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김재호 (당선작 물결을 읽다)
디카시/이도윤 (당선작 무급휴직)
뉴스N제주와 ‘시를사랑하는사람들 전국모임’, ‘한국디카시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2021년 제2회 신춘문예’ 당선작이 결정됐다.
시 부문에는 서동석씨(59.서울)의 ‘발포진 랩소디’, 시조 부문에는 김재호씨(59.포항)의 ‘물결을 읽다’, 디카시 부문에는 이도윤씨(51.서울)의 ‘무급휴직’이 당선작으로 뽑혔다.
이번 응모작은 시 1248명의 시작품 3507편, 시조 190명의 작품 650편, 사상 최초로 신춘문예로 공모된 디카시 부문에는 754명의 작품 2416편 등 총 6573편(마감후에도 92여편 우편 도착)이 응모하는 등 큰 호응 속에서 작품 접수가 마감됐다.
지난 12월 10일 접수마감 후 15일 오후부터 바로 예심에 들어갔는데 윤석산 시인(전 제주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한국문학도서관 대표)이 시와 시조의 예심위원장을 맡아 이어산 시인, 송인영 시조시인, 장한라 시인, 현달환 시인, 강정림 시인, 이은솔 디카시인 등이 함께 작품을 분류하고 1차 선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논의를 거듭한 끝에 윤석산 예심위원장은 시 부문 74편과 시조 부문 35편을 본심에 올리는 것으로 결정했다. 또한 디카시 부문은 이어산 시인이 예심을 담당해 본심에 올릴 123편을 선정했다.
*시 부문에서는 총 1248 명 3507 편 중 1차 예심 통과 작품 139편 대상 2차 심사를 통해 ‘백사장 리사이틀 외 3편’을 포함한 19명의 작품 74 편을 최종 본심 작품으로 선정했다.
*시조 부문에서는 190명 중 총 650 편 중 1차 예심 통과 작품 79편 대상 2차 심사를 통해 ‘綠, 꽃을 피우다 외 4편’을 포함한 9명의 작품 35 편을 최종 본심 작품으로 선정했다.
*디카시 부문에서는 754명 총 2416 편 중 1차 예심 통과 작품 89명 대상 2차 심사를 통해 ‘만추 외 2편‘을 포함한 20명의 작품 123 편을 최종 본심 작품으로 선정했다.
본심에는 ▲시 강희근 시인, 윤석산 시인(글) ▲시조 이달균 시인(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 ▲디카시 복효근 시인이 참여했다.(심사평 참조)
신춘문예 시상식은 오는 23일(토) 오후 2시부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1층 도민의방(장소 변경될 수 있음)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발포진 랩소디
서동석
하늘에도 물길이 있어요 비와 바람이 드나드는 길목이죠
낙엽도 허공에서 노를 저어요
겨울나무들은 흔들리지 않기 위해 허공 깊이
닻을 내리는 법을 알죠
좌현 쪽으로 기울던 오동나무 잎이 다급히
우현으로 몸을 틀어요
놀라지 마요
이곳에선 파도치고 배가 드나들 듯 흔한 일이죠
운이 좋으면 좌초된 해초 한 줄기에
당신의 오후가 생포될 수도 있어요
그럴 때는 그를 알아볼 순간이 필요해요
어쩌면 어선 위에서
젊은 어부가 되어 양식한 물김을 뜯고 있거나
또 모르지요 누각에서 홀로 일기를 쓰고 있을지도
해풍이 부는 밤바다에서 어떤 그림자를 보거든
신호를 보내듯 말을 걸어야 해요
이렇게 물어보는 건 어때요?
혹시 12라는 숫자를 좋아하세요?
아니면 푸른 버드나무 냄새가 훅, 스치거나
정강이 어디쯤을 조금씩 절고 있는지 재빨리 살펴요
그가 조금만 망설여도
당신은 바로 돌아서는 것을 잊지 말아요
고독한 수염 과묵한 입술과 눈빛
밤이라면 횃불 하나는 오른 손에 꼭 챙겨요
가끔은 내 안에서도 횃불이 번지긴 해요
나도 내가 누군지 잘 몰라요
우리는 서로를 모르기에 낯익은 사람들
물가에 가면 *두정갑옷을 입은 듯 몸이 무거워요
온 몸이 비늘이에요 두드러기처럼 매일 철갑이 돋아나요
발포진에서는 환한 귀가 필요해요
깊은 밤 물가에 서서 눈 감고 하나, 둘, 셋, 세어 봐요
바람 속에서 갑옷의 기척이 먼저 말할 거예요
손 내밀 거예요
발포만호의 손에서 물비린내 날 거예요
손바닥에 짠 내 밴 굳은살이 쓸쓸할 거예요
밤이면, 그날의 수군(水軍)들이 지금도
송판으로 판옥선을 만들고 돛을 달아요
거북선 위에서 망치질 소리 들려와요
잠깐, 포구 저쪽이 술렁여요
순시를 마치고 돌아온 그가 한쪽 손에 등채*를 들고
나를 향해 걸어와요
그의 한쪽 가슴에 활 맞은 자국이 보여요
설마 그의 눈에 내가 보이는 건 아니겠죠?
아직 나를 들켜선 안 돼요
붉은 두정갑옷이 내 앞에 당도 했어요
해풍의 냄새를 맡은 장군 어깨의 견룡이
구름을 박차고 날아올라요
내 말을 아무도 믿지 않겠죠? 심장이 터질 듯한 밤이에요
*발포진-전남 고흥에 있는 바닷가 지명으로 이순신 장군이 수군으로 첫 부임했던 곳
*랩소디-서사적. 영웅적. 민족적인 색체를 띠고 있다
*등채-조선시대의 무관이 구군복 차림 때 손에 든 지휘봉
*두정갑옷-이순신 장군님의 갑옷이름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소감 -서동석(발포진 랩소디)
"시와 어머니, 단단히 잠긴 두 개의 문"
어머니의 기억은 어디쯤에서 길을 잃은 것일까요? 오늘 아들에게 기쁨이 찾아온 날이라는 것을…, 저를 보며 부용꽃처럼 웃으시는 어머니가 아시든 모르시든, 오늘은 조금 환하게 어머니를 안고 걱정 없이 웃어보고 싶습니다.
시를 쓰기 시작한 후부터 풀지 못한 숙제가 매일 저를 따라다닙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사유의 열쇠들, 어제도 오늘도 아마 내일도 어쩌면 시는 저에게 그런 신기루일 겁니다. 그에게로 가 닿는 길이 이리 먼 줄 몰랐습니다. 그날도 몇 줄 생각을 깎느라 안양천을 걸었습니다.
모든 것들이 떠나가는 겨울 강가에서 뜻밖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겨울에도 떠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닌가봅니다. 전화기 저쪽에서 제게로 도착한 몇 마디의 소식은 제게 손난로처럼 따뜻했습니다.
시시각각(詩視刻各)에서 감각의 고랑을 일구는 문우님, 시금치창작반, 시클 시창작반 문우님들 함께 공부한 모든 문우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시의 길로 이끌어주신 김순진 선생님, 전영관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이번 생에서 따뜻한 울타리로 묶인 사랑하는 가족의 응원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계속 걸어야 하는 이유이자, 내 안의 등불이신 어머니, 사랑하는 당신은 나를 전진하게 하는 연료인 것 아시죠?
부족하고 흠 많은 제 글과 저에게 손잡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과 <뉴스N제주>에 머리 숙여 감사인사를 올립니다. 이제야 출발선에 섰습니다. 항상 노력하며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겠습니다.
<서동석 시인 약력>
출생지 전남 해남
1961년생
주소: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학력 방송통신대학교 영문과 3년 중퇴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시 창작과정 수료
◇시 부문 심사평..."전인적 인식과 반응을 포괄한 창조적 작품“
본심위원 강희근 시인, 윤석산 시인(글)
예심위원 윤석산 시인, 현달환 시인, 강정림 시인
예심을 통과한 작품 139편을 넘겨받은 강희근 시인과 나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심사방법으로 각자 자기 집에서 최종적으로 두세 편씩 골라 온라인으로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꼼꼼하게 작품을 살펴볼 여유가 있어서 심사하는데 오히려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 사람 모두가 김순애씨의 「백사장 리사이틀」(접수번호 412번)과 서동석씨의 「발포진 랩소디」(접수번호 4번)를 고르는 겁니다.
음악을 제재로 삼은. 하지만 염두에 둔 당선작은 각기 달랐습니다. 저는 파도에 대한 감각을 형상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이미지들을 이용하여 또 다른 세상을 창조하려는 김순애씨 작품을 내심으로 꼽았습니다.
그러나 강 선생님은 예심의 기준에 ‘현실감과 역사성’을 추가하자면서 서동석씨의 작품을 말씀하시는 겁니다.
제호의 ‘발포진’이 ‘포진(疱疹)’을 연상시켜 접어뒀던. 그런데, 선생님으로부터 ‘발포진(鉢浦鎭)’은 전라남도 고흥군 포구 가운데 하나로 선조 14년 5월에 이순신 장군께서 수군만호(水軍萬戶)로 처음 부임한 곳이라고 귀띔을 받는 순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늘에도 물길이 있어요 비와 바람이 드나드는 길목이죠’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자연과 인사’를 융합해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문장율’을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현대화라는 명분으로 ‘우리’를 외면하는 시단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발포진 랩소디」를 당선작으로 올리기로 합의했습니다.
당선을 축하합니다. 시는 ‘전인적(全人的) 인식과 반응을 다 담아 또 다른 존재를 창조하는 장르’니 이 점을 평생 기억하면서 좋은 작품을 많이 쓰시고 부디 대성하시길 빕니다.
본심 강희근, 윤석산(글)
◇신춘문예 시조 부문 당선작
물결을 읽다
김재호
어시장 뒷골목의 기억은 파랑이다
바다가 심장을 통째로 내어놓은 듯
난전에 퍼질러 앉은 저 장엄한 주검이여
장황한 설명이나 단출한 부연 없이
물결처럼 그어지는 운명을 받아 든다
파도가 가르쳐 주던 거스름의 무늬를
꿈과 이상은 미완의 섬, 현저한 온도차
제 삶에 일어나는 파문을 다독이며
조각난 물빛 삼키듯 처분만 기다리네
언젠가 푸르던 그 바다로 돌아가면
배 밑에서 춤추며 퍼덕이던 날개 접고
통통배 갯배 머리에 장승처럼 서리라
◇신춘문예 시조 부문 당선소감 -김재호(물결을 읽다)
"백지가 되어 날개를 펼치리라"
저에게 왜 시를 쓰냐고 묻는 분들에게
시를 짓는 것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시는 쓰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저에게 찾아온 친구를 반갑게 맞은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맛난 음식을 대접하고, 향기로운 차를 나눠 마시며, 밤을 새워 이야기꽃을 피우듯이 그렇게 저를 찾아온 친구에게 진심으로 속마음을 털어놓고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소중한 문우들에게 우편물을 보내기 위해 서둘러 우체국 가는 길에 당선 소식을 들었습니다. 언젠가 밀포드 사운드 가던 길에 만난 만년설이 녹아 흐르던 계곡물을 벌컥벌컥 들이켠 듯 한 청량감, 제트보트로 호수를 가르던 상쾌함이 거침없이 밀려오는 감동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허술한 울타리 같은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준 가족들 사랑합니다.
시 뜨락에서 만난 멋진 선생님들, 문우들 그리고 시조의 참맛을 알려주신 서숙희 선생님, 우리 시조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과 기쁨을 나누겠습니다.
풋내 나는 엉겅퀴 같은 글을 책망치 않으시고 보듬어주신 윤석산 심사위원장님, 이달균 본심 심사위원님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소중한 기회를 허락해주신 <뉴스N제주>와 심사위원님들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는 좋은 글을 쓸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기존의 틀에 갇히지 않고 울림이 있는 시적 자유를 누리고 싶습니다. 시조의 율격은 지키되 신선한 이미지를 불러와 언어의 바다를 맘껏 헤엄쳐 가겠습니다. 우리 언어의 아름다운 결을 잘 살려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재호 시인 약력>
출생지 경북 포항
주소 경북 포항시
1961년생
현대제철주식회사 근무
◇시조 부문 심사평..."바다로 향한 무한한 자유의지를 잘 응축시킨 작품"
본심위원 이달균 시인(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
예심위원 윤석산 시인 | 전,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국문학도서관 대표, 송인영 시조시인, 장한라 시인
한 송이 매화의 개화처럼 신춘문예의 관문을 열고 나온 작품은 뜨겁다. <뉴스N제주>의 신춘문예 작품을 그런 설렘으로 만났다.
코로나19가 전대미문의 팬데믹 현상을 초래했으므로 자칫 감정이 절제되지 않은 생경한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지 않을까 염려하였으나 다행스럽게도 정형의 본연에 입각한 작품들이 응모되어 시조의 바탕이 매우 튼실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현대시조는 원심력과 구심력의 경계 위에서 존재한다. 정형의 형식 속에서 일탈하려는 자유의지가 원심력이라면 그 일탈의 끈을 팽팽히 당겨 정형의 가락으로 제어하는 힘이 구심력이다. 이 상반된 힘의 구심력 위에서 사유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완성도가 좌우된다.
신춘문예는 늘 신인다운 패기와 참신함을 우선할 것인지, 3장6구를 이루는 시조적 보법의 안정감에 무게를 둘 것인가로 고민하게 된다. 물론 이 둘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 더없이 좋겠지만 신인에겐 쉽게 극복될 문제는 아니다.
인적사항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로 작품접수번호만 매겨진 1,2차 예심을 통과한 작품 79편을 우편으로 받았다.
최종까지 선자의 손에 남은 작품은 「소나기」(24번), 「가구박물관에서」(141번), 「물결을 읽다」(114번) 등이었다.
「소나기」는 우선 구와 구를 짓는 안정감과 장과 장 사이의 적당한 여백이 상당한 습작의 시간을 보여준다.
제재를 끌고 가는 첫수의 긴장감이 좋았으나 수와 수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호흡이 딸리는 아쉬움이 컸다.
「가구박물관에서」는 시대와 불화하는 빛 잃은 대상에 대한 애정을 5수로 노래한다. 다양한 시어를 차용하여 이야기를 끌고 가는 서사성에 주목하였으나 의욕의 과잉으로 인해 시조의 장점인 절제와 응축을 간과한 점, 주제를 선명히 그려내지 못한 부분이 걸렸다.
이에 비해 「물결을 읽다」는 어시장 난전에 놓인 생선들을 통해 난바다의 푸른 속살과 새로운 잉태에 대한 염원을 잘 그려낸 수작이다.
기승전결의 단아한 구성력을 보여주었고, 바다로 향한 무한한 자유의지를 내적으로 단단히 응축시키려는 노력을 높이 샀다. 다만 함께 보낸 다른 작품들에서 만족할만한 성취를 보지 못했으나 미흡한 부분은 앞으로 극복해갈 과제라 생각하여 이 작품에 당선의 영예를 안겨준다.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아쉽게 선에 들지 못한 분들에게는 더욱 가열한 정진을 빈다.
- 심사위원 이달균 (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
◇디카시 부문 당선작
무급휴직
뒷머리에 까치집을 짓고도
지각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달릴 준비가 되어 있는데
문득, 이 아침이 아프다
_ 이도윤
◇신춘문예 디카시 부문 당선소감 -이도윤(무급휴직)
"해학의 정신으로 너털웃음 속에 깊은 울림 담는 디카시 쓸 것"
살면서 이게 정말 꿈은 아니겠지 하며 볼을 꼬집는 일은 드문 경험입니다. 더구나 크리스마스에 너무나 멋진 전화를 받으니 자꾸 꿈인가 싶어 확인을 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건강상의 이유로 열심히 달리던 삶이 강제적인 멈춤을 당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지금, 코로나라는 세계적인 비상상황에 많은 것들이 강제적인 멈춤을 당했고 많은 아픔들이 있습니다.
저의 어제를 바탕으로 오늘의 아픔들을 읽어낸 ⸀무급 휴직」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 건 지금의 아픔도 언젠가 빛이 되리라는 희망입니다.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도 20년이 다 되어갑니다. 사진의 매력에 빠져서 몇 시간이고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고, 새벽 산위에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힘든 줄 몰랐습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에 에세이를 덧붙이기도 하고 여러 장의 사진시를 엮어 연작시를 쓰기도 하면서 봐주는 이 없이도 꾸준히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5~6 년 이상 지속되던 열정도 생활에 치여 정체기를 맞았습니다.
그러다가 ‘디카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접하게 되었고 “바로 이것이야!”하고 무릎을 칠 정도의 현대인에게, 특히 사진만으로 뭔가 부족함을 느꼈던 저로서는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같아서 열심히 시적 대상을 찾아 다녔고 어떤 시적 느낌이 오면 글을 써서 사진과 1:1로 서로의 의미를 담은 작품들을 만드는 일에 재미를 느껴서 응모를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주신 당선의 영예는 그런 시간들에 대한 살가운 격려라고 생각됩니다.
찰나의 영상미학과 순간의 언술을 담아내는 ‘디카시인’으로 첫 발을 내 딛습니다. 그 새롭고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일을 앞으로도 즐겁고 행복하게 해나가겠습니다.
부족한 제 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 분들과 <뉴스N제주>를 비롯한 모든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시대가 어두울수록 해학의 정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너털웃음 속에 깊은 울림을 담는 디카시를 쓰겠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어서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성실하고 올곧게 정진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도윤 시인 약력>
출생지 전북 군산
1969년생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김포대학에서 경영정보학과 강의
◇디카시 부문 심사평..."시적 의미+감동 빚어내는 디카시, 본격 표현예술 한 장르로 자리매김“
본심위원 복효근 시인
예심위원 이어산 시인, 이은솔 디카시인
작자의 이름이 가려진 채 본심에 도착한 디카시 원고 가운데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 적지 않았다.
사진과 언어표현이 서로 융합하여 시적 의미와 감동을 빚어내는 디카시가 본격적인 표현예술의 한 장르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디카시가 일반화되면서 우수한 작품들을 만나기는 하지만 이번에 응모한 작품들에서 집중적으로 그 열기와 가능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최종 당선작을 뽑는 데 고심하게 한 작품은 <무급휴직>(78번), <눈뜬 잠>(241번), <쉼표>(337번), <꽃>(293), <나는 나>(811번), <부부>(234번) 등의 작품들이었다. 이 모두가 나름의 일정 수준에 이르러있어서 우열을 가리기에 어려움이 컸다.
한 작품이 뛰어나더라도 함께 응모한 다른 작품의 전체적 수준을 고려하여 작자의 기량을 가늠하기로 하였다. 신춘문예는 이후 양질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창조해낼 역량을 가진 시인을 배출하는 관문이라서, 당선작이라 할 작품이 뛰어나야 함은 물론 투고한 작품 전체에서 고르게 내재해 되어있는 역량을 보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이 <쉼표>, <눈뜬 잠>과 <무급휴직>이었다. 어디에 내놓아도 수작으로 꼽힐 만한 작품이었다.
<쉼표>와 함께 투고한 작품에서 작자가 사물에서 시적인 모티프를 포착하는데 매우 세련된 눈을 가졌음을 알 수 있었다.
<눈뜬 잠>은 바다를 의지해 살아가는 가족공동체의 애환이 수족관 속의 장어로 잘 그려져 있다. <쉼표> 외 응모작 그리고 <눈뜬 잠> 외 응모작 들은 전체적으로 안정적이고 고른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시적 상상의 폭은 놀랄 만큼은 크지 않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당선작을 포함해서 디카시의 사진이, 대상이 주는 시적 메시지에 충실하다보니 피사체가 화면에 너무 부각되어 나타난다는 점이 아쉬움을 준다.
움직이는 피사체일 경우 의도대로 사진이 포착되지 않을 수도 있다. 순간의 예술이라 할 수 있는 사진의 어려움이라 하겠다.
당선작으로 <무급휴직>을 민다. 활짝 날아야 할 까치가 엉거주춤 허둥대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에서 무급 휴직자의 심적 풍경을 알레고리한 작품이다.
아주 먼 거리에 있는 두 대상을 연결하여 시적으로 의미화해내는 그 기량이 미덥다. 그것은 체험의 핍진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시의성에도 주목하였다.
우연찮게 포착된 까치에게 투사하여 신자유주의 시대의 양극화, 혹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인류적 난제 앞에서 무력한 개인의 아픔을 잘 드러내었다. 함께 응모한 나머지 작품도 흠잡을 데 없어 시인으로서의 충분한 기량을 엿볼 수 있었다.
당선자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부여받았음을 잊지 않기를 바라며 시의 새로운 영역을 무한히 확장하고 풍요롭게 경작하기에 정진하기 바란다.
본심 복효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