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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 칼럼](22)와흘리 충전소
[경제인 칼럼](22)와흘리 충전소
  • 현달환 편집장
  • 승인 2020.12.26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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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 만난 제주인, "아, 제주마씸?"
[김택남 자서전] 제주 소년, 꿈을 투망하다
(주)천마그룹 김택남 회장의 인생 스토리

뉴스N제주가 창간기념에 맞춰 '제주경제인 칼럼'을 게재하는 가운데 그 첫 순서로 선보인 김택남의 자서전, '제주 소년, 꿈을 투망하다'라는 내용이 독자들로부터 많은 감동의 후기들이 전해오고 있다.

이번에 올린 '와흘리 충전소'라는 제목은 김택남 회장이 천마를 경영하면서 얻은 안전사고에 대한 발로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안전사고는 본문에서도 언급됐지만 부주의한 결과에서 온다. 직장에서는 오랫동안 관행에서 오는, 타성에 젖은 상태에서 점검 부족으로 인한 결과가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과거 젊은 시절 H기업에 근무할 적에 귀찮을 정도로 안전에 대한 훈련을 했던 일이 생각났다. 정규적으로 안전사고 예방에 대해 교육하고 훈련하고 소화기 등 사용법 등을 배우고 하던 일이 떠올랐다.

평상시 잘 돌아가는 공장도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곳에서 사고는 이어진다. 즉, 사소한 곳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 사소한 것을 미리 예방하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지만 부주의하게 관심을 두지 않으면 엄청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우리는 종종 목격한다.

직장 상사는 늘상 긴장해야 하는 것이 안전사고인 것이다. 아무리 실적이 좋고 회사가 잘 나가도 안전사고 한 번 일어나면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어떤 책에서 읽었던 일이 생각난다. 어느 수출하는 기계공장이 평상시 잘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공장에는 젊은 전기 기사가 한사람이 있었는데 사장이 보기에 이 기사가 하는 일 없이 월급만 받는다고 생각해서 전기 기사를 해고 시켜 버린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번개가 치고 날씨가 안좋은 날 전기가 나가서 공장의 기계가 멈추어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부랴부랴 해고했던 전기 기사를 수배해서 공장을 다시 가동 시키고 직원을 계속 채용했다는 이야기이다.

항상 안전할 때 우리는 사고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을 잊었을 때, 어이없는 곳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회사가 잘 되려면 안전사고에 대해 시뮬레이션도 해보고 늘상 깨어 있어야 한다.

김택남 회장이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분산해서 충전소를 신축하는데 제주에서 안전사고 발생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만들지도 안했을 것이다.

그러한 사고를 보고 미리 예방하기 위해 바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잘 되려면 그러한 예측을 해서 사전에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그냥 관이나 관계기관에 점검받기 급급하면 이건 회사와, 사회와 직원들에게도 도움이 되질 못한다.

안전사고 예방은 특히 나혼자만 해서도 안된다. 다같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내가 가진 재산이 옆 건물에서 불이나, 폭발 등의 사고로 인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기에 서로 연결망을 갖고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기에 안전사고까지 난다면 희망을 잃을 것이다.

2020년 한해가 저물어 가는 요즘, 안전제일을 외치며 서로 격려할 시기인 것이다.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 이겨내야만 한다. 우리는 서로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한 가족이기 때문이다.

안전한 LPG를 제공하는 모든 근무자에게 추운 겨울 힘을 내시기를 빌면서 마무리 하고자 한다.

또한, 천마그룹 김택남 회장의 제주에서 펼친 그의 이야기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경자년 말미에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마지막 일주일을 만들기를 빌면서 많은 필독이 있기를 바랍니다[편집자 주]

천마그룹 조감도
천마그룹 조감도

“너 요즘 현장에 안 갔지?”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나를 피해 달아나는 직원 하나를 붙잡았다. 검게 탄 다른 직원들에 비해 유독 흰 피부가 눈에 거슬렸다. 머리를 긁으며 내 시선을 피하는 직원에게 훈계를 시작했다.

“내 일, 네 일 따지지 말고 시간 내서 현장도 나가고 그래, 가서 일하라는 게 아냐. 더운데 밖에서 일하는 분들 수고가 많아. 수고하신다, 인사라도 하고 와. 나는 사무실에서 할 일이 없어 아침부터 현장에서 뛰어다니는 게 아니야.”

평소에도 사무직과 현장직의 소통을 강조하지만 2012년 여름, 어느 때 보다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불볕더위에 피부가 검게 탄 직원이 아니면 붙잡고 현장에 다녀오라 잔소리를 해대니 직원들이 주말이면 나 몰래 근처 해수욕장에서 피부를 태운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몇 십 년만의 폭염에 직원들을 독려하며 굵은 땀방울을 흘린 것은 천마종합건설이 와흘리 충전소건설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사업주가 경영을 하며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능률이다. 능률적인 관리체계를 도입해 원가를 절감, 최대 이익을 내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다.

하지만 내가 천마를 인수하면서 능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바로 안전이다.

“회장님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천마를 인수하고 포항과 제주를 오가는 생활을 하던 무렵이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내가 천마를 인수하자마자 제주에서 가스폭발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늦은 밤 제주에서 걸려오는 전화가 두려울 정도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천마와는 관계가 없는 사고였지만 가스폭발사고란 말만 들어도 당시 내 가슴은 덜컹 내려앉았다.

LPG는 제주의 난방과 취사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자원이지만 부주의하게 관리할 경우 재산피해는 물론 인명까지 앗아가는 사고로 이어진다.

나를 불안하게 했던 제주의 가스폭발사고들은 천마의 안전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사고를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지출되는 비용은 하나도 아깝지가 않다. 사고를 유발하는 LPG용기의 안전성을 강화해 노후 된 용기를 폐기했고 안전도가 확인된 용기만 사용토록 주문했다.

그렇지만 대한가스안전공사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가스안전사고의 원인은 대부분 사용자의 부주의로 일어난다. 잠시 잠깐의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천마 직원들의 안전강화교육에 무엇보다도 많은 공을 들였고 국가공인자격을 갖춘 전문 인력을 적극 배치해 제주도민이 안전하게 LPG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안전을 위한 천마의 노력은 지난 2008년 한국가스안전공사 가스 사고예방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결과를 얻었다.

제주 가스판매자들이 갖게 된 250톤 규모의 와흘리 충전소앞으로 제주 LPG 유통체계 변화의 초석이 될 것이다.
제주 가스판매자들이 갖게 된 250톤 규모의 와흘리 충전소앞으로 제주 LPG 유통체계 변화의 초석이 될 것이다.

천마 내부의 안전을 강화한다고 제주가 가스사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제주에는 소비자에게 직접 가스를 공급하는 판매점이 100여 개나 존재하고 그 중에 60여 개가 제주 시내에 몰려 있다.

좁은 지역에 가스 판매점이 밀접해 있으니 생활에 위험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당연했다.

계속된 민원에 제주시청은 시내에 위치한 가스 판매점을 시 외곽으로 이전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했지만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니 쉽지는 않았다.

나는 능률과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로 결심하고 각 동에 흩어진 판매점주를 만나기 시작했다. 기존의 익숙한 지역에서 시 외곽으로 이전해 영업을 진행하는 것은 판매점 사장님들에게 도전이었다.

그러나 몇 개의 대리점들을 통합해 하나의 영업소로 운영하면 인건비와 관리운영비가 절감되고 LPG의 대량구입을 통해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가 있다.

영업소의 증·개축으로 안전설비를 강화할 수 있고 체계적이고 안전한 용기관리가 가능해 사고 예방에도 도움이 됐다.

12개 판매점 사장님들이 시 외곽 이전에 동의해 설립한 것이 천마 서부영업소로 2011년 천마종합건설이 증·개축을 맡았다.

서부영업소는 대리점과 판매점을 직접 연결해 소비자에게 LPG를 직접 배달하기 때문에 중간마진의 축소로 가격이 인하되는 장점도 생겼다.

판매자에게는 가격경쟁력이 생기고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는 새로운 유통방식이다.

아직 새로운 유통방식에 낯설어하는 판매자분들을 찾아뵙고 설득해 제주 시내를 좀 더 안전하게 만들고 제주도민에게 보다 저렴한 LPG를 공급해 나가는 것이 나의 궁극적인 목표다.

이런 내 목표에 한 발자국 더 나간 것이 바로 와흘리 충전소다.

이전까지 제주의 가스공급은 오랫동안 대기업 독점체제를 유지했기 때문에 판매자들이 대규모 LPG충전소를 지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가스 공급이 독점에서 경쟁체제로 바뀌면서 판매자들에게도 가격경쟁력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퍼시픽에너지는 250톤 규모의 대규모 가스충전시설을 건설하기로 결정하고 그 시공을 천마종합건설에 맡겼다. 현장에만 나가면 힘이 솟지만 와흘리 충전소를 건설 할 때는 어느 때보다 신이 났다.

기존에는 공급자의 결정에 따라서 가스의 가격이 결정됐다면, 와흘리 충전소가 건설되면 가스 판매자들이 가격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고 판매자들이 가격경쟁력을 갖게 되면 제주도민에게 더 저렴한 가스를 공급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내가 직접 모든 전기시설의 설계를 맡았고 땅을 일구는 것부터 돌을 나르는 일까지 모든 일에 신경을 썼다. 아침 해가 뜨기 전부터 현장에 나와 관리 감독을 하니 직원들은 물론이고 건축주까지 내 눈치를 살펴야 했다.

뜨거운 햇살이 열매를 여물게 하듯이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2012년 여름,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으로 와흘리 충전소는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 갔다.

“회장님이 나와 지키기 않아도 때가 되면 건물 다 지어 집니다.”

쏟아지는 여름 땡볕에 그늘 하나 없이 하루 종일 건설현장을 지키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곁의 직원이 들어가 쉴 것을 권했다.

찌는 듯 무더위에 지칠 법도 했지만 나는 와흘리 충전소를 짓는 내내 지칠 줄을 몰랐다. 새싹이 자라듯 하루에 한 뼘씩 완성되는 충전소의 모습이 흐뭇했다. 판매자들이 250톤의 저장 탱크를 갖는다고 제주 LPG 유통구조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새로운 시도 자체가 좋았다. 언제나 새로운 시도에서 변화가 오는 것이고 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 나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제주 가스판매자들이 갖게 된 250톤 규모의 와흘리 충전소 앞으로 제주 LPG 유통체계 변화의 초석이 될 것이다.

제주 가스판매자들이 갖게 된 250톤 규모의 와흘리 충전소앞으로 제주 LPG 유통체계 변화의 초석이 될 것이다.
제주 가스판매자들이 갖게 된 250톤 규모의 와흘리 충전소앞으로 제주 LPG 유통체계 변화의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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