을 제재로 삼은. 하지만 염두에 둔 당선작은 각기 달랐습니다. 저는 파도에 대한 감각을 형상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이미지들을 이용하여 또 다른 세상을 창조하려는 김순애씨 작품을 내심으로 꼽았습니다.
그러나 강 선생님은 예심의 기준에 ‘현실감과 역사성’을 추가하자면서 서동석씨의 작품을 말씀하시는 겁니다.
제호의 ‘발포진’이 ‘포진(疱疹)’을 연상시켜 접어뒀던. 그런데, 선생님으로부터 ‘발포진(鉢浦鎭)’은 전라남도 고흥군 포구 가운데 하나로 선조 14년 5월에 이순신 장군께서 수군만호(水軍萬戶)로 처음 부임한 곳이라고 귀띔을 받는 순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늘에도 물길이 있어요 비와 바람이 드나드는 길목이죠’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자연과 인사’를 융합해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문장율’을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현대화라는 명분으로 ‘우리’를 외면하는 시단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발포진 랩소디」를 당선작으로 올리기로 합의했습니다.
당선을 축하합니다. 시는 ‘전인적(全人的) 인식과 반응을 다 담아 또 다른 존재를 창조하는 장르’니 이 점을 평생 기억하면서 좋은 작품을 많이 쓰시고 부디 대성하시길 빕니다.
본심 강희근, 윤석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