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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작가회의,‘작가가 만난 4.3사람들 두 번째’ '봄은 가도 봄은 오네' 펴내
제주작가회의,‘작가가 만난 4.3사람들 두 번째’ '봄은 가도 봄은 오네' 펴내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0.12.10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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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세월이 몬딱 4·3이라 마씸”

사단법인 제주작가회의(회장 강덕환)가 ‘작가가 만난 4.3사람들 두 번째’ 『봄은 가도 봄은 오네』를 발간했다.

지난 2018년 ‘작가가 만난 4.3사람들 첫 번째’로 『돌아보면 그가 있었네』를 발간했던 제주작가회의가 두 번째로 펴낸 『봄은 가도 봄은 오네』에는 모두 6명의 작가가 만난 제주 4·3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소설과 대담, 르포 등 다양한 형식으로 담겨져 있다.

제주작가회의,‘작가가 만난 4.3사람들 두 번째’ '봄은 가도 봄은 오네' 표지
제주작가회의,‘작가가 만난 4.3사람들 두 번째’ '봄은 가도 봄은 오네' 표지

김연미 시인은 4·3당시 총상을 입은 몸으로 동굴에 숨어 살았다가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부순녀 할머니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흐르지 않는 겨울’을, 부복정 작가는 4·3의 광풍으로 형님을 잃은 좌민형 씨의 삶을 소재로 ‘살아온 흔적을 닦다’를 써냈다.

또 김영란 시인은 이유도 없이 형무소 생활을 해야 했던 4·3생존 수형인으로 견딘 모진 세월을 ‘벚꽃 옹알이’라는 작품으로 그려냈으며, 김동현 작가는 1947년 3·10총파업 및 당시 총파업에 참여했던 사람들과 양을 검사를 소재로 ‘쓸모의 시간’이라는 제목의 소설로 써냈다.

이 작품들은 실존 인물을 모델로 그들이 살아와야 했던 삶을 이야기 소설의 한 형식을 빌어 소설적 기법으로 풀어냈다.

또한 김경훈 시인은 재일 시인 김시종의 삶을 녹여낸 대담 ‘김시종, 4·3과 재일(在日)을 살다’를 묶었으며, 홍임정 소설가는 제주 4·3 진상규명 운동에서 큰 역할을 했던 ‘영원한 4.3기자 김종민’씨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냈다.

제주작가회의에서 작가가 만난 4.3사람들이라는 테마로 발간한 『돌아보면 그가 있었네』를 비롯하여 『봄은 가도 봄은 오네』는 4·3이라는 역사의 격랑을 겪어왔던 피해당사자와 후손뿐만 아니라 4.3관련 인물들의 삶을 단순한 구술사 차원의 접근이 아닌, 작가가 직접 인터뷰 및 취재 후 작가적 관점에서 제주4·3을 겪어온 삶의 구체성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제주작가회의는 이번 『봄은 가도 봄은 오네』를 펴내면서 “말하지 못한 시간들을 온전히 글로 남길 수 있을까. 기록되지 못한 기억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몇 줄의 글로 항쟁의 기억과 죽음의 시간을 옮길 수 있을까”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는 채 영글지 못한 우리의 글에 자주 절망했다. 그들의 말을 담기에 우리의 글은 모자랐다.”면서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절망하고, 좌절하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었지만 우리의 기록이, 누군가의 가슴에 가닿을 작은 파문이길 희망했다. 그 파장의 힘으로 4·3을 말하고, 노래하고, 춤추게 되기를……. 죽음의 비극에 아파하면서도,” 라며 문장이 아니라 글 쓰는 자의 태도에 대해서 고뇌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책머리에 전문

말하지 못한 시간들을 온전히 글로 남길 수 있을까. 기록되지 못한 기억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몇 줄의 글로 항쟁의 기억과 죽음의 시간을 옮길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말하고, 기록하고, 남기려고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가 이룰 수 있는 최소한의 윤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문(美文)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진실에 다가가고자 하는, 글을 쓰는 자의 태도. 그렇게 우리는 글을 쓰는 내내 문장이 아니라 글 쓰는 자의 태도를 곱씹으려 했다. ‘4·3 생애사’ 작업을 하는 내내 우리는 채 영글지 못한 우리의 글에 자주 절망했다. 그들의 말을 담기에 우리의 글은 모자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절망하고, 좌절하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었지만 우리의 기록이, 누군가의 가슴에 가닿을 작은 파문이길 희망했다. 그 파장의 힘으로 4·3을 말하고, 노래하고, 춤추게 되기를……. 죽음의 비극에 아파하면서도, 봄꽃처럼 피어 올랐던 그 날의 함성을 잊지 않기를…. 눈물만이 아니라 실패할 줄 알면서도 끝내 무릎 꿇지 않았던, 이름 없는 이들의 열망을, 우리의 가슴이 잊지 않기를, 빌고 또 빌었다.

사연이 다르고 쓰는 방식도 달랐다. 르포로, 소설로, 대담으로, 형식은 달랐지만 그들의 기억을, 지금, 생생한 육성으로 재현하고자 했다. 노력에 비해 제대로 담겨 있는지, 두렵고 두려울 뿐이다. 그 어느때 보다 더한 두려움으로 우리의 글을 세상에 내놓는다. 여기에 담긴 글들은 우리의 말이 아니라, 제주 4·3을 살아온 모든 분들의 말이며, 그들을 기억하려는 우리 모두의 말이기도 하다.

부디, 우리의 말이 4·3의 진실 어느 한 자락에도 닿을 수 있기를…. 무서운 심판을 기다리는 심정이다.

문의 070-8844-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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