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 칼럼](20)내가 제일 못하는 것
[경제인 칼럼](20)내가 제일 못하는 것
  • 현달환 편집장
  • 승인 2020.12.12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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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 만난 제주인, "아, 제주마씸?"
[김택남 자서전] 제주 소년, 꿈을 투망하다
(주)천마그룹 김택남 회장의 인생 스토리
2020년 제민일보사에서 행한 칭찬대상 수상자들
천마그룹 주위 정화활동 중인 김택남 회장과 직원들

뉴스N제주가 창간기념에 맞춰 '제주경제인 칼럼'을 게재하는 가운데 그 첫 순서로 선보인 김택남의 자서전, '제주 소년, 꿈을 투망하다'라는 내용이 독자들로부터 많은 감동의 후기들이 전해오고 있다.

이번에 올린 '내가 제일 못하는 것'이라는 주제는 김택남 회장이 회사를 경영하면서 회사에 손실을 끼칠 경우 다시 기회를 주고 마지막 배려까지 하는 모습을 그렸다. 자신이 매몰차게 못하는 게 자신이 어려움을 겪어보고 살아왔기에 상대방에 대한, 그 가족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싹뚝 잘라내는 성격이 아님을 보여준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간이 빵만으로 살 수가 없듯이 사람은 월급만으로 살 수가 없다. 월급을 받으면서 상사에 대한 정, 즉 인정을 받으면서 살려고 노력한다.

그러한 인간의 정이 끊어졌을 때 사람들은 희망도, 꿈도 다 포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갈 때 상대방에 대한 또다른 기회는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한 기회를 통해 새롭게 인생을 살게되고 어느 순간 큰 사람이 되는 것이다.

러한 눈을 가져야만 기업을 하는데도 좋을 듯 싶다. 일희일비(一喜一悲)를 밥먹듯이 한다면 이것 또한 문제가 있다.

사업가는, 기업가는 지켜보는 것이다. 다 알고 있지만 내색하지 않고 직원이 하는 행동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이 지나칠 경우 면담을 하든지 해서 정리가 들어가는 것이다.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기업인이 옆에 있다면 그 직원들은 충성을 다한다. 돈을 떠나 바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이 본문에 나온 그 직원이 행한 행동이 잘한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관계를 나무라지 않고 이끌어 주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했다는 것에 많은 여운을 남긴다.

그러한 일을 실수로 여기고 눈감아 준다면 그 직원이 크게 뉘우치고 다시 재기를 하게 되면 그것으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회사가 안정적으로 되게 하려면 시스템을 만들면 된다. 그러한 시스템이 안되었을 경우 직원만을 탓할 수도 없다. 기업가는 직원들의 생각을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경영하는 리더가 해야될 주요한 업무는 사람관리, 자재관리, 설비관리 등 세가지를 꼽을 수 있다. 그 중 사람관리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사람관리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보편적인 리더십은 대개 지도력과 통솔력이다. 무엇을 챙기려고 하는 것보다 무엇을 챙겨주려는 자세가 보편적인 리더의 자세이다.

그렇게 본다면 김택남 회장이 보여주고 있는 리더의 자세는 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직원들이 보고 있다. 그 리더가 성공하기 위해선 무한한 노력과 자아수양이 겸비되야 한다는 것이다.

손으로 손가락질 하는 것보다 박수를 잘 치는 사람, 응원해주는 리더가 있다면 그 회사가 잘 될 수밖에 없다.

겨울로 가는 작금, 따뜻한 인간애를 보여주고 있는 이글을 읽으면서 잠시 위로의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천마기업의 김택남 회장이 이끌어 가는 다음 편을 기대하며 이 글을 통해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빌면서 많은 필독이 있기를 바랍니다[편집자 주]

삼국지 영웅들의 인재활용법은 지금도 많은 경영자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하지만 조조의 냉정함도 유비의 자애로움도 따라가지 못하는 나는나만의 인재활용법을 찾았다
삼국지 영웅들의 인재활용법은 지금도 많은 경영자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하지만 조조의 냉정함도 유비의 자애로움도 따라가지 못하는 나는나만의 인재활용법을 찾았다

삼국지의 두 영웅, 조조와 유비는 인재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고 한다. 삼고초려(三顧草廬)란 말이 있듯이 유비는 제갈량을 얻기 위해서 그의 집을 세 번이나 찾아가 제갈량을 군사로 삼았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조조는 구현령(求賢令)을 선포해 전국의 인재를 얻으려고 노력했고 인재를 얻기 위해 산에 불을 지르는 것(명사 완우는 인재를 탐하는 조조가 자신을 부를까, 백이숙제 고사를 흉내 내어 머리를 풀어 헤치고 산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조조는 뜻을 굽히지 않고 산에 불을 지르는 초강수를 두었고, 불길이 사납게 타오르자 결국 완우는 산에서 걸어 나와 충성을 맹세했다.)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영웅의 인재 활용법은 많이 달랐다.

조조는 인품이나 성격보다는 능력을 우선시했고 신상필벌(信賞必罰)이 확실한 군주였다. 그에 비해 유비는 조조처럼 많은 인재를 거느린 것은 아니지만 현덕(玄德)이라는 자신의 자(字)처럼 덕으로 사람들을 품었다. 한번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면 끊임없이 신뢰와 믿음을 주었다고 한다.

두 사람과 나를 비교하면 나는 조조처럼은 냉정한 군주는 못되고 유비의 자애로움은 흉내도 내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천하의 영웅이 되기엔 그릇이 부족한 지도 모른다.

20년 전, 태평양기전을 창업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처남과 여직원, 세 명이 시작한 태평양기전의 일솜씨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나 혼자 설계, 제작을 감당할 수가 없어 직원을 채용하게 됐다. 가족 같은 분위기의 작은 회사였으니 실력도 중요했지만 가족처럼 일할 수 있는 직원을 욕심냈고 오랜 고민 끝에 000을 채용하게 됐다.

000는 젊은 시절의 나처럼 손도 야무지고 눈치도 빨랐다. 일을 가르쳐주면 배우는 것도 빨랐고 부지런하고 성실해 사람들의 신뢰를 샀다. 거기에 친화력도 좋아서 영업을 맡겨도 실수가 없었다. 기술, 영업, 성격 모두 흠잡을 데가 없었고 내가 자리를 비워도 표시가 나지 않을 만큼 마무리도 깔끔했다. 태평양기전이 자리를 잡는데 그 직원은 많은 도움이 되었고 회사가 커지면서 그의 역할도 커졌다.

그런데 회사 외부에서 그 직원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자재나 공사대금을 부풀려 거래업체로부터 차액을 돌려받는 방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지만 증거가 차례차례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를 조용히 불렀다.

“돈이 필요한데 있어?”

나의 물음에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처음에는 아니라며 부정하던 그 직원도 증거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내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그를 보면서 자책감이 들었다.

만약 거리에 1억의 현금이 있다면, 아무리 점잖고 선한 사람이라도 돈의 유혹에 쉽게 흔들릴 것이다. 어쩌면 직원을 도둑으로 만든 것은 관리를 소홀히 한 내 책임도 없잖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한 실수니까,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자, 처신 잘하고. 돈이 필요하면 나한테 직접 이야기해라.”

나는 그 직원의 재주도 아까웠고 지나간 세월도 아쉬웠다. 오랫동안 함께 고생한 세월 때문에 그를 한번에 내칠 수가 없었다. 관리를 제대로 못한 내 책임도 있으니 조용히 묻고 넘어가려고 했지만 쉽게 번 돈에 대한 유혹은 내 생각보다 컸던 모양이다. 얼마 되지않아 그가 다시 부정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결정을 할 시간이 왔다.

“00야, 세상에 비밀이 없다. 좋은 일을 하던 나쁜 일을 하던 시간이 지나면 온 세상이 다 알게 되는 법이야. 너 이제 어떻게 할래?”

나의 물음에 그는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긴 했지만 믿음을 되돌리기엔 나도 그 직원도 너무 멀리 와 버렸다.

“너랑 내 인연은 여기까지인가 보다.”

나는 오랜 시간 사장과 직원으로 맺은 인연을 끊었다.

“포항에선 네가 하청업체에 공사대금으로 장난친다는 소문이 다 났는데 이제 너 뭐해 먹고 살래?”

그에게 대책이 있을 리 없었다. 공사대금을 부풀려 받았다고 하지만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에 비해 그가 얻는 돈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는 작은 욕심에 신용이라는 큰 것을 잃었던 것이다.

나는 그 직원의 부인을 불렀다. 나에겐 직원이었지만 그는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가장의 실직은 가정을 뿌리 채 흔들 수 있는 위기였다. 그 직원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었다. 나는 그의 부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부인도 내막을 알고 있었는지 나에게 오히려 사과를 했다.

“통닭집 하나 알아보세요.”

큰 죄를 지은 듯 고개를 들지 못하는 부부에게 나는 제안을 했다.

“허물이 있긴 하지만 00가 그동안 우리 회사에 큰 보탬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제 소문이 나서 다른데 취직도 못할 텐데, 퇴직금이라고 생각하고 작은 가게 하나 내어 드릴 게요.”

나의 제안에 부부는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다행히 눈썰미 있고 손이 야무졌던 그는 닭도 제법 잘 튀긴다. 큰 사고 없이 아직도 포항에서 맛있는 통닭집을 운영하고 있다. 비록 사장과 직원의 인연은 끊어졌지만 나는 그 직원과 형, 동생의 인연을 다시 시작했다. 지금도 포항에 올라가면 그와 소주잔을 기울이며 지난날을 회상하고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나 모두 다 끝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아내는 내 선택을 영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아내 또한 그 직원을 친동생처럼 여겼고 그에 대한 믿음이 컸던 만큼 상처도 컸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미움이 되기 쉽다. 내가 그에게 통닭집을 내어주자 아내는 심기가 불편했다. 가끔 그가 아이들을 가져다주라며 싸준 닭을 들고 가면 늘 핀잔을 주었다.

“당신은 속도 좋아요. 뭐가 예쁘다고 통닭집까지 내주고 그 닭을 집으로 가져와요?”

그럴 때면 나는 아내에게 튀긴 닭다리 하나를 내밀었다.

“그래도 평생 튀긴 닭은 공짜로 먹을 수 있잖소.”

아내의 핀잔을 언제나 닭으로 달래야 했지만 나의 선택에는 후회가 없다. 조조처럼 능력만으로 평가해 사람을 품을 아량도 없고 유비처럼 한번 믿음을 준 사람과 끝까지 갈 도량도 없지만, 나는 한번 맺은 인연을 쉽게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2020년 제민일보사에서 행한 칭찬대상 수상자들
2020년 제민일보사에서 행한 칭찬대상 수상자들

내게는 여러 명의 직원 중에 하나지만 집에 돌아가면 한 가정을 책임지는 태산과 같은 가장이라는 사실을 언제나 기억한다. 모든 경영자들이 가장 하기 어렵고 힘든 것이 감원(減員)하는 것이라는데 한 집안의 자식으로, 남편으로, 아버지로 직원을 바라보는 나는 다른 경영자들보다 몇 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렇다고 직원들과 늘 좋은 관계를 만들 수는 없다.

천마의 인수 초기, 나는 모든 직원의 고용승계를 약속했지만 경영방식은 내 식대로 새롭게 변화할 것이라 예고했다. 답보상태의 천마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혁신이 필요했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관리체계도입이 시급했고 분열된 조직원 간의 단합이 요구됐다. 그러나 오랜 세월 자성 없이 지속된 타성을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었다.

영업소 소장들 역할이 강화되면 역할이 약화되는 직원도 있기 마련이다. 변화된 위상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언제나 나의 탓을 하며 노력하기보다는 남의 탓을 하며 흉을 보는 게 쉬운 법이다. 변화하는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회사에 대한 서운함을 불만으로 토로하는 직원들이 생겨났다. 한 개인으로 보면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지만 내게는 그걸 이해하고 보듬어줄 시간이 없었다.

불만은 칭찬보다 4배 이상 빨리 퍼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듯이 조직에 대한 불만은 주변으로 빠르게 퍼져나간다. 능력에 상관없이 매사 부정적인 사람은 부정적인 생각을 다른 직원들에게 전파하고 회사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바꾸어놓았다. 부정적인 분위기의 회사에서 능률이 높을 리가 없다. 큰 둑도 작은 구멍으로 허물어진다.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들은 조직을 위해서 걸러내야 했다.

그 뿐이 아니었다. 전산화시스템을 통해서 LPG의 잔량과 현금의 흐름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관리한다고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의 사람들은 오랜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내가 회사에 한 일이 있는데 이 정도 쯤이야’란 생각으로 쉽게 공금에 손을 대고 만다. 남의 눈을 피해가며 얻은 돈으로 인생을 바꿀 수는 없다. 대신 소중한 신용만 잃게 되는 것이지만 그 사실에 깨닫기엔 이미 타성에 젖어 있었다.

나는 회사에 불평을 가진 직원, 공금에 손을 대는 직원들을 불렀다. 그리고 그동안의 공과(功過)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변명을 하며 자신의 잘못을 부정하는 직원도 있었고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는 직원도 있었다. 다른 직원들의 업무환경을 위해서, 달라질 천마를 위해서 그 사람들을 천마에서 내보내야 했다. 하루아침에 가장을 실직자로 만들 수 없었던 나는 근무연수에 따라서 퇴직금을 넉넉하게 챙겨주는 것으로 내 마음의 빚을 덜어냈다.

포항의 지인은 나의 감원(減員)법에 독한 놈이라고 혀를 내두르고 아내는 무르다며 타박을 한다. 포항의 지인은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 독해 보이고 아내는 지급하는 퇴직금이 과해 보이는 모양이다. 단기적으로는 오랫동안 머문 회사를 그만두는 개인이나, 예상치 못한 퇴직금을 지출하게 되는 회사나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멀리 보면 개인은 조직의 변방에서 외톨이로 있는 것보다 새롭게 도전할 기회를 얻은 것이고, 조직도 단결과 화합의 장으로 나갈 계기를 얻는 것이니 윈-윈(win-win)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조조처럼 냉정하지 못하고 유비처럼 자애롭지 않은 내가 선택한 감원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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